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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하면서도 부서지기 쉬운 유리 방울

녹인 유리 방울을 찬물에 식히면 가장 강하면서도 깨뜨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프린스루퍼트의 유리 방울이야 말로 갇힌 응력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프린스루퍼트의 유리 방울이라는 말은 17세기 아마추어 과학자의 이름에서 따 왔는데, 그는 찬물이 든 양동이에 녹인 유리 방울을 떨어뜨려 식혔다. 그러면 그 유리 방울은 엄청난 응력을 가지고 있게 된다.

이 유리 방울은 아주 단단해 아무리 세게 쳐도 깨지지 않지만 유리 방울의 뾰족한 꼬리 부분을 때리면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녹은 유리 방울이 찬물을 접하면 외곽은 급속히 냉각되면서 수축·응고한다. 하지만 아직 내부는 액체 상태인데, 줄어든 외곽 크기에 맞게 압축된다.

물론 내부도 언젠가는 냉각돼 수축·응고되지만 외곽이 먼저 굳었기 때문에 더 작아진 내부에 맞게 그 모양을 바꿀 수는 없다. 그 결과 내부가 외곽을 전 방향으로 밀면서 엄청난 내부 응력이 나타난다. 납작하게 눌린 스프링처럼 이 유리도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다. 따라서 이 유리 방울의 꼬리를 때리게 되면 충격파가 퍼지듯이 연쇄반응이 유리 방울 전체에 퍼지게 된다.

한 부분이 부서지면 그 속에 있던 응력이 다음 부분에 퍼져 부서지는 식이다. 그 결과 유리 방울은 천분의 1초도 안 돼 부서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역설적이지만 프린스루퍼트의 유리 방울을 강하게 해주는 것도 응력의 힘이다.

원래 유리는 작은 흠집만 있어도 그 흠집이 커져서 갈라져 깨진다. 하지만 표면이 내부 응력으로 압축되었기 때문에 겉면에 흠집이 생겨도 그것이 커지지 않는다.
때문에 유리 방울의 굵은 앞부분에서는 깨기가 대단히 어렵다. 동네의 유리 가게에서 만든 프린스루퍼트의 유리 방울의 머리 부분을 망치로 때려 봤지만 멀쩡했다. 꼬리부분도 예상보다는 강했다.



자동차 차창과 유리문에 쓰이는 강화유리도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유리판이 아직 뜨거울 때 차가운 공기를 분사해 겉면을 빠르게 냉각시켜 굳히면 프린스루퍼트의 유리 방울보다는 좀 더 낮은 내부 응력이 생겨 표면을 압축한다.

이 때문에 강화유리가 일반적인 유리보다는 강하지만 일단 깨지게 되면 수 천 개의 작은 조각으로 깨져나가는 것이다. 칼이나 창 같은 흉기 구실을 하는 큰 조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안전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스트레스(응력)는 사람을 강하게 해주지만 강인한 외관 속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성도 함께 숨어있다.

achtung!
유리 작업을 할 때는 항상 보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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