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마천루 빌딩에서 로봇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드는 방법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천루 농장으로 불리는 이 빌딩은 도시 하수를 이용해 물과 전기를 얻어 식량 문제는 물론 환경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arming in the Sky 하늘에서 짓는 농사
현재 66억 명인 세계 인구는 오는 2025년 80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기후 시뮬레이션 결과 미국 중서부와 아프리카 및 아시아의 대형 곡창지대에는 지속적인 가뭄이 찾아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수학자인 토마스 맬서스가 200년 전에 예측한대로 어느 날 갑자기 인구 증가가 식량 증산 속도를 추월해버리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인가. 아직까지는 농업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먹여 살리고 있지만 지구 자원은 한정돼 있다. 선택지는 뻔하다. 식량생산 방식을 바꾸든가 기아에 허덕이든가 하는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환경과학자인 딕슨 디스포미어는 최근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도시의 마천루 빌딩 안으로 농장을 옮겨오는 것이다. 이 마천루 농장은 흙이 필요 없는 수경재배를 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 농장의 전력은 하수를 사용해 얻는다.
마천루 농장을 지으면 남는 농지에 숲을 만들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 또한 마천루 농장은 도심이나 도시 근처에 지어지는 만큼 시장까지의 운송비가 절감되는 것은 물론 운송과정에서 생기는 공해도 줄어든다.
사실 농작물과 가축의 육성 및 운송과정에서 생기는 공해물질, 그리고 가축이 발생시키는 메탄가스 등을 모두 합하면 기존 농작물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나 된다.
물론 지금 당장 마천루 농장에서 생산한 농작물과 고기를 먹을 수는 없다. 현재 도시지역의 농업활동은 대부분 근교에서 소규모로 실시된다. 하지만 디스포미어의 꿈은 크다. 1개 도시 블록을 커버하는 면적의 2억 달러짜리 30층 빌딩을 세워 5만 명이 먹을 수 있는 과일과 채소, 그리고 닭을 기르겠다는 것이다. 그는 “마천루 농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반영구적으로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천루 농장 건설에 필요한 기술 대부분은 이미 준비돼 있다. 이 기술을 약간만 다듬고 지난 10년간 미국 농부들에게 지급된 장려금의 0.25%에 해당되는 5억 달러의 자금만 있으면 마천루 농장을 실제로 만들 수 있다.
디스포미어는 마천루 농장 건설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아부다비와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시애틀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작은 규모의 마천루 농장 개념을 연구 중이다.
약간의 행운만 따라준다면 앞으로 200년간 맬서스가 예견한 비극은 오지 않을 것이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농업회사와 과학자들이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낸 미래의 마천루 농장이 펼쳐진다.
■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마천루 농업 ■
식물이 실내 수경재배 주기에 적응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식물학자들은 제일 좋은
수확을 낼 수 있는 품종을 골라 파종한다. 다른 과학자들은 소비자들이 셀레늄이나 아연 같은 미량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도록 작물의 특성에 맞게 비료를 배합한다.
극소량의 해충이나 병원균도 마천루 농장의 작물을 전멸시킬 수 있다. 따라서 마천루 농장에 출입하는 농부들은 방진복을 입고 에어 록을 통해 출입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위험한 병원균이 있을 경우 빛을 내도록 유전자 조작된 박테리아를 식물에 뿌려 만일의 경우 농부들에게 위험을 알리도록 한다.
소 같은 가축을 키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인간은 소 한 마리를 키우는데 드는 에너지의 3%만을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소를 직접 키우는 대신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닭, 돼지, 소의 줄기세포를 물과 포도당, 자연 단백질로 길러내 고기 덩어리를 생산한다. 즉 동물에서 잘라낸 고기와 비슷한 육질을 얻기 위해 전기 펄스를 주어 인조고기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 비프스테이크에 들어있는 지방질은 복제하기가 아직은 까다롭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내에 줄기세포로 만든 소시지와 치킨너겟이 대중화될 것이다.
○ 파란 숫자 설명 ○
①수직축 터빈은 바람이 약하게 불 때도 재래식 터빈보다 50%나 더 효율적이다.
②수확된 작물은 중앙 엘리베이터에 실려 아래층의 슈퍼마켓으로 보내진다.
③천정에 달려있는 이 시스템은 온도와 습도, 영양소 분배 상태를 점검해 조절한다.
④LED 전구는 에너지를 절약할 뿐 아니라 작물 종류에 가장 잘 맞는 파장을 내도록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상추에는 붉은색 빛을 쬐어주는 것이 제일 좋다.
⑤로봇 팔에는 로봇 코가 달려있는데, 이 코가 작물의 냄새를 맡아보고 특정 알코올의 농도가 일정 이상일 경우 작물을 수확한다. 특정 알코올의 농도는 색상보다도 작물의 성숙도를 더 잘 나타내주는 지표다.
⑥마천루 농장은 100톤의 하수로 19㎿의 전기를 생산한다.
⑦닭은 기르는데 많은 공간이 필요 없고, 1kg의 사료를 먹이면 500g의 고기를 생산하는 매우 효율적인 가축이다.
⑧마천루 농장의 1층에 있는 슈퍼마켓에 가면 이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농산물은 근처의 시장으로도 수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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