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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행성의 소유권 논란

최근 우주관광, 달 자원개발 등 우주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는 달 호텔, 화성 리조트가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1967년 체결된 UN의 ‘외기권우주조약’에 따르면 우주와 외계 천체는 어떤 국가도 사(私)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 개발과 사용도 인류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특정국가나 기업이 자비를 들여 외계 행성에 건물을 세우고 자원을 개발해도 재산권과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우주개발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우주강국의 행성 독점을 견제하고 인류의 우주개발 의지도 고양시킬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외계 천체의 상업적 활용

최근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셀레스티스사는 세계 최초로 ‘달 장례’ 사업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달 장례는 고인의 유골을 우주선에 싣고 달까지 날아가 달 표면에 영구히 안치시켜주는 서비스로 유골 1g을 보내는 캡슐형이 9,995달러, 7g을 보내는 모듈형이 1만9,990달러다. 이 회사의 찰스 쉐이퍼 사장은 “달 장례는 고인이 좀 더 특별한 존재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가족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오는 2010년경 첫 유골을 ‘문 로버(Moon Rover)’로 명명된 탐사선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반인에게 이는 선택 가능한 장례법 하나가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주항공학계에서는 이를 우주개발 역사에 남을 의미 깊은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계의 천체를 탐사나 연구가 아닌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최초의 시도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달 장례를 신호탄으로 경제적 이득을 위해 외계행성을 이용하려는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우주항공 강국들은 각각 영구 달기지 건설, 유인 달 탐사, 유인 화성탐사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를 통해 달에 매장된 헬륨-3, 실리콘과 같은 고부가가치 자원의 탐사·개발에 뛰어들 예정이다.

버진갤럭틱 등 우주관광 기업들도 유인기지 건설에 맞춰 관련 여행상품의 개발에 나설 태세다. 또한 국제달탐험가협회(LUNEX)가 2040년까지 달에 유인 타운을 세운다는 목표 아래 달 호텔 ‘루나틱(Lunatic)’의 건설을 천명하는 등 미래 우주관광시대에 대비한 각종 상업시설의 연구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우주공학자들은 이 같은 외계행성의 상업적 활용이 우주개발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 반기는 분위기다. 돈이 되는 곳에 돈이 몰리기 때문에 그만큼 우주항공기술의 고도화와 상용화도 빨라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의 추세라면 2050년경 항공기 1등석 가격 정도에 달 여행을 떠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꿈같은 시대의 실현에 걸림돌이 하나 있다. 지난 1967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체결된 ‘외기권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이 바로 그것이다.

달 기지는 무허가 건물?

2007년 1월 현재 전 세계 125개국이 서명한 외기권 우주조약은 우주 활동을 규제하는 최초의 국제협약이다. 모든 우주공간과 외계 천체를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보고 특정 국가가 이의 독점적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 조약의 핵심 골자다.

또한 외기권의 개발과 사용도 그 주인인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1979년 체결된 ‘달 조약(Moon Treaty)’ 역시 개별 국가나 기관, 개인이 달의 주권을 가질 수 없으며 달 개발에 따른 이익을 독점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모든 국가의 평등한 우주 이용을 보장하고 강대국들의 우주 장악을 견제하는 이 조약들을 보면 일견 진한 인류애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외계 천체의 사적인 점유와 개발을 불허한다는 부분은 행성의 상업적 이용을 추구하는 현 시점의 트렌드와 정면 배치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시급히 재논의 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우주공학계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다.

두 조약의 규정대로라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달이나 화성에 건설될 유인기지와 호텔, 리조트, 공항 등의 재산권 행사는 어려워진다. 이들 시설물들이 무허가 건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

지난 수 십 년간 우주탐사에 수십~수백조원을 쏟아 부은 국가들이나 우주 사업에 수 조원을 투자해야할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의지를 감퇴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업시설의 경우 돈 한 푼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과 수익을 나눠야할 지도 모른다.

외계 행성에서 엄청난 가치의 광물이나 자원을 발굴해도 마찬가지다. 누가 얼마의 시간과 비용을 들였건 혜택과 이익은 전 세계와 공동 분배해야 한다.



미국 PB&L 법무법인의 우주법 연구그룹 수장인 로잔나 새틀러는 “지구궤도에 인공위성을 띄우는 것이 최첨단기술이었던 때의 잣대로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앞둔 현재를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현실에 맞도록 외계 행성의 소유권 문제를 규정하는 새로운 국제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주강국과 빈국, 엇갈리는 이해관계

외기권 우주조약과 달 조약의 일부 조항들이 현 시점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물의가 있으며 합리적인 새 기준 도출이 요구된다는 점은 누구나 수긍하는 부분이다.

사실 이 조약을 유지한다해도 우주강국들이 이를 지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두 조약 모두 강제성을 갖지 않아 위반 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달 조약의 경우 비준을 완료한 국가는 호주·오스트리아·칠레·레바논·멕시코·필리핀 등 13개국에 불과하고, 이중 우주탐사 능력을 갖춘 나라는 하나도 없다.
캐나다 맥길 대학의 우주법학자인 램 자쿠 박사는 “최소한 달에서는 미국(NASA), 러시아(RSA), 유럽(ESA) 등 선두주자들이 희귀광물이나 천연자원을 채굴해 소유권을 주장해도 견제할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중국, 인도 등이 앞 다투어 범 정부 차원의 대형 우주항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처럼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우주개발 경쟁에서 제 몫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우주정책연구소의 헨리 허츠펠드 교수는 대다수 국가들이 기존 조약의 개정이나 신규 조약의 재정을 내심 바라지 않고 있는 것을 외계 행성 소유권 문제 해결의 최대 장벽으로 꼽는다. 현 조약을 유지하는 것이 우주강국과 빈국 모두에게 가장 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주강국은 현 조약의 허점을 이용해 자신이 개발한 자원을 독식할 여지를 가질 수 있고, 혹시 타국이 이득을 보게 되면 공동 활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우주 빈국들 또한 이 같은 의도를 알고 있지만 새 조약에 강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한데 굳이 앞장서가며 이들의 이익을 공식 인정해줄 이유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존 조약이 모든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되어버린 셈이다. 허츠펠드 교수는 “외계행성의 소유권 논의는 덮는다고 덮이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불거질 불타는 화약고와 같다”며 “지금부터라도 각국이 지혜를 모아 합리적 해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극과 공해를 바라보다

문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우주강국과 빈국 모두 만족하는 비책을 찾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몇몇 국가의 외계 행성 독점화를 견제하면서도 우주개발 의지를 함양할 수 묘안이 없다는 것.

일단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국제 정세가 달을 포함한 외계행성에도 어느 정도의 재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시각에 호의적으로 변해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인 없는 땅을 최초로 점유한 사람에게 모든 권리를 인정했던 미국 서부개척 시대의 예를 따르기는 힘들더라도 최소한의 선점권은 인정해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많은 학자들은 특정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공해상에서의 재산권을 다루는 현존 해상인양법률과 1961년 발효된 남극조약에 의거, 각국이 주권 행사 없이 공동이용하고 있는 남극의 사례를 토대로 적정 수준의 선점권 범위를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허츠펠드 교수는 “상업시설 등의 부동산은 토지(?)를 제외한 건물에 한해 사적 재산권을 인정하고 자원발굴이나 상업 활동에 따른 수익의 경우 별도의 국제기구를 설립, 수익 규모별로 일정 세금을 걷어 우주개발 증진에 사용하는 정도면 합의 도출에 큰 난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같은 대전제에 합의해도 세부적으로 해결해야할 미묘한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외계행성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우주라는 공간적 환경이어서 지구에서 발생하지 않는 종류의 분쟁이 벌어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상업시설이 한번 들어서면 그곳에서 자원이 발견된다고 해도 철거를 종용하기 어렵다. 특히 우주탐사의 특성상 사람보다 로봇이 먼저 행성의 표면에 발을 내딛게 되기 때문에 로봇 활동을 인간 활동과 동일하게 볼 것인지도 반드시 사전 논의해야할 대상이다.

미국의 우주항공 단체 스페이스프런티어협회의 제프 크루킨 상무는 “21세기 우주개발은 기존의 정부기관과 함께 민간 기업들이 또 다른 주역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면서 “외계행성의 활용에 대한 법적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이들의 활동을 인류 공영에 이바지 하는 쪽으로 유인하는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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