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플랑크톤은 철(Fe)을 섭취하며 자라는 해양 미생물이다. 철이 부족한 바다에 철가루를 살포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증식하게 되는데, 이 때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된다.
이처럼 식물성 플랑크톤의 증식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은 물론 탄소 배출권도 팔 수 있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공해상에 철가루를 뿌려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식하려는 러스 조지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핏 공상과학 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는 유기적 생명체를 가꾸는 ‘농장’ 개념에 가깝다는 것. 그는 이 같은 일을 하는데 필요한 배와 돈, 그리고 사람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이 그를 막아서면서 당초의 계획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처음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도 분해되면 이산화탄소의 일부가 다시 대기 중으로 돌아간다는 것.
또한 인위적인 식물성 플랑크톤의 증식은 또 다른 온실가스인 메탄과 질소를 만들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3월 웨더버드 2호가 포토맥 강을 거슬러 올라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으로 들어올 때 선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새로 도색한 34.5m 길이의 웨더버드 2호는 바다에 철가루를 뿌려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식,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기 위한 항해를 떠날 참이었다. 물론 이 같은 시도는 세계 처음이며, 영리적인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웨더버드 2호가 워싱턴에 들른 목적은 철가루가 부족한 갈라파고스 군도 서쪽 바다로 항해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웨더버드 2호의 선장인 피터 윌콕스는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기함인 레인보우 워리어 호의 키를 잡고 20년 이상 불법 어업과 핵실험에 맞서 싸워왔다. 승무원들은 모두 젊고 열렬한 과학자들이었고, 그 중에는 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우두머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사업가인 러스 조지다. 그는 과거에 어부, 산림 노동자였으며 고국인 캐나다에서 야간에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경비를 선 적도 있다.
조지는 교토의정서가 맺어진 1997년 이후 10년 동안 해양에 철가루를 살포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원리를 연구했다. 3년 전에는 개인투자자로부터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작은 비영리연구소를 플랑크토스라는 회사로 만들었다. 플랑크토스는 철가루 살포를 통한 식물성 플랑크톤 증식 이외에 제3시장에서 투기적 저가주도 거래하고 있다. 조지의 사업 계획은 간단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개인이나 기업에게 식물성 플랑크톤이 먹어치운 이산화탄소를 탄소 배출권 형태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권고하고 있다.
조지는 지난해 초여름 워싱턴 프레스 클럽에서 새로 구입한 웨더버드 2호가 대서양으로 나가 처음으로 철가루 살포 임무를 수행할 것이며, 이 같은 임무는 6번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선원들은 로드아일랜드 두 배만한 면적의 해역에 철가루를 뿌리는데, 3주 정도 기다리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자란다. 임무 수행 상황은 회사의 웹사이트에 게재된다. 하지만 플랑크토스는 임무 수행 전부터 이미 탄소 배출권을 톤당 5달러에 팔고 있었다.
조지는 이 첫 항해가 지구온난화를 막는 중요한 첫걸음이며, 해양을 이용해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없앨 수 있는 저렴하고도 간단한, 그러면서도 이윤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학자들이 경고하듯이 이런 식으로 생태계를 속이면 예기치 못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플랑크토스의 자칭 ‘환경보전 여행’은 환경운동가들의 열렬한 찬사 대신 몇몇 정부 관리와 과학자들의 암묵적인 후원을 끌어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곧 엄청난 반대 운동에 부딪쳤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과연 우리가 지구를 의도적으로 바꿔야 하나”라는 철학적 의문, 그리고 “이 방법이 과연 예상대로 효과가 있을 것인가”하는 실질적 의문을 모두 담고 있었다. 특히 지구 공학적 측면, 즉 대규모 지구 개조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열띤 설전이 벌어지게 됐다.
돈 문제 역시 걸림돌이었다. 플랑크토스의 창업자들은 순전히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금전적 이익 때문에 이 일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도덕적 관념이 환경 기업의 필수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 탄소 배출권 시장은 마치 정글과도 같아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한데 관련 법령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어떻게 판단하라는 것인가. 완전 자유 시장에서는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회사에게 지구를 구하는 일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불러올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
신속하고 강력한 반격
반대론자들의 공격은 신속하고 강력했다. 2007년 5월 2일 그린피스 인터내셔널과 에콰도르 비영리 환경운동단체인 악시온 에콜로히카 회원들은 “지구공학자들이 갈라파고스 해를 더럽히고 있다”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내놓았다. 당시는 웨더버드 2호와 그 선원들이 플로리다에 정박하면서 항해에 필요한 보급품을 선적 받고 있을 때였다.
보도 자료에서 반대론자들은 플랑크토스의 계획을 민감한 해양 생태계를 놓고 벌이는 위험천만한 도박으로 표현했다. 또한 기후온난화는 실제적인 위협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식 없는 짓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공격했다.
갈라파고스 해양보호구역은 국제연합에서 정한 세계유산 등록지로서 전 지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가장 민감하고 독특한 환경을 가진 곳이다.
환경운동가들은 플랑크토스의 ‘무모한 실험’이 이곳의 희귀한 동식물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소속 과학자이자 반(反) 플랑크토스 보도 자료 작성자 중 한 명인 폴 존스톤은 “생태계를 대규모로 개조하는 일은 반드시 큰 위험이 따른다”고 경고한다.
환경운동가들이 이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사회가 지구온난화를 쉽게 막는 기술적 해결책에 의지할 경우 사람들은 굳이 힘들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또한 플랑크토스가 인터넷을 통해 철가루의 크기가 나노 사이즈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공격을 퍼부었다. 플랑크토스는 인공 나노입자를 사상 최대의 규모로 뿌리는 실험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지는 격노했다. 그는 플랑크토스를 나노기술 회사로 부르는 것은 거짓말이며, 대중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를 가진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플랑크토스는 철광석인 적철석을 가루 내서 뿌릴 계획이었다. 적철석은 작은 배의 옆구리에 생기는 녹과 같은 성분이며, 먼지 폭풍이 불었을 때 바다에 투입돼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 것과 같은 물질이다.
조지는 웨더버드 2호의 승무원들을 유기농 원예사로 묘사하면서 이들이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바다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일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지역의 환경운동가들 역시 해당 해역의 해류가 철가루를 갈라파고스 섬으로 보내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보낼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지의 주장은 이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을 물리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사업의 위험성은 점점 커져갔다. 플랑크토스가 여기저기 광고한 계획을 보고 자칭 ‘환경 해적’이라는 이름을 단 그린피스의 분파, 즉 시 셰퍼드(Sea Shepherd)가 눈독을 들인 것이다. 시 셰퍼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경을 막으려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겨울 시 셰퍼드는 남극해에서 일본 포경선을 추적, 선원들에게 썩은 버터가 든 유리병을 던졌다. 또한 갈라파고스도 정기적으로 순찰하면서 매일같이 불법 주낙 어선, 해삼 밀렵꾼들과 싸우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79년부터 현재까지 9척의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켰다. 시 셰퍼드의 선장 폴 왓슨은 “우리는 단순한 그린피스가 아니다”면서 “플랜카드를 흔들고 사진을 찍는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셰퍼드의 위협
지난해 한여름. 시 셰퍼드가 위협하는 가운데 웨더버드 2호는 로더데일 항구 근처에 묶여 있는 채로 출항이 3개월이나 지연되고 있었다. 플랑크토스의 간부들은 출항 지연을 보급품 탓으로 돌렸다. 귀한 과학 장비들을 구하는 게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발표한 것.
하지만 가을 중반에 접어들자 플랑크토스는 바다에서 시 셰퍼드의 공격을 피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아마도 부정적인 여론이 늘어남에 따라 갈라파고스 인근에서 불상사가 생길 것을 예상한 모양이었다.
11월 5일 웨더버드 2호는 플로리다를 출항했다. 회사에서는 항해 목적을 자연 연구라고 밝혔을 뿐 목적지는 비밀로 했다.
배는 버뮤다에 들러 연료를 보급 받은 다음 동쪽으로 나아가 대서양을 건너갔다. 12월 초 웨더버드 2호는 모로코 서해안에서 240km 떨어진 스페인령 카나리아 군도 근처에 도달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이 실험 목적에 찬성하는 현지 과학자 팀과 100톤의 철가루를 싣는 등 최종 보급을 받고 근처 바다에 최초의 철가루 살포 실험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스페인 당국은 이들의 ‘환경 응급 복구’를 환영하기는커녕 해안에서 29km 거리에 있는 윌콕스 선장에게 스페인 영해 진입을 금지한다는 무전을 보냈다. 싣고 온 ‘유독성 폐기물(?)’을 스페인 영해에 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철가루 살포 아이디어
지난 1988년 매사추세츠의 우즈홀 해양학연구소에서 열린 모임에서 해양학자 존 마틴은 “유조선 반 척 분의 철가루만 있다면 빙하시대가 오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말 만큼 철가루 살포 사업의 잠재력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말도 없을 것이다.
당시 캘리포니아의 모스랜딩 해양연구소 소장이던 마틴은 과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철가루를 사용,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식시켜 이산화탄소를 없애자는 제안을 했다. 마틴은 1993년 사망했지만 전 세계가 얼마 안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에 적극 나설 것을 예측했다. 그는 거기에 철가루가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마틴은 질소와 인 등 영양소가 풍부한 특정 해역에 주목했다. 이 같은 영양소는 바다 속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한다. 하지만 이런 해역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식시키는 핵심 영양소인 철이 부족했다.
마틴은 갈라파고스 군도 인근 해역처럼 영양분이 풍부한 해역에 철가루를 살포한다면 식물성 플랑크톤을 대량 증식시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해양 동물인 동물성 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많이 함유한 이들 식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은 후 배설물을 분비하면 역시 이산화탄소를 많이 함유한 이들 배설물이 심해 속에 수 백 년 이상 가라앉아 있게 된다는 점에도 착안했다. 마틴이 이 이론을 주창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철가루 살포 실험이 10여건 정도 행해졌다.
조지는 이 같은 실험은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의 선구적인 케이스가 됐다고 칭송한다. 하지만 비교적 의미 있는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다고 평가받는 실험은 12건 중 3건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철가루 살포에 따른 장기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실험은 하나도 없었다.
가장 긴 실험이라고 해봐야 6주 이상 한 것이 없다. 그리고 연구선을 띄우려면 예산이 하루에만 2만5,000~3만5,000달러가 든다. 여러 차례의 철가루 살포 실험을 주도한 켄 뷔슬러는 “바다에 철가루를 뿌릴 때마다 더 많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겨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물성 플랑크톤이 죽어서 분해될 때 이산화탄소는 바다 속 깊이 가라앉게 되며, 대기 중으로 되돌려 놓지는 않는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그의 다음 연구과제는 이산화탄소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지상에서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감소시키는 것이 이미 큰 사업이 됐다. 유럽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 배출권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회사의 경우 톤당 30달러를 내야 한다.
이 시장에서는 논쟁 중인 이산화탄소 감소 프로젝트에서 나온 탄소 배출권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아직 가치와 효용성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발적인 거래 또는 탄소 배출권을 사기 원하는 소비자와 회사에는 직거래를 통해 팔수 있다.
이 같은 자발적인 거래의 일환으로 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는 일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이 됐고, 조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실제 플랑크토스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헝가리 국립공원에 삼림을 조성해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려하고 있는 클리마파사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클리마파는 지난해 여름 바티칸에 탄소 배출권을 기증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조지의 말에 따르면 기증된 탄소 배출권은 바티칸의 2007년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체와 맞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클리마파가 심은 나무는 없다. 이는 매우 천재적인 마케팅이었다. 학계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도 조지는 이제 ‘주님의 사업’을 한다고 우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효과 이상의 과도한 기대
철가루 살포 기법의 선구자 마틴은 방대한 경험을 쌓은 존경받는 해양연구가다. 하지만 그가 살아있을 때도 철가루 살포가 몰고 올지 모르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과학자들이 많았다.
반면 이렇다 할 학위도 없는 사업가 조지는 많은 과학자들이 반대하는 철가루 살포 계획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물론 그는 다큐멘터리 필름 제작에서부터 가정용 상온 핵융합로 판매까지 다양한 사업을 해 보기는 했다.
조지는 지난해 가을 뷔슬러가 주최해 우즈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철가루 살포를 반대하는 과학자들을 압도할 기회가 있었다. 이 컨퍼런스의 목적은 환경운동가, 정부 관리, 기업 대표들과의 포럼에서 상업형 철가루 살포 계획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었다.
조지는 이 모임에 패널로 초대받았다. 하지만 그는 뉴욕에서 열리는 보다 투자자 친화적인 TED(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컨퍼런스에 패널로 가기로 결정했다. 거기에서 그는 청중들에게 지구온난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가열되고 인류는 전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우즈홀 컨퍼런스 직후 플랑크토스는 학계가 하나로 뭉쳐 플랑크토스를 지지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2007년 10월 4일자의 플랑크토스 보도 자료는 우즈홀 해양학연구소에서 과학자들은 철가루 살포 프로젝트를 추진, 식물성 플랑크톤이 기후변화를 둔화시키고 환경을 복구하는 효율적 수단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음을 전했다.
헝가리 국립공원에 대한 산림조성을 통해 러스 조지는 이제 학계의 전폭적 지원 없이도 ‘주님의 사업’을 한다고 우길 수 있게 됐다.
뷔슬러는 “러스 조지는 이 모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당연히 여기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막판에 급조한 보도 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것 외에는 이 모임에서 한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조지는 컨퍼런스 마지막 날 출석하기는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몇 과학자들은 철가루 살포 사업이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물고기와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의 수를 늘리는 등 유익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여전히 이 아이디어에 대해서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2008년 1월 11일자 사이언스지에서는 각 분야의 최고 과학자 16명에 대한 기사를 실었는데, 그 중에는 마틴의 사후 그의 연구를 계속 진행한 동료 과학자 1명도 있었다. 그는 뷔슬러가 말한 우즈홀 컨퍼런스에서의 합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했다.
‘철가루 살포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바다 속에 이산화탄소를 오랜 시간 동안 저장하며,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기 전까지 그것으로 탄소 배출권을 판매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사이언스지의 기사는 이렇게 끝났다. 즉 철가루 살포는 아직 실제 효과 이상으로 과도한 기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클리모스의 또 다른 도전
스페인 당국에 의해 영해 진입을 금지당한 웨더버드 2호는 며칠 동안 바다에서 머물다가 북쪽으로 480km를 항해, 포르투갈의 휴양지인 마데이라 섬으로 갔다. 거기가 이번 항해의 마지막 정거장이었다. 지난해 초여름 2달러 56센트였던 플랑크토스의 주가는 12월 중순이 되자 몇 센트로 떨어져 버렸다.
플랑크토스는 카나리아 군도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생겼고, 계획된 후속 작업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얻기 힘들어진 탓에 계획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3월 초에는 웨더버드 2호가 석유탐사 회사에 매각됐다.
웨더버드 2호가 매각된 바로 그 주. 바다에 철가루를 뿌리려던 또 다른 샌프란시스코 소재 회사 클리모스사에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3월 5일 클리모스의 최고경영자 댄 웨일리가 벤처회사로부터 350만 달러의 초도금을 받았다고 발표한 것.
클리모스에 돈을 준 투자자 중에는 인터넷 결제 서비스 회사인 페이팔의 설립자이자 현재 전기스포츠카 제작회사인 테슬라 모터스사의 회장 엘론 머스크가 있다. 클리모스의 첫 항해는 이르면 내년에 실시될 예정이다.
플랑크토스가 활동을 중지한지 몇 달이 지났지만 조지는 여전히 자신의 실험 방법에 아무 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또한 여러 급진적 환경운동 단체(그는 특히 그린피스, 세계야생생물기금, 지구의 벗, 천연자원보호협회, 미국 환경청 등을 거론했다)들이 음모를 짜서 자신의 사업을 망쳤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웨더버드 2호가 급유를 받으러 버뮤다에 갔을 때 현지의 시 셰퍼드 대원들이 여러 단체와 힘을 합쳐 카나리아 군도에 못 가게 막았다는 것이다. 조지는 “그들은 플랑크토스가 바다에 유독 물질을 퍼붓는 악의 조직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부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플랑크토스의 사업에 동참할 예정이었던 과학자들은 이런 식의 연대 투쟁에 속수무책이었다고 조지는 말한다. 많은 유명한 과학자들이 그의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여론이 안 좋은 방향으로 돌아가자 자신들의 명성에 흠집이 날 것을 두려워해 참여를 꺼렸다는 것. 예를 들면 라스팔마스 대학의 과학자 산티아고 헤르난데즈 레옹은 원래 카나리아 군도에서 플랑크토스의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여론이 나빠지자 갑자기 실험에 관한 공식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동참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대규모 해양 개조 사업을 좋지 않게 여긴다는 점만큼은 조지도 잘 알고 있다.
실제 그린피스의 과학자 존스톤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라고 단언한다. 첫째는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두 번째는 에너지를 만드는 수단을 바꾸는 것. 그는 “신속한 지구 공학적 해법이 유효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조건 반대는 비과학적 태도
클리모스는 현재 투자자들과 환경운동가, 그리고 대중들에게 철가루 살포가 가치 있는 사업임을 알리려 애쓰고 있다.
적어도 이 회사의 수석 과학고문인 마가렛 라이넨은 굳건한 지지자다. 그녀는 국립과학재단의 지구과학부문 부부장으로 있으면서 7억 달러의 기초연구예산 분배를 담당했고, 학계에도 잘 알려진 존경받는 학자다. 클리모스의 최고경영자 웨일리는 바로 그녀의 아들이다. 웨일리의 설명에 따르면 클리모스는 과학자들과 협력, 기존의 연구선을 활용해 철가루 살포 작업을 할 예정이다. 그는 환경영향평가 시행 및 정부의 허가도 얻어낼 것을 약속하고 있다.
클리모스는 업계 최초로 행동 강령을 만들어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지위의 과학고문들을 채용하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사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입증될 때까지 탄소 배출권을 팔지 않을 것이다.
웨일리는 “배를 몰고 바다에 나가 철가루를 던져넣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면서 “정말로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돼야 학계의 진심어린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조지는 학계에 협력을 구하지 않고 그들을 무시한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물론 느리게 접근할 경우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뷔슬러는 “저는 사람들에게 우선 알아야 할 것을 알아내려면 3~5년의 시간과 5,000만~1억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계속 이야기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물론 엄청난 시간 낭비, 돈 낭비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수 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한 해에만 시장에서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이는 사소한 비용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클리모스의 수석 과학고문인 라이넨은 “이 방법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게 뭐 있느냐”고 반문한다. 효과가 없다면 탄소 배출권을 팔지 않으면 된다는 것.
그녀는 “왜 직접 증명해 보지도 않고 실험하면 안 된다고만 하느냐”면서 “그 것은 정말 비과학적인 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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