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인간의 생체시계와 생체리듬은 시상하부 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의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뉴욕 베스 이스라엘 메디컬센터의 수면장애 전문가인 진 매트슨 박사에 의하면 인간의 선천적인 생체리듬은 일상생활의 일과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직장의 근무시간이나 학교의 수업시간이 개인의 수면시간과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즉 아무리 일찍 잠을 청해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겹다면 자신의 생체시계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데 맞춰져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생체시계와 일상생활 패턴의 불일치를 ‘위상지연(phase delay)’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위상지연이 발발할 경우 평생토록 게으름뱅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아니다. 생체시계의 위상지연은 충분히 교정이 가능하다. 다만 그만한 투자가 필요하다.
매트슨 박사는 위상지연 교정을 위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중에 온갖 노력을 다해 위상지연을 고쳤더라도 주말에 늦잠을 자버리면 신체가 다시 과거 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월요일 날 일찍 일어나기는 것이 한층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평일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족 중 누군가가 습관이 될 때까지 계속 깨워줘야만 할까. 그 방법도 효과가 있지만 혼자서도 일찍 일어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항상 시계의 알람시간을 일어나야할 시간보다 15분 일찍 설정해 놓고 그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을 하면 된다.
저녁 시간에 인공조명에 대한 노출 빈도를 줄이는 것도 위상지연 교정에 효과적이다. 뇌는 빛에 매우 민감하며, 취침 전에는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잠들기 직전 컴퓨터 화면이나 텔레비전, 스탠드 조명 등을 접하게 되면 뇌가 낮으로 착각, 쉽사리 잠을 청하기 어려워진다.
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수면 시간을 조절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비책이 하나 있다. 바로 아미노산이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얼바인 캠퍼스(UC Irvine)의 연구팀은 최근 아미노산으로 인간의 생체시계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대학 약리학과의 파올로 새스원-코시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발전시킨다면 앞으로는 알약 하나로 수면 주기를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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