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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나폴레옹 그리고 이명박

6월 말의 어느 날입니다. 시위대가 광화문 한 복판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전경버스 지붕 위에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각종 구호가 적힌 깃발을 흔들어 댑니다. 과학 잡지에 정치적 뉘앙스가 강한 칼럼을 쓰기가 망설여지지만 시대를 바라보는 기자(記者)의 입장에서 몇 글자 적어봅니다.

요즘 세계의 경제 기상도에는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위기, 베트남의 IMF 관리체제 가능성, 그리고 동유럽의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 증가 등 장기 침체를 불러올 지뢰가 즐비하게 널려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면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업단축, 정리해고, 기업의 국외 탈출로 경제 기반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이 큰 것이죠. 이 같이 절박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호(號)의 조타수인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 앞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죠.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성과와 속도라는 말이 자주 언급됩니다. 이 대통령은 2002년 서울시장 취임 직후 핵심 공약이었던 청계천 복원 사업에 돌입한데 이어 뉴타운 계획, 버스체계 개편을 잇따라 추진해 나갔습니다.

결과론이지만 청계천 복원 사업은 그의 이름 석자를 국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대통령 당선의 지렛대가 됐습니다. 뉴타운 계획의 성패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강남·북 균형발전의 차원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버스체계 개편 역시 시행 초기 혼란이 빚어지면서 회의론이 비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성과와 속도라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대선 승리 후 실용주의란 말로 바뀝니다. 시정과 국정, 그리고 행정과 정치라는 환경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같은 미묘한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게 이 대통령의 실수라는 말이 나옵니다.
편향적인 인사, 밀어붙이기식의 대운하 추진, 그리고 어설픈 쇠고기 수입 협상 등은 아마추어적인 단순함이 엿보입니다. 국민과의 소통 부재, 여권의 결집 부재에서는 정치력의 빈곤마저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통틀어 모든 것을 만족시킨 지도자는 없습니다. 서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책임감 있는 통치를 통해 팍스 로마나의 초석을 놓게 됩니다. 그의 법안들은 사회의 폭넓은 계층을 두루 이롭게 만들었고, 로마와 속주는 그의 통치하에서 어느 때보다 풍요를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군대의 힘으로 권력을 쟁취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뇌물과 협박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나폴레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추리 소설가 아서 코넌 도일은 “나폴레옹은 아마도 지구상에 존재했던 사람 중 가장 놀라운 사람일 것이다. 그를 극악한 인간이라고 단정 지은 순간 고결한 성품이 보이고, 그에 감탄하는 순간 곧바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비열함에 압도된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고 해도 장점과 단점, 그리고 다소 모순되는 요인을 함께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 대통령의 리더십 역시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에게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와 내각 개편 등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마당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의 위기는 리더십에 앞서 이슈를 바꾸어가며 벌이는 촛불시위, 무차별적인 사이버테러, 정치파업 등 ‘색깔’의 흔적이 완연한 꾼들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구영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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