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우주전진기지 구축 이어 화상 탐사 경쟁 나서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아폴로 18호 계획이 포기된 지 36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재차 달 탐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우주 경쟁에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속속 참여하면서 달 탐사 경쟁이 전 지구적으로 다원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0년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이 마무리되면 제2차 우주 탐사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실제 미국은 2020년 달에 영구기지를 건설하고, 2037년에는 화성에 우주인을 착륙시킨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또한 러시아는 2025년 달과 화성에 우주인을 연쇄적으로 착륙시킨다는 계획이다.
움직일 수 없는 달 착륙의 증거
1969년 인류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그리고 이를 타고 간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초등학생들도 다 안다.
그렇다면 인류는 이 아폴로 11호만으로 달 탐사를 모두 끝냈을까. 더 이상 달에 간 사람은 없는 것일까. 인류가 아폴로 11호 이후에도 다섯 번이나 더 달에 착륙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 아폴로 계획을 주도한 미국은 아폴로 11호에 이어 12호, 14호, 15호, 16호, 17호까지 총 여섯 번이나 달 착륙에 성공했다. 그것도 아폴로 계획이 끝나는 1972년까지 3년간 연평균 두 번씩 매회 세 명의 지구인을 달에 보냈다. 그들은 달의 암석을 채취하고, 달 표면에서 월면차를 굴리기도 했다. 또한 달의 궤도에 소형 인공위성을 띄워 달의 중력과 대기를 측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 탐사 계획은 아폴로 시리즈를 끝으로 전면 중단됐다. 아폴로 17호가 달에 착륙한 1972년 말 이후 달에 간 지구인은 없다는 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공식 기록이다.
아폴로 시리즈 중단의 주요 원인은 미국 의회의 예산 삭감. 하지만 인류가 달에 가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이냐는 일반 사람들의 의문도 한몫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을 더 이상 안 가다니…. 호사가들은 공기가 없는 달에서 성조기가 펄럭였다느니, 달에서 찍은 우주인 사진의 배경에 다른 별이 없다느니 하며 아폴로 계획이 조작됐다, 또는 음모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우주인들이 달에서 가져온 수십kg의 월석은 인류가 달 탐사에 성공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달 탐사의 다원화
아폴로 18호 계획이 포기된 지 36년이 지난 현재, 인류는 이제 달 탐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우주 경쟁에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속속 참여하면서 달 탐사 경쟁이 전 지구적으로 다원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완공되는 2010년 이후에는 새로운 형태의 제2차 우주탐사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10월, 일본과 중국은 겨우 한 달 사이에 각각 달 탐사위성인 가구야(かぐや)와 창어(嫦娥)를 잇달아 발사해 앞으로 펼쳐질 치열한 우주 경쟁을 예고했다. 가구야는 일본 전래동화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가구야히메(かぐや姬)’에서 따 온 이름이며, 창어는 중국 전설 속의 미인 이름(우리말로는 항아)에서 따 온 것이다.
H2A 로켓에 실려 지구를 떠난 가구야는 14종류의 최첨단 관측기기를 탑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구야는 달의 100km 상공을 돌며 달 반대쪽은 물론 5km 지하까지 구석구석을 정밀 탐사하게 된다.
일본은 1년간의 가구야 탐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2013년 달에 착륙선을 보내 암석 샘플 등을 채취한다는 계획이다. 올 초에도 일본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별도의 실험동(모듈)을 설치하는데 성공, 본격적인 우주 개발의 서막을 올렸다.
창어 역시 달의 200km 상공에서 1년간 궤도를 선회하며 달 표면의 영상 등을 지구로 전송하게 된다. 이를 통해 중국도 2012년에는 달 착륙선, 2017년에는 달을 왕복하는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올해가 우주개발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0월 세 번째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神州) 7호를 비롯해 자국 역사상 가장 많은 10대 이상의 우주선(인공위성 포함)을 발사할 계획이다.
지난해 8대의 우주선을 발사한 중국은 올해의 경우 베네수엘라에서 위탁받은 기상 및 통신 위성 2대도 쏘아 주기로 했다. 중국은 장정(長征) 시리즈 발사체 개발에 힘입어 지난 2003년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린 나라다.
달 탐사 대열에 뛰어들고 있는 나라는 비단 중국과 일본만은 아니다. 인도 역시 올해 안에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며, 영국과 독일도 새로운 달 탐사를 준비 중이다.
매년 우주개발 사업에 7억 달러 상당의 예산을 쏟아 붇고 있는 인도는 올해 안에 자체 개발한 달 탐사 위성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북한과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도 그동안 군사 목적의 미사일 개발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잠재적인 우주선 발사 국가로 꼽힌다. 특히 북한은 수년간 알래스카 연안에 도달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시리즈를 개발해 온 결과 일본과 중국, 인도, 이스라엘에 이어 아시아에서 5번째 발사체 보유국가가 됐다.
우리나라도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지난 4월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해 내며 우주개발 경쟁에 첫 발을 내디뎠다.
오는 9월 전남 고흥의 나로도 우주센터가 완공되고, 12월 자체 개발한 소형발사체(KSLV-I)에 위성을 실어 쏘아 보내면 한국도 당당히 세계 9번째 자력 위성 발사국가가 된다. 현재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등 8개국이다.
지구상 11대 경제 대국의 위상에 맞게 연간 우주 개발예산도 2억 달러(2006년 기준)나 돼 세계 12위권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나로도 우주센터 건립에는 지난 2000년부터 모두 2억7,7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우주개발사업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달 탐사선을 발사하고, 2025년에는 달 착륙선을 띄워 보낼 계획이다.
미국과 러시아, 화성 탐사 경쟁
하지만 우주탐사 분야에서 최대 강국은 역시 미국과 러시아다. 미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연간 386억 달러(2006년 기준)로 전 세계 우주개발 투자액 503억 달러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주개발 예산은 10억 달러 내외. 이는 각각 20억 달러 규모인 일본과 프랑스에 이어 중국과 이탈리아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저예산에도 불구하고 우주 탐사 경쟁에서는 미국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1957년 10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렸는가 하면 1961년 4월에는 지구 궤도를 돈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을 배출했다. 비록 달 착륙 경쟁에서는 미국에 패했지만 화성 무인 탐사선도 지난 1961년에 쏘아 올렸다.
아폴로 계획 이후 또 다시 달 유인 착륙을 준비 중인 미국은 2020년까지 달에 영구기지를 건설하고, 2024년부터는 인간이 상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러시아 역시 내년부터 달 탐사를 시작해 2012년까지 월면 주행 차량을 보내 달의 토양을 채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5년까지는 달에 우주인을 착륙시킨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두 나라 우주 경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이상 달이 아니라 화성이다.
지난 1961년 11월 사상 처음으로 무인 탐사선을 화성에 보낸 이래 이 분야의 선두 주자임을 자부하는 러시아는 2020년 초까지 화성 탐사선을 제작, 2023~25년에는 화성에 우주인을 보낸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도 2037년까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화성에는 지구에서 보낸 많은 무인 탐사선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월 화성 표면에 착륙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예정된 기한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 놀라운 영상들을 보내오고 있다.
지난해 8월 발사된 피닉스 랜더는 5월 25일 화성 북극에 착륙해 처음으로 화성의 토양을 채취하게 된다. 이에 앞서 발사된 화성 궤도 탐사선 레커니슨스 오비터 역시 화성 표면의 고해상도 사진들을 촬영, 후발 우주선들의 착륙 지점 선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NASA는 내년 중 대형 정밀 탐사로봇 마스 사이언스 래보러토리(MSL)를 2010년 도착 예정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또한 유럽우주국(ESA)의 엑소마스 탐사선은 2014년 발사될 예정이다.
우주 전진기지 구축도 경쟁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우주 전진기지 구축에서도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아폴로 계획 이후 달 탐사가 중단된 대신 우주 전진기지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 온 것이다.
화성이 달보다 훨씬 멀기 때문에 앞으로 화성은 물론 태양계 곳곳에 빈번히 우주선을 띄우려면 지구 밖 어딘가에 우주 진출의 전초기지가 있는 게 경제적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인식에서다.
초기의 우주정거장 건설 역시 러시아가 주도했다. 러시아는 1971년 인류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Salyut)를 건설한 데 이어 1986년 2세대 우주정거장 미르(Mir)를 발사했다.
이에 대항해 미국은 1973년 스카이랩(Skylab)을 발사했지만 기술적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키다 1980년 대기권에서 분해돼 인도양으로 가라앉았다. 이 때 미국의 NASA는 소련을 압도하기 위한 프리덤(Freedom) 계획을 세워 1990년대까지 유지해 오다 소련이 해체되자 전격 취소했다.
현존하는 유일한 우주정거장 사업인 국제우주정거장 계획은 1990년대 초반 미국이 유럽,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 여러 나라를 파트너로 참여시키면서 처음 수립됐다. 이 계획은 1998년 러시아의 프로톤 로켓을 통해 자르야 모듈이 처음 발사되면서 궤도에 올라 오는 2010년까지 완성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미국(NASA)과 러시아(RKA) 외에도 유럽우주국(ESA) 11개국, 캐나다(CSA), 일본(JAXA), 브라질(AEB) 등 모두 16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참가국들은 앤데버, 애틀란티스, 디스커버리(이상 미국), 소유즈, 프로톤, 프로그레스(이상 러시아), ATV(유럽), HTV(일본) 등의 우주 왕복선을 통해 다수의 우주인 및 각종 연구 기자재를 실어 나르는 한편 특정 목적의 연구시설을 갖춘 모듈을 발사해 점차 정거장의 규모를 늘려 왔다.
현재 이곳에서는 의학, 바이오, 유체역학, 재료과학 등 90 가지가 넘는 우주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조립이 완료되면 부피는 1,000㎥, 무게는 400톤, 길이는 최대 108.4m로 축구장만한 크기가 될 전망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저궤도에 속하는 지구 상공 약 350km에 떠서 시속 2만7,740km로 지구를 하루에 약 15.78회 공전하며, 조건에 따라서는 지구상에서 육안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
강동호 서울경제 기자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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