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을 녹인 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기법이었다. 물론 떨어지는 납 물을 맞으면 좋을 게 없으니 무조건 피해야 했지만.
총알은 완전한 원형을 띄어야 잘 날아간다. 하지만 직경 3.2mm의 작은 원형 총알을 찍어내는 주형(鑄型)은 대량생산에 부적합했다.
사실 완벽한 원형의 총알을 만들려면 우주에 가서 하는 게 제일 좋다. 무중력 상태에서 액체는 표면장력에 힘입어 원 모양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주왕복선 내부에서는 물이 정확한 원형이 된다. 이는 납 물과 같은 금속 용융물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경우 무중력 상태를 재현할 가장 좋은 방법은 자유낙하다. 자유낙하는 보통 지표면 부근에서만 일정한 중력을 받을 뿐 다른 힘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1782년 영국의 배관공 윌리엄 와츠는 최초로 ‘총알 탑’이라는 건축물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3층집 위로 3층 높이의 탑을 올린 뒤 총 6층의 건물을 위아래로 관통하는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1층의 구멍 아래에 물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꼭대기 층에서 납 물을 체를 통해 떨어뜨렸다.
물을 받아놓은 것은 납을 냉각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납이 다른 곳에 부딪쳐 변형되지 않게 하려는 뜻이었다. 지금도 이 방식을 따라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6층 건물을 구할 수 없어 12m 높이까지 올라가는 유압식 승강기를 사용했다.
이 높이도 충분치 못한 탓에 필자가 떨어뜨린 납 물은 아직 다 식지 않은 상태에서 물속에 떨어졌고, 좋은 총알을 얻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차마 납 물을 들고 풍차 위까지 올라갈 엄두는 안 나는 터라 실험을 통해 제대로 된 완성품을 얻지는 못했다.
물론 요즘은 총알 제조에 이 기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리의 안개등에 들어가는 발광 나트륨 알갱이를 만드는데 쓰이고 있다. 체 대신 진동식 노즐을 사용해 나트륨-수은 합금 용융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필자는 이를 응용해 와츠가 상상도 못한 물건을 만들어봤다. 납 물을 떨어뜨리는 진동식 노즐이다. 사용해 보니 앞선 실험에서보다 정교한 총알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총알을 얻으려면 더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야만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 H2WHOA!
적절한 안전절차 및 보호 장비 없이 이 실험을 집에서 따라하면 안 된다. periodictable.com에 가면 테오도어 그레이의 여러 가지 과학 실험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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