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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 의회에 진출한 물리학자에게 듣는다

의회에 진출한 물리학자가 전자투표, 미사일방어, 그리고 정치인들이 과학을 무시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하원의원인 러시 홀트는 지난 10년간 의회에서 활동했지만 흔히 생각하는 정치꾼은 아니다. 그는 미국 CBS 방송의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 퀴즈쇼에서 5번이나 우승한 퀴즈 챔피언이었고, 태양열 집열장치를 개발했다. 또한 군비 제한 전문가며, 과거 프린스턴 대학의 플라즈마 물리학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과학자의 이력을 가진 탓에 과학 컨퍼런스에 참석, ‘임피던스 매치’같은 전문용어를 사용해도 전혀 낯설지 않은 정치인이 바로 홀트다.

올해 59세인 홀트는 최근 미국의 과학 및 기술에 대한 지원체계가 중대 국면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바뀌면 현재 과학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논의를 중단시켜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홀트 의원은 미국이 과학부문에 여전히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현재 미국의 경제가 기술혁신을 통해 성장 동력을 얻는 반면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닦는 일은 소홀히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홀트 의원은 미국 에너지부의 과학사무국, 국립과학재단(NSF),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의 다양한 과학 프로그램들을 재가동시키기 위한 5억 달러의 긴급 예산을 얻기 위해 싸우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홀트 의원과 과학 분야에서 미국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빅 이슈, 그리고 왜 훌륭한 경력을 쌓은 과학자들이 의회에 보다 많이 진출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Q: 무슨 이유로 실험실을 벗어나 정치인이 되었나?
A: 어렸을 때 나는 물리학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구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는 역사학과 심리학, 그리고 각종 전략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정치는 이들 분야의 생명력을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Q: 의회에 더 많은 과학자들이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A: 우리 사회에서 과학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과학자가 아니다. 더욱이 과학과 관련된 정책을 세우는 의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부분의 의원들은 경제, 국제관계, 기타 중요한 정책문제에 대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이 그런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과학자인 나는 그런 것이 너무나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조차도 과학 문제에서 만큼은 논의를 회피하거나 아예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Q: 과학자들이 정계로 진출했을 때의 이점은 무엇인가?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아니면 전문성 확보라고 보는 것인가?
A: 과학 교육을 통한 훈련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매우 효율적인 접근방법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의회에서 다뤄지는 각종 문제들에 포함된 과학 및 기술적 요소들의 대부분은 의원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의회에서는 대다수 의원들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예산편성 같이 과학과 관련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과학자들이 보다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이 같은 과학자들이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각종 정책적 문제에 숨겨진 과학 기술적 요소들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의원들이 회피하는 과학 문제의 예를 든다면?
A: 선거나 투표에 관한 문제들이 대표적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거나 투표가 국민 권리에 관한 문제이지 과학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컴퓨터 분야의 과학자들은 의회에 설치된 전자투표기의 경우 투표자가 어디에 투표했는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 감사(監査)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도 투표자의 의지에 반해 이루어지는 전자투표가 몇 건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Q: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A: 나는 전자투표 관계자들을 찾아가 전자투표에 대해 독립 감사를 실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그들은 곧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과학 연구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으며, 아이디어가 없으면 삶의 질 향상도 요원하다.

Q: 무시되고 있는 또 다른 과학적 문제는 없는가?
A: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에 빠지면 명백한 증거도 무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데올로기보다는 증거에 맞춰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된다. 좋은 예가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일 것이다. 나는 이것을 미사일 방어시스템이라기 보다는 막연한 신념에 기초한 방어 시스템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유는 너무나 복잡한 이 방어 시스템이 위기 때 잘 작동하리라는 막연한 이데올로기에 기반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지만 올바르게 동작하지 않았다. 만약 과학적 분석기법을 사용해 접근 했다면 처음부터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Q: 기초과학 연구에 많은 예산이 배정되도록 힘쓰고 있는데, 대중들에게 그 점에 대해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A: 우리는 대중들의 실생활에 기초과학이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지를 잘 설명하지 못했다. 현재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과학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지만 오늘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에 손해를 본다는 생각까지 연결 짓지 못한다.
우리는 지난 10년이나 20년 동안 기초과학에 투자를 게을리 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연구실을 짓는 것이 미래를 위한 장기적 투자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연구실이 없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없으며, 아이디어가 없으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삶의 질 향상도 요원하다.

Q: 새 대통령이 뽑히면 과학계와 정부 간의 관계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지난 몇 년간 과학은 확실히 정치에 예속돼 왔다. 정부 소속 과학자들은 특정 회의에 참석하거나 연구결과의 발표,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 등이 금지돼 있다. 이는 진리 탐구에 대해 제한을 받은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뽑히면 그런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아니 반드시 바뀌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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