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는 이 같은 재능을 비디오게임이라는 새 매체에 접목시키려고 한다. 그는 일렉트로닉스 아츠와 합작해 혁신적인 비디오게임 시리즈를 개발했다. 가장 최초로 나온 붐 블록스(Boom Blox)는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지난달 출시된 이 액션 퍼즐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닌텐도 위(Wii)의 리모컨을 잡은 채 손목을 꺾고 팔을 휘둘러 벽돌로 된 구조물을 부숴야 한다. 이 특수효과는 아이들에게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파퓰러사이언스 기자들도 오래 하지 못하고 다음 사람들에게 리모컨을 넘겨주어야 했다.
다음번에는 비디오게임의 지평을 넓히고 플레이어의 마음을 사로잡는 더욱 야심적인 작품이 나올 것이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스필버그 감독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 벽돌 깨기 게임의 묘한 매력, 비디오게임의 미래, 그리고 세계적 영화감독인 그가 아이들에게도 주목받는 이유 등을 물어보았다.
Q: 붐 블록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A: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나는 주로 벽돌로 집을 지은 다음 허물어뜨리고 다시 짓는 놀이를 하곤 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이런 놀이를 했다. 우리 집도 그렇지만 요즘은 부모가 하는 놀이와 아이들이 하는 놀이 사이에 엄청난 장벽이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비디오게임을 하는 집은 거의 없다. 나는 붐 블록스야 말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하기에 알맞은 비디오게임이라고 생각한다.
Q: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다는 이미지와 위(Wii)의 플랫폼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A: 그렇다. 위는 실험적인 플랫폼이고, 원인과 결과가 있다. 그 원인과 결과는 플레이어의 엄지손가락이 만들어낸다. 그리고 리모컨을 허공에 휘둘렀을 때 화면 안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보는 것은 엄청난 사실감을 전해주고 매우 만족스럽다. 물론 벽돌더미가 무너지는 것에 불과하지만.
Q: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른 방식으로 이 게임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A: 처음에 우리 아이들은 물건을 부수는 데에만 쾌감을 느낄 뿐이었다. 그들은 이 게임으로 무엇을 얻을까 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떨어진 벽돌이 여러 가지 색상의 연기와 예쁜 유리조각, 불꽃으로 화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즐거워 할 뿐이다. 이 게임이 경쟁적인 게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인공지능을 상대로 게임을 할 수도 있고, 3명의 친구들을 불러 함께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상대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Q: 자신은 일반적인 비디오게임 개발자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A: 이 게임에서는 차이가 크게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영화판에서 쌓아온 감각을 더 많이 사용할 것이다. 스토리 전달력과 정서도 더욱 보강될 것이다. 캐릭터에 더 많은 감정이입을 하게 해 줄 것이다. 비디오게임의 새 시대를 여는 작품이 나올 것이다.
Q: 게임이 영화에도 영향을 주었나?
A: 게임과 영화는 분명 유사한 부분이 있다. 더욱 멋진 액션 장면을 구사하는데 게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까지는 보지 않지만 말이다. 나는 영화 제작자로서 비디오게임 세계에서 많은 영화적 방법을 배웠다. 커다란 전투 게임에 컷 신과 프롤로그 동영상을 배치하는 사람들의 솜씨, 특히 그래픽 디자인이나 조명, 영상미 등은 실제 영화보다도 크게 앞서 있다. 현재 많은 젊고 능력 있는 영화 제작자들이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Q: 어떤 게임을 좋아하나?
A: 온라인게임은 하지 않는다. 워크래프트도 해봤지만 주로 액션게임을 좋아한다. 요즘은 크라이시스를 하고 있다.
Q: 앞으로 게임이 어떻게 변할 것 같은가?
A: 우리는 이미 감정이입이 힘들다는 기존 게임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의 비디오게임은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지만 캐릭터와 플레이어간의 유대를 강화하거나 게임에서 조종하는 캐릭터의 행동 결과에 대해 신경 쓰는 자세를 갖게 해주기는 어려웠다.
이 점만큼은 영화가 게임보다 월등히 앞선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영화는 놀라운 스토리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관객들은 앉아서 그 스토리를 감상만 하면 된다. 반면 비디오게임에서는 화면을 향해 몸을 구부린 채 컨트롤러를 조작하느라 정신이 없다. 신체적인 동작이나 아드레날린 분비는 왕성해지지만 게임 속 캐릭터와 교감을 나눌 기회는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손을 전혀 쓰지 않고 눈과 음성으로 조작 가능한 게임이 나올 것이다. 이런 게임을 실현하는 것이 다음 번 중대한 기술적 돌파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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