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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유는?

지난달 가동에 들어간 거대강입자가속기(LHC)는 한 순간에 전 세계 과학계는 물론 언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거대강입자가속기가 무엇을 찾아내려고 하는지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주도한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과 관련해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듣고, 또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신(神)의 입자로 알려진 ‘힉스입자’와 ‘블랙홀’ 두 가지다. 실제 과학자들도 엄청난 속도를 가진 양자를 충돌시킴으로써 힉스입자를 찾아내려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크기가 작은 블랙홀이 만들어 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은 우주가 어떻게 생성됐고 우리가 속한 은하, 태양계, 지구, 그리고 인류는 어떻게 탄생했느냐 하는 원초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물리학 지식을 총동원해야 한다. 뉴턴의 만유인력,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그리고 빅뱅이론과 스티븐 호킹의 호킹복사에 이르기까지 상식(?) 이상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뉴턴에서 아인슈타인까지

뉴턴의 만유인력은 이 세상의 모든 물질들이 서로 끌어당기고 있다는 게 골자다. 이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중력이 생기는 것이다.

우주에도 이 같은 이론이 적용된다. 즉 우주의 모든 항성과 행성은 끊임없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 이를 근거로 한다면 우주는 서로가 끌어당기는 힘으로 인해 한없이 수축하며 작아져야 한다.

하지만 뉴턴의 이론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중력의 관계를 별개로 볼 때만 성립된다. 맥스웰 방정식으로 유명한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는 동일한 힘의 서로 다른 모습이며, 빛도 하나의 전파라는 이론을 세웠다. 이는 뉴턴의 이론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한 것이 바로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특수상대성 이론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은 빛의 속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동일하며,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1916년 다시 발표한 일반상대성 이론은 특수상대성 이론을 확장한 것으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중력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간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한 없이 복잡하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과 우주가 수축이 아닌 팽창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이론은 1929년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수축하기는커녕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증명됐다. 허블은 우주의 각 은하들이 사람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서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관측한 것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팽창해 가는 우주의 처음은 무엇이냐는 원초적인 의문이 발생한다. 모든 방향으로 팽창하고 있는 우주를 역(逆)으로 추적해 간다면 최초의 한 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이 떨어진 중심으로부터 동심원의 파문이 퍼져나가게 된다. 이 파문을 역으로 추적해 간다면 돌이 떨어진 중심점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 이는 2차원적인 이해이지만 3차원의 공간적 개념으로 볼 때 역시 팽창을 역으로 추적하면 한 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게 된다. 최초에 한 개의 점으로부터 시작한 우주, 이것이 바로 빅뱅이론의 핵심이다.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 중 블랙홀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지구가 빨려들어가는 등의 재앙은 발생하지 않는다.

빅뱅이론이란 진공상태의 한 점으로부터 대폭발을 일으켜 지금의 우주가 생성됐으며, 이 폭발의 여파로 수소, 산소, 철과 같은 각종 물질이 생겨났다는 것. 물론 은하, 태양계, 그리고 지구와 인류도 이로부터 비롯됐으며,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팽창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빅뱅 이전의 진공이란 단순히 공기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상태를 말한다. 물론 빅뱅 이전의 상태가 인류가 알지 못하는 물질, 예를 들어 현재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Dark Matter) 또는 다른 물질이 존재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빅뱅 이전의 단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있다.

■ 힉스입자 확인의 의미

그렇다면 또 다시 새로운 의문을 가지게 된다. 빅뱅 이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빅뱅 이후에는 빛, 시간, 공간, 그리고 질량을 가진 물질이 생겨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은 빅뱅 이전이 아니라 바로 빅뱅이 일어난 직후의 상황을 알아내려는 것이다.

일반적인 과학상식으로 본다면 모든 물질을 잘게 쪼개기 시작하면 분자, 원자, 전자 등의 단위로 작아지게 된다. 과학자들은 모든 물질은 소립자에 의해 구성돼 있으며, 물질은 6쌍의 페르미온(물질입자 또는 구성입자)과 4개의 보존입자(힘입자 또는 매개입자)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빅뱅이론과 이들 소립자간의 관계를 통해 과학자들은 우주 생성의 표준모델을 만들었으며, 이 표준모델에 따르면 페르미온과 보존입자는 저마다 대칭적인 짝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짝이 맞아 떨어져야만 이 표준모델이 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 표준모델에 따라 각각의 소립자들을 실험적으로 발견했지만 아직까지 발견해 내지 못한 것이 바로 힉스입자다. 힉스입자가 중요한 것은 바로 빅뱅 이후 소립자들의 질량을 결정하는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인류의 과학적 지식에 따르면 빛을 제외하고는 질량이 없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최초의 우주에 이미 질량을 가진 물질이 있었다면 빅뱅이론은 붕괴된다. 반대로 질량이 없다면 우주는 생성될 수 없다.

결국 무(無)의 상태에서 빅뱅을 통해 질량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며, 이를 증명해주는 것이 바로 힉스입자다.



힉스입자가 발견된다면 빅뱅 이후 질량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론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힉스입자를 실험으로 확인한다면 현재 우주 생성의 표준모델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은 두개의 양자를 서로 반대의 방향으로 충돌시켜 수많은 소립자들이 부서져 나오도록 하고, 이 소립자를 분석함으로서 힉스입자를 검출하겠다는 것이다.

■ 블랙홀 생성에 대한 우려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두 번째 목표는 블랙홀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고 정의했다. 이는 어떤 물질이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질량은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무거워진 질량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중력이 하나의 틀 안에서 서로 다르게 표출되는 것이라는 상대성 이론을 역으로 해석하면 엄청난 중력을 가진 고밀도의 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 별의 주위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곧 블랙홀(Black Hole)을 의미한다.

아인슈타인은 이론적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했다. 이후 1913년 미국의 천문학자 러셀은 ‘40에리다니 B’라는 별을 발견했는데, 이 별은 1㎤의 무게가 1톤 이상이나 되는 백색 왜성이었다. 1969년 미국의 물리학자 호일러는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천체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이 엄청난 중력의 힘으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빛을 빨아들이며 왜곡시킨다고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또한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양자는 막대한 에너지와 질량을 가지며, 충돌하는 순간 시공간을 왜곡하는 블랙홀이 생성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블랙홀이 생성되는 순간 지구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며 붕괴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호킹복사’에 의해 블랙홀이 생성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1974년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에 따라 블랙홀의 주변부에서는 대칭성에 따라 흡수된 입자만큼의 반(反) 입자가 방출되고, 이로 인해 급격히 세력이 약화된 블랙홀은 순식간에 증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호킹복사는 크기가 작은 미니 블랙홀에는 잘 맞아떨어지는 이론이다. 실제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크기가 작은 미니 블랙홀이 순간적으로 발생한다고 해도 호킹복사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블랙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난달 10일 실행된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은 아직 양자 간의 충돌실험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가속기 내에서 양자를 발생시키는 실험만을 수행했을 뿐이다. 이를 가속시키고 충돌시키는 실험은 올해 말이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호킹 박사의 냉소적 반응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이 진행되기 하루 전 스티븐 호킹 박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힉스입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는데 100달러를 걸었다”며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거대강입자가속기의 에너지는 세계에서 가장 세고, 힉스입자를 발견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며 “이번 실험에서 힉스입자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훨씬 신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호킹 박사는 왜 이처럼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이는 현대물리학의 발전과정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현대물리학은 수학과 공식 등으로 이뤄진 이론이 만들어진 이후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실험적으로 증명되며 발전돼 왔다.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에서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힉스입자를 직접 검출함으로써 현대 물리학의 표준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것인데, 만약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에서 힉스입자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현대물리학의 표준모델을 다시 써야 한다. 그렇지 않고 표준모델을 그대로 신봉한다면 현재의 거대강입자가속기보다 더욱 거대한 실험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거대강입자가속기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힉스입자 외에 더 이상의 것은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의 표준모델은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에 대한 내용은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즉 힉스입자의 발견을 통해 표준모델은 완성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우주의 비밀과는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호킹 박사의 냉소적 반응은 다소 반어적으로 들린다. 즉 힉스입자의 발견에 실패함으로써 기존 물리학이 이룩한 표준모델이 붕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하가 흩어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를 찾아내려는 기대는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더 신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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