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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미군의 장비 ‘하프’

지난 2004년 12월 26일 동남아시아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8.9의 강진과 해일은 무려 30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당시 영국의 BBC 방송은 동남아시아 강진 및 해일의 원인으로 환경무기(eco-weapon)를 지목했고, 이 환경무기는 바로 미군이 알래스카 주 가코나에 설치한 하프(HAARP: High frequency Active Auroral Research Program)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사실 하프만큼 음모론의 단골 소재가 됐던 것도 없다. 하프는 인공위성과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설계됐다는 의혹에서부터 시작해 기후를 통제하는 비밀무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하프가 뇌파와 유사한 전파를 발사, 전 세계 사람들의 뇌를 조종한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나면 무척이나 싱겁다. 하프는 저주파 및 고주파용 쌍극 안테나가 달려 있는 21.6m의 탑 180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기권 외곽에 위치한 전리층을 연구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이를 통해 통신기술 및 인공위성의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것. 기후나 인간 정신을 조절하고,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비밀병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리층을 연구하는 하프의 작동 메커니즘








A.320km 상공 B.80km 상공 C.호흡 가능한 대기권

하프의 전리층 연구 장비 중에는 4만9,000평 면적의 대지에 설치된 180개의 안테나 탑(1)이 있다. 이 안테나 탑들이 80km 이상의 상공에 있는 전리층에 전파를 동시에 쏘아 보낸다. 이곳에서는 태양빛이 공기 분자(2)를 일시적으로 분해해 자유 전자로 만들고, 하전입자(3)를 생성한다.

과학자들은 하프의 신호(4)를 조정해 전리층 하부에서의 반응을 유도, 흔히 ‘가상 안테나’라고 불리는 방사능 오로라 전류 현상을 이끌어낸다. 이로 인해 지표면으로 극저주파가 날아오게 된다. 이 극저주파는 바다 속 깊이 들어가 잠수함의 통신 능력을 향상시킨다.

하지만 야간에는 태양빛이 없기 때문에 전리층의 최저층이 일시적으로 사라진다.(5) 이때를 이용해 하프는 공간파(skywave)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어느 과학자의 말에 의하면 지구의 기후체계를 바꿀 방법은 전혀 없다고 한다. 하프의 힘이 아무리 세더라도 번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것이다.

피해 망상적인 블로거들에 따르면 알래스카 주 가코나에 있는 한 연구시설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앵커리지에서 북쪽으로 320km 떨어진 이곳에서는 플라즈마 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이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일군의 안테나를 통해 자연의 법칙을 희롱하고 있다는 것.

그들에 따르면 그곳은 한겨울의 탄광 속처럼 춥고 어둡다. 또한 그곳에서 하는 일 역시 좋은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몇몇 과학자들은 그곳의 과학자들이 전파를 대기권 상층부에 발사해 인공위성과 미사일을 격추시키고, 지진을 일으키는 등 기후를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전 세계 수 백 만 명의 마음을 조종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방위산업체인 BAE가 송수신기 설치를 완료, 비로소 완전 가동상태에 들어간 하프(HAARP: High frequency Active Auroral Research Program)는 연구시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프의 건설에는 1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최근 달을 향해 최대 출력으로 전파를 발사하는 첫 임무를 수행했다. 달 표면의 성분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해군연구소의 전 하프 프로그램 관리자 에드 케네디는 “드디어 하프가 멋지게 가동을 시작했다”며 “하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산과 계획 일정에 맞춰 이뤄진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하프는 전리층을 연구하기 위한 시설이다. 전리층은 태양 에너지에 의해 공기 분자가 이온화돼 자유 전자가 밀집된 곳을 말한다. 이곳은 지상에서 발사한 전파를 흡수 및 반사하며, 무선통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프에서는 또한 지자기권(지표면 자기장)과 밴앨런대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지자기권은 전리층보다 더욱 높은 고도에 위치하며, 지구의 자기장이 하전입자(荷電粒子)의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 밴앨런대는 지자기권 내에 있는 높은 전위의 하전입자로 만들어진 띠로서 지면으로부터 640km 상공부터 시작된다. 과학자들은 전리층이 무선신호에 영향을 미치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공위성을 고장 내는 방사선을 내보내는 밴앨런대를 연구해 인공위성의 수명을 늘리고자 한다.

데니스 파파두풀로스는 “하프는 야외 플라즈마 물리학 실험실”이라면서 “여러 과학적 아이디어와 이론들을 실험해 보고, 그 중 국방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파파두풀로스는 메릴랜드 대학의 물리학 교수이자 30년 전에 해군연구소에서 하프의 아이디어를 처음 착상한 인물이다.

정부 과학자들이 흥미를 보인 아이디어 중에는 낮은 전리층에 무선 전파를 반사시켜 지구 반대편으로 쏘아 보내는 것이 있다. 하프는 전리층에 2.8~10㎒ 주파수의 신호를 발사하고 펄스화함으로서 가상 안테나, 즉 전리층에서 극저주파를 지표로 반사시키는 무선 상호작용을 유도하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이론적으로 잠수함의 통신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바닷물은 염분을 함유하고 있는 도체이기 때문에 고주파의 전파는 흡수한다. 이 때문에 잠수함이 무선 메시지를 수신하려면 얕은 수면에 통신 와이어를 늘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하프가가 발신하는 극저주파 신호라면 깊은 심해의 잠수함에까지 무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공군연구소 산하 우주비행체위원회 소속 하프 프로그램 관리자인 폴 코시는 “실제 안테나는 없지만 마치 우주까지 안테나를 뻗치고 신호를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미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이 2억3,000만 달러짜리 안테나군의 용도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플라즈마 물리학자인 버나드 이스트룬드는 오랜 세월 동안 하프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 대표적 인물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는 과거 전략방위구상(SDI: 통칭 별들의 전쟁 계획)에 참여했으며, 초기 하프의 건설을 맡았던 회사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다. 이스트룬드의 견해는 너무나도 급진적이어서 회사에서 해고됐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특허 기술, 즉 날씨를 변경하고 인공위성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하프가 건설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스트룬드가 사망한 이후에는 닉 베기치라는 인물이 하프 반대 조직을 이끌고 있다. 베기치는 전 알래스카 국회의원의 아들이자 ‘천사는 하프(HAARP)를 연주하지 않는다. 첨단 테슬라 기술’(1995년 발매)의 저자다.

베기치는 “하프의 폐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정부가 하프의 실체에 대해 한 번도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면서 “정부는 대중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이 연구시설을 가지고 환경을 조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프가 마인드 컨트롤에 쓰이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하프는 인간의 뇌파와 동일한 주파수의 전파를 발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기치는 또한 이스트룬드의 특허 기술을 언급하면서 하프가 기후 조종에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 미스터리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프: 궁극의 비밀병기’의 저자 제리 E. 스미스는 지난 2005년 카트리나를 비롯한 허리케인 시즌이 지나간 후 하프의 완성이 서둘러진 것을 보고 이는 하프를 이용해 허리케인의 상륙을 저지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하프가 지난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추락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하프에서 근무하는 과학자들에게 이런 주장의 진위에 대해 물어보면 하나 같이 웃음을 터뜨린다.

스탠포드 대학의 전기공학 교수이며 현재 하프의 연구그룹 소속인 움란 이난은 “완전히 잘못된 정보”라면서 “지구의 기후체계를 바꿀 방법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어 ‘하프의 힘이 아무리 세도 매초 50~100번 내려치는 번개의 힘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면서 ”하프의 힘은 그 정도로 작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쁜 과학자들이 뇌파를 조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속제 모자를 써야 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파파두풀로스는 “하프가 마인드 컨트롤과 연관돼 있다는 말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는 항상 여기 머물면서 실험을 하지만 그런 모자는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프에는 21.6m짜리 탑이 180개 있으며, 모두 저주파 및 고주파용 안테나가 달려있다. 탑의 간격은 24m며, 12개씩 15줄로 서 있다.

전파는 직선으로 나가지만 지구는 평평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의 반대편으로 전파를 보내려면 좀 머리를 써야 한다. 하프의 발견을 응용하면 전리층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신호를 먼 곳까지 반사시켜 보내 무선신호의 통달거리를 늘릴 수 있다.

과학 도구인가, 아니면 비밀 병기인가?

‘인공위성과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설계됐다’, ‘기후를 통제하는 비밀 병기다’, ‘전 세계 사람들을 마인드 컨트롤할 수 있다’ 등 하프를 둘러싼 괴(怪) 소문의 진상을 파헤친다

1음모론: 하프는 인공위성과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설계됐다. 물리학자인 버나드 이스트룬드는 자신이 고안한 인공위성 및 미사일 무력화 기술을 바탕으로 하프가 건설됐다고 믿고 있다.
반론: 미 공군과 해군, 그리고 국방고등연구계획청(DARPA)은 이스트룬드의 특허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인공위성과 미사일을 격추하려면 방사선대에 입자를 발사해야 하는데, 그것은 아직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음모론: 하프는 기후를 통제할 수 있다. 이스트룬드의 말에 따르면 하프는 전자를 대기권으로 쏘아 보내 대기권 하층의 입자를 움직여 기후를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반론: 스탠포드 대학 교수인 움란 이난의 말에 의하면 그런 주장은 반론의 가치도 없는 엉터리다. 하프의 힘은 번개 불의 힘에도 미치지 못한다.

3음모론: 하프는 뇌파와 유사한 전파를 발사하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
반론: 하프의 신호는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약하며, 인간의 뇌를 조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4음모론: 하프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를 격추시켰다. 지난 2003년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려던 중 마침 컬럼비아호가 대기권에 재돌입했고, 뭔가 잘못돼 우주왕복선이 격추된 것이다.
반론: 하프는 미사일을 격추할 만큼 강하지 않다.

5음모론: 하프는 개장하기 오래 전에 벌어진 TWA 800기의 추락 사고와 관련이 있다. 하프와 노르웨이의 다른 안테나 군(群)이 시공간 연속성을 바꾸려는 실험을 했고 뉴욕 발(發) 파리 행(行) TWA 항공기가 거기에 휘말려 들어 추락한 것이다.
반론: 너무 비과학적이라서 반론할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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