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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터치스크린폰 시대의 개막

지금 휴대폰업계에는 터치스크린폰 열풍이 거세다. 3~3.5인치의 큰 화면을 바탕으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즐기는데 강점이 있는데다 영화를 다운로드 받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PC와 같은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능의 터치스크린폰에도 약점은 있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등을 작성할 때 기존 키패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키패드와 터치스크린 방식을 접목시킨 퓨전 터치스크린폰이다. 휴대폰이 멀티미디어기기로 진화하면서 입력 방식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무대로 나온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선보인 아이폰은 휴대폰 업계에 최대 화두가 됐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메뉴를 조작하는 것에서부터 손가락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페이지 넘기듯 움직이면 다음 사진으로 바뀌는 등 ‘아이폰=혁신’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 같은 터치 입력 방식은 ‘키패드’가 점령했던 휴대폰 입력 체제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은 전면 터치스크린 제품에서 키패드와 터치스크린이 혼합된 ‘퓨전 터치스크린폰’ 모델까지 저마다 개성 있는 신 모델을 선보였다.

휴대폰으로 보고 듣는 것뿐만 아니라 만지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휴대폰 업체들은 터치스크린폰의 비중을 늘리는 한편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혁신적인 사용자 메뉴(UI)도 개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터치스크린폰 시장은 지난해 1,500만대 수준에서 올해는 2배 이상 성장한 3,5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오는 2012년에는 전 세계 휴대폰의 40% 가량이 터치스크린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야흐로 터치스크린폰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전면 터치스크린폰 전쟁 막 올라

스티브 잡스 CEO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3세대(3G) 아이폰을 공개했다. 3G 아이폰은 사용성 측면에서는 기존 제품과 유사하지만 위성항법수신장치(GPS)가 내장되고 다운로드 속도가 더 빨라졌다.

아이폰의 직관적인 터치 입력 방식은 모바일 인터넷, 동영상 재생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데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애플은 3G 아이폰 가격을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보다 3분의 1 정도 낮은 199달러 수준으로 제시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애플의 3G 아이폰을 필두로 전면 터치스크린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이다.

전면 터치스크린폰은 3~3.5인치의 큰 화면을 바탕으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즐기는데 강점이 있다. 2인치 안팎의 기존 휴대폰 화면에 답답함을 느꼈던 소비자들에게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 있는 것. 이처럼 화면 활용도를 최대화하다 보니 키패드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특히 전 세계에서 3G 네트워크 보급이 본격화됨에 따라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휴대폰으로 영화를 다운로드 받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PC와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휴대폰에서도 PC와 같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풀 브라우징 기능도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서비스들을 보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터치 방식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G 아이폰의 대항마인 5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옴니아(SGH-i900)’를 공개하고 전면 터치스크린폰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옴니아는 문서편집, 동영상 재생, 푸시이메일, 메신저 등 PC와 같은 성능을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10.5mm 두께의 카드폰 형태에 키패드와 메뉴 버튼을 완전히 없앤 2.6인치 전면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르마니폰(SGH-P520), 터치할 때 느끼는 촉각을 강조한 햅틱폰 등 다양한 종류의 전면 터치스크린폰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미국 시장에서 스프린트를 통해 터치스크린폰 인스팅트(SPH-M800)를 출시했다.

LG전자의 500만 화소 카메라폰인 뷰티폰은 터치스크린 화면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사진을 직접 편집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돼 글로벌 시장에서 150만대 가량 팔렸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풀 브라우징을 지원하는 터치웹폰은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자유로운 웹서핑이 가능해 사용자가 일일이 메뉴 버튼과 방향 이동 버튼을 조작해야 하는 수고를 덜었다.

글로벌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도 촉각을 강조한 햅틱(Haptic) 기능이 들어가고 500만 화소 카메라, 심비안 운영체제(OS), 블루투스, GPS 등이 지원되는 전면 터치스크린 스마트폰 ‘튜브’를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만져라 반응하리라, UI도 혁신 거듭

터치스크린폰 출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 터치스크린의 사용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사용자 메뉴(UI) 개발이 휴대폰 업계의 경쟁 포인트로 떠올랐다. 휴대폰의 다양한 기능을 보다 쉽고 간편하게 다룰 수 있는 UI가 제품의 보조요소에서 주요 경쟁요소로 변화하는 것이다.

특히 터치스크린은 단순한 화면(디스플레이) 크기의 변화를 넘어 휴대폰 입력 방식을 바꾸고 이로 인한 UI의 변화를 몰고 왔다. 로마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터치스크린폰과 통합 UI는 2008년 상반기 최대 이슈며, 휴대폰은 이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UI의 변화에 따라 트렌드의 변화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창기 터치스크린 방식이 손이나 스타일러스 펜으로 화면의 특정 지점을 단순히 터치하는 ‘감압식’이었다면 이제는 사용자가 직접 손가락을 갖다 대 움직이는 대로 기능이 작동하는 ‘정전식(드래그 앤 드롭)’ 형태로 진화됐다.



기존 터치스크린 제품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터치 인식율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나아가 진동의 종류도 다양화되면서 기능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피드백 역할을 했던 햅틱 기능이 재미 요소로 차별화되는 추세다. 이 같은 진화는 사진을 검색할 때 실제로 앨범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등 감성적인 효과도 갖다 준다.

삼성전자가 국내에 출시한 햅틱폰과 유럽지역에 출시한 터치위즈폰은 이 같은 ‘햅틱 UI’를 적용한 것이다. 22가지 차별화된 진동, 배경화면 편집이 가능한 위젯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햅틱폰은 손가락으로 볼륨 다이얼을 키울 때마다 ‘틱, 틱’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진다. 발신자의 생년월일을 입력해 놓으면 발신자의 바이오리듬에 따라 전화가 올 때마다 각기 다른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옴니아와 LG전자의 블랙라벨 시리즈 3탄 시크릿폰은 사진, 동영상, 문서 등을 볼 때 휴대폰 각도에 따라 화면이 가로, 세로로 자동 변환된다. 옴니아의 경우 노트북 터치패드와 같은 옵티컬 마우스가 장착돼 사용 편의성을 더욱 높였다.

휴대폰 UI는 사용 기능에 따라 아이콘이 자동으로 변환될 정도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소울, LG전자의 터치라이팅폰, 모토로라 E8 등의 제품은 음악 감상, 사진 촬영, TV 시청 등 멀티미디어 기능에 따라 아이콘이 변화한다. 휴대폰에 여러 가지 기능이 복합적으로 들어가면서 조금이라도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쉽도록 UI가 진일보하는 것이다.

터치폰 시대, 게임도 바뀐다

터치스크린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아무래도 기존 키패드를 사용했던 것과는 UI 자체가 달라지다 보니 모바일 게임도 함께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터치 방식을 이용한 게임은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가 크게 히트하면서 성장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모바일 게임 업체들은 앞 다투어 터치스크린폰 전용 게임을 선보였다. 게임빌이 내놓은 ‘지지배’와 ‘정통맞고 2008’은 터치스크린폰 전용 게임이다. 첫 선을 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하루 평균 다운로드가 100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넥슨모바일도 터치스크린폰 전용 모바일 게임 ‘역전재판’을 최근 출시했다.

이들 터치스크린폰 전용 모바일 게임은 직접 터치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을 준다. 앞으로 터치스크린폰 보급률이 확대되면 이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이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터치스크린폰의 경우 대다수가 프리미엄급 제품이다보니 특이한 기능을 활용한 내장 게임도 많아졌다. 삼성전자 햅틱폰의 경우 휴대폰이 기울어지는 기울기를 인식하는 가속도 센서인 G센서가 탑재됐다.

따라서 휴대폰을 흔들면 실제로 주사위나 윷을 던지는 것 같은 진동과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LG전자의 시크릿폰도 휴대폰의 기울기나 회전에 따라 휴대폰이 반응하는 가속센서를 탑재했다. 이에 따라 손을 직접 움직여 다트, 야구, 낚시 등의 모션게임을 즐길 수 있다.

퓨전 터치스크린폰 시대 돌입?

전면 터치스크린폰은 직관적이고 간편함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것은 문자메시지(SMS)나 이메일 등을 작성할 때 기존 키패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키패드와 터치스크린 방식을 동시에 접목시킨 퓨전 터치스크린폰이다. 특히 이메일, 문서작성 등 업무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스마트폰에는 터치스크린과 쿼티(QWERTY)자판이 결합된 방식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LG전자는 이 같은 퓨전 터치스크린폰 출시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로 꼽힌다. LG전자가 지난해 11월 미국 시장에 선보인 ‘보이저’는 전면스크린과 쿼티자판을 결합해 인터넷, 이메일, SMS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이저는 아이폰 킬러로 평가받으며 지난 1·4분기에만 70만대가 판매됐다.

또한 하단 화면의 메뉴를 터치하면 상단 LCD 화면이 반응하는 터치메뉴폰, 전면 터치스크린/퀵 다이얼/키패드 등 3가지 입력방식을 하나의 휴대폰 안에 구현한 터치 다이얼폰, 샤인폰에 터치스크린 화면을 결합한 글리머, 탄소섬유 소재를 활용한 시크릿폰 등 터치스크린 화면과 키패드를 결합해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3.2인치 전면 터치스크린과 쿼티자판을 결합한 모바일 하이브리드(F700)폰을 유럽지역에 선보였으며, 지난 5월에는 같은 입력방식을 채용한 글라이드폰을 미국 버라이즌을 통해 출시했다.

소니에릭슨이 연내 출시할 예정인 3인치 터치스크린 스마트폰 엑스페리아(Xperia) X1도 터치스크린과 쿼티자판이 결합된 모델이다. 윈도모바일용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는 300만 화소 카메라, 무선 랜(와이파이), 블루투스, GPS 등의 기능이 지원된다.

팬택계열도 최근 터치스크린과 일반 키패드가 결합된 슬라이드 모델 ‘러브 캔버스폰(IM-R300)’을 국내시장에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영상통화를 할 때 문자, 이모티콘, 이미지, 진동 등을 직접 전달할 수 있으며 오목이나 오셀로 같은 게임도 동시에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나아가 폴더형 휴대폰에도 터치스크린 화면이 장착되면서 거듭 진일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삼성전자가 최근 유럽에 출시한 G400은 휴대폰 외부에도 내부 화면과 같은 크기의 2.2인치 LCD화면에 터치스크린이 탑재됐다. 따라서 음악 감상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폴더를 열지 않고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이 멀티미디어기기로 진화하면서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중”이라며 “터치 입력 방식의 발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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