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신문들도 얼마 전에 ‘우리 손으로 자초한 지구의 종말’, ‘빅뱅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날아간다’, 그리고 ‘지구 종말이 눈앞에 !’ 같은 유치하고 자극적인 표제를 단 기사를 선보였다. 마치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 같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노벨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그로스는 학년말에 말 안 듣는 학생들을 다그치는 초등학교 3학년 교사 같은 말투로 이렇게 말한다.
“이 실험으로 소형 블랙홀이 생겨 지구를 삼켜버린다는 주장은 너무나 유치한 바보 같은 발상입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죠.”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 어디서나 고에너지 입자 간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초신성에서도 양자가 나와 거대강입자가속기가 쏜 양자를 능가하는 속도로 우주를 날아와 지구에 꽂히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지구에 부딪친 양자의 개수는 3×10²²개나 된다고 한다. 거대강입자가속기로 지구를 삼켜버릴 블랙홀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전에 이 양자들이 먼저 그런 걸 만들어 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 따라서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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