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차체와 높은 수압으로 말미암아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도 자동차의 문을 쉽게 열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강물 추락 사고에서 이 같은 이유로 아까운 인명이 희생된 사례들을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지난 1995년 대우자동차에 근무 중이던 심 모씨는 이 같은 위급 상황에서 운전자의 안전한 비상탈출을 도와주는 ‘차량용 비상탈출 장치’를 개발, 특허에 도전했다.
출원인의 이 장치는 차량 내부의 루프 라이닝에 부착된 특수 파괴 추와 이를 구동시키는 기어, 그리고 이 기어의 작동을 명령하는 레버로 구성돼 있다. 운전자가 레버를 당기면 즉각 기어가 움직이게 되고, 그 동력으로 파괴 추가 빠르게 회전하며 측면 유리를 파괴하게 된다. 강물 추락 등 자동차가 물속에 빠졌을 때 문을 열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손쉽게 탈출통로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출원인은 또 물속이 아니더라도 차량이 전복돼 문이 열리지 않거나 차량 내부에 화재가 발생해 즉각적인 탈출이 필요할 때도 이 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장치는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이 가미된 것은 아니지만 비상탈출 실패로 생기는 아까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효용성이 예견되는 아이템이다. 단지 에어백이나 차체자세제어장치(VDC) 등의 안전장치들에 비해 범용성이 낮다는 게 흠이다.
이 때문인지 출원인은 특허청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등록료를 납부하지 않아 특허등록이 자동 소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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