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은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생기는 마찰열, 수면과의 충돌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로 인해 바닷물을 증발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근접물체프로그램(NEOP) 책임자인 린들리 존슨 박사는 “운석이 바다에 떨어지는 것은 물이 가득 찬 욕조에 사람이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바닷물을 넘치게 만들지 않는다”며 “이 관점에서 도시 크기 정도의 운석이 떨어질 경우 이론적으로 태평양의 물을 모두 증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운석에서 열(熱)이라는 조건을 배재한 채 바다 속으로의 운석 충돌이 양동이 속에 볼링공을 넣는 것과 같다고 가정 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존슨 박사는 “볼링공은 양동이 안에 담긴 물보다 밀도가 높고 질량이 크기 때문에 거의 모든 물이 밖으로 튀어나갈 것”이라며 “같은 이유로 태평양 바닷물의 총질량과 같거나 더 큰 질량의 운석과 충돌한다면 태평양도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자. 먼저 태평양의 전체 바닷물 부피는 약 6억7,000만㎦다. 여기에 운석이 일반적인 우주 암석과 마찬가지로 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고 물보다 2~3배의 밀도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경우 직경 1,086km 크기의 운석이면 태평양의 물을 모두 지표면으로 흘러넘치게 할 수 있다. 이는 달의 약 3분의 1 크기에 해당한다.
희소식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아직 이 만큼 큰 운석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큰 운석은 지름이 약 950km인 소행성 세레스(Ceres)다.
하지만 이 세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지대에 묶여 있다. 게다가 45억 년 전 달을 만들어 냈던 운석 충돌 이후 그렇게 큰 물체가 지구와 충돌한 사례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세레스의 10분의 1에 불과한 크기의 운석도 지구의 바닷물을 모두 증발시킬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학자들은 지구와 충돌해 공룡의 멸종을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운석의 직경을 불과 9~11km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직경 1,000km의 운석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단지 100m 크기의 운석만 충돌해도 인류는 끔찍한 재난에 직면할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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