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건은 화상 환자를 치료하는 장비며, 조직 프린터는 간·신장·심장 등의 장기를 새로 만들어 내 손상 입은 장기와 교체한다. 또한 돼지 가루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신체 일부를 잃은 병사들의 손발을 재생시킨다.
올 3월 30개 연구소의 컨소시엄으로 출발한 미군 재생의학연구소(AFIRM)는 2억5,000만 달러를 들여 이 같은 꿈에 도전하고 있다. AFIRM의 연구를 지휘하는 사람은 피츠버그 대학 맥거원 재생의학연구소 소장인 러셀. 그는 기존 방법보다 빨리 병사의 뼈, 근육, 힘줄, 신경, 혈관을 재생시키려 하고 있다.
사지(四肢)를 재생시킨다는 아이디어는 마치 영화 스타트랙에나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지만 러셀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맥거원 재생의학연구소의 병리학자이자 AFIRM의 동료 연구자인 스티븐 베디락이 돼지 방광에서 추출한 가루를 사용, 60대 노인 2명의 잘린 손가락 끝을 재생시켰다는 논문을 상기시켰다.
사지를 잃으면 환부에 반흔이 자라나 영구적인 흉터가 된다. 반흔이란 외상이 치유된 후 그 자리의 피부 위에 남는 변성부분을 말한다. 그런데 돼지 가루는 성장인자 세포와 단백질에 반흔을 생성하지 않고 성장을 지시하는 신호분자가 있다.
베디락이 돼지를 선택한 이유는 돼지의 신호분자가 인간의 신호분자와 유사한데다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돼지 가루는 매우 효과적이어서 베디락은 2주 동안 격일로 환부에 돼지 가루를 뿌려주자 잘린 손가락 끝은 물론 손톱까지 6주 후에 완전히 재생됐다고 보고했다.
과학자들은 절단된 사지의 반흔을 없애고, 이를 통해 안쪽의 건강한 세포에 직접 돼지 가루를 접촉하게 할 수 있는 효소를 개발 중이다. AFIRM의 지원을 받는 베디락은 팔이나 다리에 있는 더욱 복잡한 근육 조직의 성장을 촉진시킬 방법을 알아내려고 한다.
AFIRM의 목표는 마치 샐러맨더 같은 사지 재생뿐이 아니다. 웨이크 포리스트 대학의 조직공학자이자 AFIRM의 연구자인 앤소니 아탈라는 장기의 상해를 치료하기 위해 잉크젯 프린터에서 출력물을 뽑아내는 것처럼 원하는 장기를 새로 만들어내는 조직 프린터를 개발 중이다.
이 조직 프린터의 카트리지에는 다양한 종류의 조직에서 얻은 세포와 성장인자 및 특수 영양소가 들어가 장기를 한 꺼풀 한 꺼풀씩 재생해 나간다. 이 조직 프린터는 형성기의 쥐 심장만큼 복잡한 장기도 재현할 수 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전장에서 중상을 입은 병사를 치료해 줄 휴대형 조직 프린터를 개발하는 것이 아탈라의 목표다.
사지(四肢)를 재생시킨다는 아이디어는 마치 영화 스타트랙에나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지만 러셀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화상 등의 피부 결손을 치료하기 위해 AFIRM은 미발달한 피부 세포를 환부에 도포하는 장비를 개발 중이다. 각질세포라고 불리는 이 같은 피부 세포는 환자의 피부에서 추출되며, 환부의 치료를 촉진한다.
최근 이 장비를 16명의 화상 환자에게 임상 실험해 본 결과 모두 1~3주 만에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았다. 거기에 비해 재래식 치료방법인 피부이식술은 3배나 많은 피부가 필요한데다 환부에 대한 땜질식 처방밖에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 국방부는 군사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5년 동안 여러 가지 재생 기술에 투자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군인과 민간인 모두 이 기술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러셀은 “재래식 치료법은 부상자들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문자 그대로 원상복구 이외에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