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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를 견뎌낼 자동차 기술

국제유가 고공행진 속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 환경친화적 대체에너지 자동차 기술 관심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요즘 국제유가가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대는 곧 석유문명의 시대라고 해도 될 만큼 석유는 일상생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역시 현대문명을 떠 바치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사람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석유는 지구상의 몇몇 지역에서만 나오며, 고갈의 위험도 안고 있다. 설령 고갈의 우려가 없다고 하더라도 석유가 타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각종 기상이변을 불러일으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고유가 시대를 견뎌낼 수 있는 자동차 기술은 지금 어느 정도 수준에 와있는 것일까.

[역사와 전통의 전기 자동차]
흔히 우리나라를 가리킬 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석유를 보다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대체 에너지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정 지역에 편재된 지하자원인 석유의 공급은 기본적으로 심각한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체연료, 그리고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실 대체연료 자동차는 의외로 오래전부터 연구돼 오고 있다. 물론 경제성과 기술적 난이도 등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가파른 유가 인상은 이 같은 대체연료 자동차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자동차는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체연료 자동차다. 사실 전기 자동차는 의외로 생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전지로 움직이는 장난감 자동차도 사람만 못 태울 뿐이지 건전지에 충전된 전력을 이용해 모터를 돌리고, 이를 통해 추진력을 얻는 기본 구조면에서는 사람을 태우도록 설계된 전기 자동차와 다를 바 없다.
전기 자동차는 특성상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고, 환경 유해물질도 전혀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또한 가솔린 엔진과 달리 클러치, 변속기 같은 것이 없어도 엔진의 출력을 조절하기가 쉽다. 이로 인해 팔 힘이 약한 여성이나 장애인, 그리고 노인도 운전하기 쉽다.
전기 자동차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실제 전기 자동차는 지난 1830년대 스코틀랜드의 사업가인 로버트 앤더슨이 최초로 발명했다. 그 이후 꾸준히 발전을 이루어 19세기가 끝나기 전인 1899년에는 최고 시속 100km를 넘는 전기 자동차가 선을 보인다. 바로 벨기에의 발명가인 카미유 제나치가 만든 ‘자마이 콘텐테’가 주인공. 하지만 1930년대를 기점으로 전기 자동차의 전성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석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이 달린 자동차들이 급격히 발전하기 때문이다.
전기 자동차의 에너지원은 배터리다. 하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오랫동안 달리는데 필요한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자동차의 무게를 줄일 만큼 가벼운 배터리를 만들지 못했다. 바로 이 때문에 자동차의 무게가 늘어나 속도와 주행거리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모두 뒤지게 됐던 것.
사실 배터리 부분은 훨씬 기술이 발전된 현대의 전기 자동차 개발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난제이기는 하다. 이 때문에 193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일반인 판매를 목표로 한 전기 자동차 생산은 일단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전기 자동차의 연구개발까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특히 1973년과 1978년에 발생한 오일 쇼크는 더 이상 석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겠다는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1990년대 들어 미국과 일본 등 여러 선진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다시금 최고 속도가 100km 안팎인 실용적인 전기 자동차를 여럿 내놓았다.
이 같은 현대의 전기 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일단 연비는 4~6배가량 우수하다. 하지만 배터리의 기술적 문제로 아직까지 내연기관 차량에 맞먹는 속도와 주행거리를 내기 어렵다. 결국 가볍고 작으며 성능 좋은 배터리 개발이 핵심적인 과제인데, 현재는 단거리 출퇴근용 차량으로 시장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전기 자동차의 변종, 태양광 자동차]
전기 자동차의 변종으로 일반적인 배터리 대신 태양전지를 쓰는 태양광 자동차도 있다.
태양광 자동차의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세라믹(규소) 판으로 만들어진 계산기나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태양 전지판은 태양광을 쪼이면 광자가 전지판의 전자를 때려서 전자가 이동하게 만든다. 이를 자유전자라고 하는데, 이 전자의 흐름이 바로 전기가 돼 나타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태양광 자동차는 태양전지를 이용해 발전을 하고, 이를 이용해 전동기를 돌려 자동차를 가게 하는 것이다. 구조는 간단하지만 문제는 태양전지가 아주 비싸고 효율 역시 좋지 않다는 점. 그리고 충분한 태양광이 없으면 제 출력을 내지 못한다.
따라서 이상적인 경우라면 조그마한 태양전지로 발전해 배터리에 충전한 다음 배터리의 전기로 모터를 움직여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은 기본 골격만 갖춘 시험용 자동차의 운행에만 적용될 뿐 실용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과도기적 모델, 하이브리드 자동차]
내연기관보다 무겁고, 비싸고, 효율이 뒤지는 배터리에 동력을 의존하는 전기 자동차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개발된 차량이 바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의외로 역사가 길다. 지난 1901년 독일의 유명한 자동차 설계사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고안한 ‘믹스테’라는 차종이 사상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여담이지만 포르쉐 박사는 하이브리드 추진 방식에 꽤나 미련이 많았는지 2차 세계대전 때는 하이브리드 전차까지 만들어 독일군에 납품했다고 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원래 2가지 연료를 동시에 사용하는 자동차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휘발유와 전기를 연료로 쓰는 차량을 지칭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때문에 보통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를 모두 갖추고 있다.
상용화 초기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을 가동시켜 얻은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 그 전력으로 모터를 작동시키는 이른바 직렬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배터리의 동력 손실이 너무 심했다. 따라서 현재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시동을 걸 때나 저속 운행 때와 같이 힘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전기 모터를 사용하고, 고속주행 때에는 내연기관 단독, 또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른바 병렬식이 주류를 이룬다.
또한 차량이 정지 및 감속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배터리를 재충전함으로서 주행거리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수년 전부터는 별도의 배터리 충전장치가 아니라 가정에 있는 일반 콘센트에 연결해도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 자동차보다 훨씬 큰 힘과 긴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일반 승용차 보다는 좀 더 큰 힘을 필요로 하는 SUV, 버스, 트럭, 군용차 등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하는 사례가 많다. 두 개의 동력원을 갖추고 있어 연비는 기존 휘발유 자동차보다 우수하다. 혼다 인사이트의 경우 연비가 ℓ당 35km나 된다.
전기 자동차만큼은 아니지만 전기 모터를 사용함에 따라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도 기존 차량보다 적다. 하지만 차체 내에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 배터리를 모두 넣어야 해 설계가 난해하며, 제조단가도 높다. 일반 승용차 수준의 배기량을 가진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대당 4,000만~5,000만원에 이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일반 휘발유도 함께 사용하는 탓에 일부지만 공해 물질이 배출된다는 점도 한계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휘발유, 경유 등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대체연료 자동차로 가는 길목의 과도기적 모델로 볼 수 있다.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가장 열심인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프리우스와 인사이트라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특히 지난 1997년 출시된 최초의 상용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의 경우 올해 4월 말을 기해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각광 받는 수소연료 자동차]
수소연료 자동차는 현재 전문가들에 의해 궁극의 대체연료 자동차로 지목받고 있는 자동차다.
일반적으로 수소연료 자동차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바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와 수소 내연기관 엔진 자동차다. 먼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명칭 그대로 연료전지를 사용한다. 연료전지에 수소를 주입하면 전기로 바꿔주는데, 이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자동차를 구동하는 동력으로 사용한다.
수소 내연기관 엔진 자동차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점은 동일하지만 연료전지 자동차와 달리 수소 자체를 직접 연소시켜 동력을 얻는다. 기존의 자동차에서 휘발유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물론 여기에 쓰이는 엔진은 수소의 연소 환경에 맞춰 특수제작된 것으로 현재는 BMW, 마쯔다 등 일부 자동차 기업들만 관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수소연료 차량은 기존의 휘발유 자동차에 비해 우수한 점이 훨씬 많다. 우선 연료효율성 면에서 훨씬 앞선다. 기존 휘발유 자동차와 디젤 자동차의 ‘Well to Wheel’ 효율은 각각 16%, 20%며,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약 26%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이미 36% 수준에 이르고 있다.
쉽게 말해 원유(原油)와 같은 최초의 에너지원이 보유한 에너지 총량을 100이라고 할 때 휘발유 자동차는 이의 16%, 하이브리드는 26%만 사용하게 되지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36% 이상 활용 가능하다는 의미다.
친환경성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수소연료 자동차의 머플러에서 뿜어지는 것은 오직 깨끗한 물 뿐이다. 전기 자동차처럼 환경공해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게다가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할 수 있다. 지구상의 물이 모두 말라버리기 전에는 고갈될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수소연료 자동차는 지금까지 개발된 것만 전 세계적으로 50여종에 이르고 있으며 이미 연구개발 단계, 실증 테스트 단계를 넘어 실용화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오는 2030년경을 전후로 수소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제치고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일명 ‘수소경제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수소연료 자동차 상용화의 과제]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수소연료 자동차가 본격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있다. 먼저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주유소 대신 수소충전소, 석유 제조·저장설비 대신 수소 제조·저장설비, 원유 파이프라인 대신 수소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가격도 문제다. 현재의 수소제조 공정으로는 수소의 판매단가가 휘발유 보다 비싼 탓이다. 이에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혁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수소연료 자동차 자체의 가격도 절감이 시급하다. 현재는 수소연료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가 1㎾당 1억원에 달하고, 수소저장 용기의 가격도 고가여서 차량 1대의 제작단가가 무려 10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 가격을 지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준으로 낮춰야만 한다.
덧붙여 수소는 폭발 때의 파괴력이 천연가스의 4배에 이르는 가연성·폭발성 가스이기 때문에 이를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연료 수준의 확고한 안전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물론 수소는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만 톤 이상이 산업적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안전성이 입증된 가스다. 수소연료 자동차 또한 수소연료를 담는 저장용기를 금속이 아닌 고밀도 폴리에틸렌과 같은 비금속성 소재에 탄소섬유를 감아 만들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용기가 찢어질 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폭발의 우려는 없다.
문제는 항상 인재에 의한 사고의 개연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난 1994년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와 같이 지하에 매설된 수소 파이프라인이 폭발할 경우 상상을 뛰어넘는 매머드급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수소만큼 화석연료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도 없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지금 이 순간에도 수소를 안전하고 경제적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타 대체연료 자동차]
이밖에 바이오연료 자동차, 천연가스 자동차, 차세대 디젤 자동차 역시 차량 자체는 기존 화석연료 자동차와 동일하지만 유해가스 배출이 적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대체연료 자동차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바이오연료는 대표적으로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 메탄올이 있는데 콩, 유채 씨,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물성 원료로 제조된다. 현재 미국,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는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가 상용화돼 있으며, 휘발유 또는 디젤과 일부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바이오연료 자동차는 일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는 하지만 연료 생산을 위해 새로 심은 식물들이 이를 흡수한다는 점에서 무공해 에너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천연가스 자동차는 화석연료 중 가장 깨끗하고 매장량이 풍부한 천연가스를 연료로 쓴다. 이미 천연가스 전용 엔진을 탑재한 차종들의 개발이 완료돼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승용차와 버스의 도입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차세대 디젤 자동차의 경우 디젤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공해 배출을 최소화한 디젤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를 말한다. 기존 디젤 자동차의 엔진과 근본적인 차이는 없지만 효율 개선을 통해 연비를 두 배 이상 높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럽의 자동차 업계가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으며, 미국은 디젤 자동차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등 여러 이유로 주도적 위치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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