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
지난 2003년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국(DARPA)은 몽타주(MONTAGE)라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었다. 다수의 대학이 참여했던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역대 최고의 고배율과 고해상도를 갖춘 초박형 소형 렌즈를 개발하는 것. 이 같은 렌즈는 전투를 할 때 광학기기로 표적을 발견하거나 추적 및 식별할 때 더없이 유용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의 대학원생인 에릭 트렘블리는 지도교수인 조셉 포드 박사의 조언을 받아 조금은 오래된 방법, 즉 빛을 아주 여러 차례 굴절 또는 반사시켜 이 같은 렌즈를 개발해 냈다. 이는 지난 수백 년 간 천문학자들이 망원경 제작에 사용했던 원리다. 문제는 커다란 망원경이 아닌 작은 렌즈 하나만 가지고 이 원리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 에릭은 “DARPA의 요구조건이 너무 까다로웠다”며 “고도로 발전한 현대의 렌즈 세공 기술이 없었다면 렌즈 개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사용한 렌즈 가공의 핵심 기술은 싱글-포인트 다이아몬드 터닝. 다이아몬드 절삭구가 붙은 선반을 컴퓨터로 조작, CAD 모델에서 입력한 치수대로 렌즈를 가공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에릭과 조셉 박사, 그리고 광학기기 업체인 디스턴트 포커스사의 여러 협력자들은 바로 이 기술을 사용해 한 점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반 카메라 렌즈와 달리 마치 빛으로 종이접기를 하듯 자체 내에서 빛을 여러 차례 굴절시키는 렌즈 개발에 성공했다. 그 결과 에릭의 렌즈는 크기가 아주 작지만 엄청난 고배율을 자랑한다.
향후 계획 DARPA가 지원하는 여타 연구들처럼 이 연구도 군사적 목적에 더해 상업적 용도로도 쓰이게 된다. 에릭은 1년 남짓이면 휴대폰에 이 렌즈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그가 만든 가장 작은 렌즈는 지름이 14mm인데, 앞으로 10mm 렌즈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보면 삼성전자와 모토로라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놀라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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