세계 강대국간 군비감축도 하나의 요인이었지만 자칫 위성 요격으로 발생한 파편이 여타 인공위성이나 국제우주정거장, 또는 각종 우주탐사선과 충돌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낸지 1년이 지나자마자 자국 첩보위성 USA-193에 대한 요격에 나선다. 명분은 첩보위성의 추락에 따른 피해를 막는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차원굴절 무기로 알려진 HAARP의 실험을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올들어 지난 2월 미국이 실시했던 첩보위성 USA-193 요격은 단순히 고장난 위성의 추락을 막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동안 추측으로만 떠돌던 새로운 무기체계를 실험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음모론자들은 미국의 첩보위성 요격이 차원굴절 무기로 알려진 HAARP(High Frequency Active Auroral Research Program)의 실험을 위한 명분 만들기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 동안 미국과 러시아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던 위성 요격 기술은 1985년 미국이 마지막 위성 요격 실험을 실시한 이후 20여년 이상 중단돼 왔다. 이는 세계 강대국간 군비감축과 더불어 지구 궤도상의 위성 파괴로 발생되는 파편 등 우주 쓰레기가 자칫 인공위성, 국제우주정거장, 그리고 우주탐사선 등과 부딪히는 치명적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20여년 이상 중단됐던 위성 요격 실험이 최근에만 두 차례나 실시됐다. 중국은 지난해 1월 11일 위성 요격 미사일(Anti-Satellite, ASAT)인 KT-2를 이용해 자국의 극궤도 기상위성인 펑윈(風雲)-1C를 파괴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미국에 의한 첩보위성 요격 실험이 이뤄졌다.
중국의 기상위성 요격 실험
미국은 일주일 후인 1월 18일 중국의 기상위성 요격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주를 군비확장 및 전쟁무대로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당시 중국은 요격용 미사일 KT-1의 개량형인 KT-2를 이용해 지구 궤도 859Km 상공에서 기상위성을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KT-1의 경우 총중량 41톤에 사거리 800Km 내외의 중거리 요격 미사일이지만 KT-2는 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채 기상위성과의 충돌을 통해 파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KT-2의 사거리는 KT-1보다 훨씬 확장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이 공식 발표를 통해 비난을 퍼붓자 중국은 기상위성 요격 실험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쓰촨(四川)성 시창(西昌)에 위치한 위성발사센터에서 KT-2 미사일을 발사, 자국의 낡은 기상위성을 파괴했다고 밝힌 것. 중국은 시속 2만Km의 속도로 859Km 상공의 지구 극궤도를 돌고 있던 폭 1.5m 내외의 기상위성을 파괴함으로써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의 위성 요격 기술을 과시하게 됐다.
중국의 기상위성 요격 실험을 공식 발표할 당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무기 개발 및 실험이 양국이 민간우주 분야에서 지향하는 협력정신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시 언론에 인용된 한 미 국방부 관리의 말.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 AF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중국 비난 소식을 전하면서 이 관리가 “중국이 위성 요격 실험을 한 당일 미국은 2006년 발사한 실험용 첩보위성과 통신을 할 수 없었다”고 한 말을 인용했다. 국내 언론들도 외신을 전하면서 미 국방부 관리의 비공식적인 말을 함께 인용했다.
미국의 첩보위성 격추
중국이 위성 요격 실험을 할 당시 미국의 첩보위성 USA-193이 고장난 상태였는지, 아니면 중국의 위성 요격 실험 후유증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지 불명확하지만 베일 속에 가려있어야 할 첩보위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후 중국의 위성 요격 실험과 통신이 두절된 미국의 첩보위성 이야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올해 초 미국은 자국의 첩보위성이 고장으로 인해 점점 지구 쪽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 지난 2006년 12월 발사된 ‘USA-193이 무용지물인 상태로 지구 궤도를 돌다가 점차 궤도에서 이탈, 지구로 추락하는 상태라는 것.
미국은 무게가 2만 파운드(9,072kg)에 달하고 미니 버스만한 크기의 이 첩보위성에 약 450Kg의 하이드라진(Hydrazine)이 탑재돼 있어 추락하면 위험하다는 경고를 했다.
인공위성의 자세제어 및 궤도변경 때 사용되는 추진제인 하이드라진은 맹독성 물질로 사람이 흡입하거나 이에 노출될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주장에 따르면 이 첩보위성이 추락할 경우 지구의 특정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2월 21일 하와이 서쪽 해상에 대기 중이던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함인 레이크 이리호에서 위성 요격용으로 개량된 SM-3 미사일을 발사, 이 첩보위성을 파괴했다.
SDI 체계 의혹
여기까지가 중국의 위성 요격 실험에서 미국의 첩보위성 격추에 이르는 논란의 공식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음모론자들은 미국의 첩보위성 격추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음모론으로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의 공식적인 시각이다. USA-193 격추는 하이드라진이라는 맹독성 물질을 가득 담은 첩보위성의 추락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과거 추진해온 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 전략방위구상) 체계 실험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것.
SDI는 지난 1983년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적의 핵 또는 생화학 탄두 탑재 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 파괴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 스타워즈 계획으로도 불리던 SDI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한계 등으로 MD(Missile Defence; 탄도미사일방어) 계획으로 변경됐다.
MD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1년 5월 1일 밝힌 새로운 미사일방어체계 개념으로 SDI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MD 체계는 미국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 동맹국들을 동시에 방위하려는 것으로 지상·해상·공중 요격시스템이 포함되는데, 이는 SDI와 비교할 때 전략 및 전술적 목표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MD 체계로 변경된 SDI 체계가 완전히 폐기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SDI의 경우 지난 1989년 4월 레이저 무기인 ‘알파’의 고출력 시험에 성공했고, 컴퓨터 조종의 열 추적 미사일 실험에도 성공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인지 음모론자들은 미국이 최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을 탈퇴한데 이어 별도의 예산을 들여 SDI 체계를 실험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유럽 등도 미국이 첩보위성을 요격하기로 결정하자마자 이 같은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즉 미국의 첩보위성인 USA-193은 2006년 12월 발사 직후 무용지물인 상태였으며, 파괴하려 했다면 보다 빨리 시행할 수도 있었다는 것. 하지만 SDI 체계에 따른 무기 개발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올 초에야 첩보위성 격추를 단행했다는 것.
호글랜드의 가세
미국의 달 착륙은 모두 거짓이며, 달에 대형 건축물 형태의 구조물과 문명의 흔적이 있다는 주장을 해 온 리처드 호글랜드 박사 역시 자신의 사이트(www.enterprisemission.com)를 통해 미국의 첩보위성 요격은 SDI 체계의 실험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은 올 1월 USA-193 첩보위성이 추락하고 있다는 발표를 한 뒤 한 달 여 만에 전격적으로 첩보위성 요격을 단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SDI 체계를 유지해 온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실제 미국은 첩보위성 요격을 결정한 단 몇 주 만에 위성 요격을 위해 개조된 3기의 SM-3 미사일을 준비했다. 또한 이를 이지스함인 레이크 이리호를 비롯해 디케이터, 러셀 등의 군함에 탑재해 요격 장소인 하와이 서쪽 해상에 배치시켰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사전 준비가 없었다면 이처럼 빠른 행보를 보이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뉴욕타임스는 첩보위성 요격을 앞두고 지금까지 328개의 인공위성이 우주에서 추락했지만 단 한 번도 지상에 피해를 입힌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첩보위성 요격이 ‘안전’보다는 SDI 체계를 위한 실험이었음을 은연중 시사했다.
물론 이와 다른 시각도 있다. 회의론자들은 미국이 지난 2006년 12월 USA-193의 발사 이후 이 첩보위성의 통신 불능을 파악, 파괴를 위한 준비를 진행했지만 공교롭게도 타이밍을 놓쳤을 뿐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즉 중국이 2007년 1월 위성 요격 실험을 단행함에 따라 중국을 맹비난한 미국은 정상적인 파괴 수순을 놓치게 됐고, 결국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올 2월에야 단행하게 됐다는 것.
이 같은 회의론에는 중국 중심의 분석도 있다. 미국이 통제 불능인 USA-193 첩보위성에 대한 요격을 준비중이라는 것을 사전에 탐지한 중국이 한발 앞선 요격 실험을 단행했다는 것. 이렇게 함으로써 중국은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견제 및 비난을 피해가려 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HAARP 실험 병행(?)
두 번째 음모론은 비공식적이며 확인되지 않는 것이다. 바로 미국이 정체불명의 차원굴절 무기로 알려진 HAARP 실험을 첩보위성 요격 실험에 병행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을 한 사람은 러시아의 여류 과학자로 알려진 소르차 팔(Sorcha Faal)이다. 현재 소르차 팔은 상테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며, 러시아의 프라우다지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영문 웹사이트(Whatdoesitmean.com)를 통해 다양한 음모론적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실제 인물이 아닌 러시아 비밀기관의 심리전 요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소르차 팔은 자신의 사이트에 게재한 영문 칼럼을 통해 미국이 첩보위성 요격 작전을 수행하면서 차원굴절 무기인 HAARP의 실험도 병행했다고 주장했다.
HAARP는 해저나 지하 등을 포함하는 장거리 감시 장비인 동시에 지진이나 폭풍을 발생시키는 기후무기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지구 전리층에 강한 전파를 쏘아 균형을 흔들어 놓거나 반사효과를 이용해 해저나 지하 감시 및 기후조정이 가능하다는 것.
이 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지구 전리층에 강한 전파를 쏘아 차원의 굴절 현상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차원, 즉 새로운 시공간으로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바로 이 차원 굴절 실험이 미국의 첩보위성 요격과 병행됐다는 게 음모론의 골자다. 이 같은 주장을 전제로 하면 첩보위성 USA-193은 다른 시공간으로 보내기 위한 HAARP의 실험 위성이 되는 셈이다.
미국이 USA-193 첩보위성을 파괴하거나 이 첩보위성을 다른 차원으로 날려 보내기 위해 HAARP를 가동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소르차 팔은 자신의 칼럼을 통해 미국이 HAARP를 가동한 사실을 러시아와 중국의 과학자들이 모니터링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공식적으로 확인이 된 것은 아니다.
위성 해킹 주장도
미국이 발표한 HAARP의 공식적인 용도는 지구 전리층 연구다. 하지만 HAARP가 건설되던 초기에는 지구 전리층에 강력한 전파를 발사해 해저의 유전이나 심해의 잠수함까지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 있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USA-193 첩보위성의 요격을 앞두고 정찰 목적으로라도 HAARP를 가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지난 2004년에는 HAARP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를 발생시켰지만 2008년에는 통제 능력의 확대로 지구 표면에 영향을 미치는 지진이나 쓰나미를 피한 채 첩보위성을 새로운 시공간으로 옮겼을 수도 있다.
미국의 첩보위성 요격이 있었던 올 2월 21일은 바로 달의 개기월식이 있었던 날이다. 이처럼 개기월식이 있었던 날에 첩보위성을 요격한 것은 HAARP 실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HAARP 실험과 개기월식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어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밖에도 USA-193 첩보위성이 무용지물이 된 것은 발사에 따른 고장이 아니라 특정국가 의 지원을 받는 해커 조직이 위성을 해킹하는 과정에서 고장을 일으켰다는 음모론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가능성만 있을 뿐 신뢰성 측면에서는 의문스러운 음모론에 불과하다.
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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