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초경량 우주선 제작을 위해 우주에서 지구로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낸다.
아이들 장난 같은 이 실험을 수행하려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 도쿄대학과 종이접기협회가 공동으로 제안한 이 실험에 자금을 지원하는 곳은 일본의 NASA에 해당하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20cm 크기의 종이비행기 20~30개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지구로 날려 보내고, 이중 몇 개의 종이비행기가 어떠한 경로를 거쳐 지구로 귀환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이다.
다소 장난 같은 실험처럼 보이지만 초경량 우주선 개발을 위한 콘셉트 개발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면 매우 진지한 실험이 된다.
실제 도쿄대학과 JAXA는 이 실험을 통해 초경량 우주선 개발을 위한 소재, 디자인 등을 개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실험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는 일본의 제지업체인 카자라이치(飾一)사가 개발한 ‘츠에츠시(超越紙)’라는 특수 종이.
이 종이는 종이 표면의 섬유질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폴리 실록산(poly siloxane)이라는 특수 용액을 활용, 유리질로 코팅이 돼 있다.
이 때문에 접히거나 잘리는 종이의 기본 특정을 유지하면서도 일반적인 종이에 비해 강도가 세고, 방수·방유· 방화 성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처럼 특수 처리된 종이를 사용했을지라도 단지 종이로 만든 비행기가 과연 대기권 진입의 혹독한 환경을 견딜 수 있을까.
도쿄대학은 이미 종이비행기가 대기권 진입을 견딜 수 있는 지에 대한 실험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차례 실시했다.
실험은 마하 7(시속 8,527km)의 풍동실험에서 종이비행기가 견뎌 내는가에 대한 것이다.
풍동장치의 크기에 맞춰 길이 7cm, 폭 5cm 크기로 축소 제작된 스페이스 셔틀 모양의 이 종이비행기는 마하 7의 풍동과 섭씨 200˚의 온도에서 10초간 견뎠다.
이는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접할 환경과 동일한 조건이다.
실험을 수행한 도쿄대학은 약 350km 고도의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가 약 100km 상공에서는 마하 6 수준으로 감속이 이뤄지고, 마찰열을 견뎌낸다면 지속적인 감속이 이뤄지면서 안전하게 지구에 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스페이스 셔틀은 총 중량이 2,000톤에 육박하는 탓에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마하 20(시속 24,000km)의 속도와 섭씨 1,650˚의 고온을 버텨야 한다.
하지만 도쿄대학의 종이비행기 실험에서처럼 우주선을 보다 가볍고 날개폭을 넓게 한다면 지구로 돌아오는 속도가 늦춰지고 마찰을 덜 일으켜 불타 없어질 위험이 적을 것이라는 게 이 프로젝트의 수석기술자인 스즈키 신지의 말이다.
이 종이비행기의 끝은 열이 한 군데로 몰리지 않게 둥글게 처리돼 있다.
스즈키의 농담에 의하면 이렇게 끝을 둥글게 처리하면 착륙할 때 구경하는 사람의 눈을 찔러 다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실험의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우주에서 지구의 불특정 장소로 향하는 종이비행기를 회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GPS 기기를 부착하는 한편 종이비행기를 발견할 경우 회수를 부탁하는 글귀를 적어 넣을 예정이다.
지난 3월 JAXA가 승인한 종이비행기 실험 계획에도 종이비행기 회수를 위한 전 지구적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무사히 대기권 재돌입을 마친 이 종이비행기가 발견돼 회수될 확률을 4~5%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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