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라고도 불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은 전쟁이나 교통사고 등을 통해 신체적 부상을 겪은 뒤 발생한다. 신체적으로는 회복됐지만 정신적으로는 사고 당시의 스트레스를 여전히 겪게 되는 것.
과학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참전용사를 위해 D-사이클로세린을 활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D-사이클로세린은 이미 50년 전에 개발된 결핵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항생물질의 하나다.
에머리 대학은 최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는 참전용사들에게 각각 D-사이클로세린과 위약을 먹이고, 가상현실 헬멧을 씌운 후 팔루자 전투 같은 최악의 전투 상황을 재현해 보았다.
가상현실 헬멧을 통해서는 전투장면과 함께 귀를 찢는 폭발음이 들려오고, 그때마다 병사들이 앉은 좌석은 진동을 일으키며 실제 전장을 재현한다.
이 실험에서는 연구자들과 환자 모두 어느 것이 진짜 약물이고, 위약인지 구분할 수 없다. 하지만 진짜 약물인 D-사이클로세린을 투약 받은 사람들은 위약을 투약 받은 사람에 비해 훨씬 빠른 회복을 보인다. 이는 D-사이클로세린이 뇌의 감정 중추이자 공포를 관장하는 편도체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약은 나쁜 기억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환자가 나쁜 기억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을 바꾼다. 에머리 대학 수석 정신의학자인 바버라 로스바움은 “환자들이 자신들의 싫은 기억에 대해 말하는 것을 지루해 한다면 성공”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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