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 대학의 물리학 및 지질학 교수인 댄 래스롭은 축소된 모형 지구를 만들어 지구 자기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과거 래스롭은 직경 60cm에 무게는 225kg에 불과한 모형 지구를 제작했었다. 실제 지구의 2,000만분의 1 크기였던 이 모형 지구로 4년간의 실험을 수행했지만 지구와 같은 자기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래스롭이 원하는 지구 자기장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모형 지구가 필요했다. 모형의 크기 문제 때문에 자기장이 안 생기는 것으로 분석된 것.
지구의 핵은 철 등으로 이뤄진 뜨거운 액체금속으로 돼 있는데, 보다 큰 모형 지구를 만들면 이 같은 액체금속을 더 넣을 수 있다. 또한 실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질량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그는 1,6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직경 3m에 30톤 무게의 모형 지구를 만들었다.
지구 탄생 이후 자기장의 방향은 수백 번이나 역전돼 왔다. 그리고 관측이 시작된 1830년 이래 현재까지 그 힘은 10%나 약해졌다. 이는 자기장이 또 한 번 역전될 징조일 수 있다. 만일 자기장이 지금보다 더 약해지면 인류는 유해한 태양풍, 즉 태양에서 방사되는 하전미립자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이 사실을 알기 위해 래스롭은 올 여름 내내 새로운 모형 지구와 모형 지구의 자전 장치를 실험했다. 또한 올 가을에는 모형 지구 안에 지구의 핵 역할을 대신할 액체 나트륨을 넣고 시속 145km로 자전시키며 관찰할 예정이다.
유럽의 일부 과학자들은 파이프를 통해 액체금속을 밀어 넣거나 실린더 안에서 혼합하는 방식으로 전자기장을 만들었지만 이 같은 연구는 실제 지구의 자기장과 유사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
전자기장이란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연관돼 나타날 때 양쪽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래스롭은 “현재 지구가 전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원리는 대략 알고 있지만 전자기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설명한다.
올 가을 래스롭의 모형 지구가 자기장 발생에 성공한다면 과학자들은 지구의 자기장이 어떻게 변할지를 알려주는 예측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외선 차단용 로션을 사재기해야 하는지 여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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