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점은 오직 수컷만 이 노래를 부른다는 것.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이 노래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라고 결론지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미국 뉴저지 공과대학(NJIT)의 음악과 교수이자 자신의 저서 ‘1,000마일의 노래(Thousand Mile Song)’에서 고래들의 노랫소리를 분석한 바 있는 데이비드 로텐버그 박사는 이들의 주장에 커다란 허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암컷 혹등고래가 이 노랫소리에 이끌려 수컷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수컷의 노래가 정말 짝짓기를 위한 것이라면 모든 수컷이 실패의 쓴잔을 마시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 노래가 사랑의 세레나데가 아니라는 정황 증거는 또 있다. 새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의 수컷은 암컷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각자의 톤과 음률로 노래하는데, 유달리 혹등고래는 한 무리의 수컷들이 완전히 동일한 노래를 부른다는 것.
실제 혹등고래들은 중간에 한 마리가 노래 가사를 바꾸면 다른 모든 수컷들도 이를 따라한다. 이처럼 혹등고래가 독창보다 합창을 즐기는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성에게 평화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혹은 일종의 영역표시를 위한 행위라고 설명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노래 도중 5~6차례나 음률을 바꾸는 이유도 알 수 없는 상태다. 특정 시점마다 노래의 음률을 자동으로 바꾸는 기능이 고래의 뇌 속에 각인돼 있다는 학설이 있지만 정설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한번은 로텐버그 박사가 보트 위에서 혹등고래들을 향해 클라리넷을 연주하자 그 소리에 반응해 음률을 바꾸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혹등고래의 짝짓기 철이 다가오면 하와이에 살고 있는 개체나 멕시코 만에 살고 있는 개체나 노래의 내용이 모두 똑같이 바뀐다는 것이다. 두 지역의 혹등고래들은 평생토록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해 서로의 노래를 들을 수 없음에도 말이다.
로텐버그 박사는 “각 고래마다 독특한 성문(聲紋)이 있어 노랫소리를 들으면 전체 개체 수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고래의 노래 연구를 위해 지원되는 연구비 대부분이 고래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하지만 그 의미를 밝혀내는 데는 투자가 부족해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쌓여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게 모호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기는 하다. 무려(?) 15분씩이나 걸리는 노래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만큼 그리 긴급한 내용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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