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생존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지구온난화는 수온 상승을 가져오며, 수온 상승은 산호에 서식하는 조류세포를 몰아내 백화 현상을 촉진한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초래되는 잦은 태풍과 허리케인은 산호의 성장 여건을 악화시킨다. 스쿠버 다이빙과 남획, 배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 등도 산호의 생존에 위협이 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기후 변화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호(珊瑚)란 산호충강 산호과에 속하는 자포동물을 말하며, 100~300m의 바다 밑에 군락을 이루어 산다. 개체가 죽으면 골격만 남는데, 골격의 바깥쪽은 무르고 속은 단단한 석회질이 된다. 산호초(珊瑚礁)는 산호의 유해와 분비물인 탄산칼슘이 퇴적돼 형성된 암초를 말한다.
지구상의 산호 면적은 28만4,803㎢로 전 세계 바다의 0.2%에 불과하지만 물고기 4,000종을 포함, 모두 100만종 이상의 해양생물에게 삶터를 제공한다. 이는 전체 해양생물의 25% 수준이다. 이처럼 해양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산호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나 온실가스로 인한 바닷물의 산성화, 그리고 증가하고 있는 태풍과 허리케인 등이 산호 멸종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 현재 전 세계의 산호 중 20%는 이미 멸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곧 멸종할 위험이 있는 곳은 24%, 장기적인 관점에서 멸종 위험이 있는 곳은 26%에 달한다. 결국 멸종 위험이 없거나 미미한 곳은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 세계 산호의 절반이 위험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최근 산호 분포에 관한 국제적 현황을 조사, 30%에 달하는 산호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740종의 산호를 조사한 결과 전 세계 3분의 1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것.
하지만 이는 확인된 것만을 대상으로 한 수치일 뿐 확인되지 않은 것,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멸종할 위험이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거의 절반의 산호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이다.
IUCN의 종(種) 연구 프로그램 디렉터인 켄트 카펜터는 “이 같은 연구결과는 매우 당혹스럽다”면서 “산호가 죽으면 산호 군락에서 먹이와 쉼터를 제공받는 해양생물이 죽게 되고, 이는 전체적인 해양 생태계의 붕괴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자들은 현재 산호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는다. 실제 지구온난화는 바다 속의 수온을 끌어 올리고 태양광 복사 에너지를 증폭시켜 산호 떼죽음의 원인이 된다. 근해 어업이나 공해로 인한 수질 오염, 산호 서식지의 퇴화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산호에게 수온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산호 군락에 서식하는 공생조류 때문이다. 이 공생조류는 산호에게 먹이를 제공해 주는 동시에 산호가 아름다운 빛깔을 띨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산호는 이들 공생조류가 낮 동안 광합성을 하면서 만들어 낸 탄소화합물로부터 새로운 골격을 만들어 갈 에너지를 얻는다.
즉 수백만 개의 산호들은 접착제 역할을 하는 이들 공생조류와 결합해 석회질의 뼈대를 만들어 가는데, 이 같은 뼈대들이 축적되면 거대한 산호초가 생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온 상승은 산호 군락에 서식하는 공생조류를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 산호 군락에서 공생조류가 사라지면 산호는 아름다운 빛깔을 잃고, 그 결과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이 나타난다. 백화 현상이 나타난 산호는 질병의 공격에 더욱 취약하다.
과학자들은 일주일 이상 산호가 하얗게 변하면 결국 죽게 된다고 말한다. 지난 2005년 산호의 주요 서식지 중 하나인 중앙아메리카 인근 카리브 해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산호의 집단 폐사를 경험한 바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산호 감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마크 애킨 박사는 “기후 변화로 바다 수온이 계속 오르고 있어 산호의 백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고 말한다.
1. 내륙오염
2. 해안개발
3. 해양오염
4. 관광 및 남획
온실가스도 위기의 한 요인
온실가스로 인한 바다의 산성화 역시 산호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친다. 바다 속에 유입되는 이산화탄소 수치가 늘어나면 바닷물의 산성도는 증가하고 PH 수치는 떨어진다.
IUCN의 디렉터인 줄리아 마르통 레페브르는 “우리가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이지 않으면 산호와 영원히 안녕을 고해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수질 개선과 전 세계 산호 보호운동을 위한 펀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바다 표면 온도가 계속 증가한다면 산호의 백화 현상 및 질병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많은 산호들이 자연 치유로 생명력을 회복할 기회를 잃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산호의 생존은 여타 해양생물, 더 나아가 전체 해양 생태계와 밀접히 연관된 문제다. 산호는 해양생물에게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할 뿐 아니라 육지로부터의 침전과 열대 폭풍이 만드는 홍수로부터 연안과 근처의 다른 서식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호의 역할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산호로 인해 매년 발생하는 관광, 어업 등의 수익은 연간 300억 달러에 달하며, 캐리비안 해의 산호에 사는 해변동물은 항HIV제인 아라-A와 AZT, 그리고 항암제인 아라-C 등 약품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만일 산호의 멸종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될 경우 2015년 캐리비안 해는 매년 3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잃게 된다.
현재 산호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진행된 상태가 아니다. 많은 산호가 연구에 새로 포함되고, 불충분한 데이터들이 보완된다면 멸종 위험에 닥친 종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태풍, 산호 성장 여건 악화시켜
태풍과 허리케인의 증가 역시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태풍과 허리케인은 산호의 성장은 물론 군락의 형성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인데, 기후 변화에 따라 최근 태풍과 허리케인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
영국 베드퍼셔 대학의 제임스 크래브 박사 연구팀은 지난 3년간 중남미의 벨리즈 남부 지역에서 산호의 성장과 태풍 및 허리케인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즉 2개의 거대한 산호 군락 내 520개 이상의 산호 가지 크기를 측정했는데, 태풍과 허리케인이 일어난 해에는 산호의 성장이 크게 저하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크래브 박사는 이를 바탕으로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이 산호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연합 환경계획의 환경감시망(Earthwatch) 후원 아래 완성된 해양환경연구 역시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산호 군락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어린 산호들은 바다에서 바위나 딱딱한 표면에 붙어 성장해 가는데, 강한 태풍이나 허리케인은 이 같은 성장기반을 위협한다. 크래브 박사는 “태풍이나 허리케인은 산호 군락의 생존에 매우 위험한 존재”라며 “만일 폭풍이나 허리케인이 산호의 외양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산호를 질병에 더욱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크래브 박사는 이어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산호를 보호하는 움직임이 확산돼야 한다”면서 “어린 산호 유생을 산호초 안에 심거나 위치를 견고하게 하는 일, 혹은 인공 방파제를 설치해 파고의 침식으로부터 안전하게 만드는 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범지구적인 산호 보호 필요
과학자들은 산호의 멸종 위험이 가장 큰 지역으로 카리브 해와 서태평양 일대를 꼽는다. 하지만 산호의 멸종 위기는 비단 이들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미국령 내 산호 서식에 관한 조사 결과는 범지구적인 산호 보호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
이번 조사는 27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참여, 플로리다·하와이 군도·US 버진 아일랜드·괌·팔라우·마샬 군도 등 미국 영토 해안 전반에서 진행됐다.
과학자들은 산호 군락의 상태를 ‘매우 좋다’, ‘양호하다’, ‘그저 그렇다’, ‘건강하지 않다’, ‘파악이 안 된다’로 나누어 등급을 매겼다. 이 결과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산호들이 건강하지 않다와 그저 그렇다는 판단을 받았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산호에 대한 위협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범지구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령 내 산호 서식에 대한 조사에서는 특히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서식하는 산호 역시 기후 변화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안에 인접한 산호는 연안 개발이나 물고기 잡이, 관광 등 인간으로 인한 위협에 시달리고 있지만 외딴 곳에 서식하는 산호는 기후 변화와 연관된 백화, 질병, 해양 산성화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것.
과학자들은 “미국령 내 산호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감소해 왔다”면서 “빠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서울경제 기자 heewk@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