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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포집해 지하에 영구 저장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원하는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 없겠지만 현재의 산업구조를 염두에 둔다면 발생량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잉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지구환경에 대한 영향 없이 가두어둘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지하에 영구히 저장하는 것이다.

현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약 32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킨다는 권고안을 제시한 상태다.

이 같은 감축 목표 중 20% 이상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이 바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이다. 이미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나 해저에 저장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는 2010년께 육상지역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실험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2015년부터는 동해 가스전이 있는 고래-5 구조 등에 대한 이산화탄소 저장 실험이 추진될 예정이다.

■ 부지 선정이 중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장호완)은 올해부터 독도 남쪽 울릉분지를 대상으로 한 최적지 분석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지하 1km 깊이에 이산화탄소를 고속으로 저장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물론 이 같은 해저 저장 실험에 앞서 육상 저장 실험도 추진된다. 대상 지역은 유일하게 저장 가능한 지질구조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 경북 포항 부근의 경상 분지.

사실 육상지역에 대한 파일럿 실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적지 선정이다. 이산화탄소를 영구히 저장할 수 있는 지질구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곳은 대형 암반과 같은 덮개 형태의 지질구조를 가져야 한다. 지진 등의 영향으로 쉽게 구조가 바뀌는 경우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순식간에 지상으로 방출돼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급증시키는 최악의 환경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폐 유전이나 폐 가스전이 이산화탄소 지하 저장을 위한 최선의 지질구조로 평가 받는다. 석유나 가스가 매장된 지질구조는 이미 수만 년간 안전한 상태를 유지해왔다는 의미며, 더욱이 덮개 형태의 암반이 자리 잡고 있는 지질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덮개 형태의 지질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는 석유나 가스가 생성되기 전에 외부로 누출돼 대량으로 남아있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 대수층 저장 기술 유력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은 우선 화력발전소 또는 제철소 등으로부터 포집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폐 유전이나 폐 가스전 등에 저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우선 1km 깊이의 지하 구조에 고온·고압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 그러면 기체도 액체도 아닌 초임계 상태인 이산화탄소는 지하 공간 상층부에 가스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이산화탄소는 이곳에서 액체 상태로 변화되거나 수백 년 이상 세월이 흐르면 지하 광물질과 결합해 암석 형태의 고체 상태로 변하게 된다.



폐 유전이나 폐 가스전이 아닌 물로 채워진 대수층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은 상태로 저장된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는 특성을 고려할 때 공간이 한정된 폐 유전이나 폐 가스전보다는 활용 공간이 보다 큰 대수층에 대한 저장 기술 개발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육상저장 실험을 통해 저장기술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나면 곧바로 해저에 대한 대량 저장 실험에 나서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가스가 생산되는 동해 ‘고래-5 구조’ 또는 가스층은 발견됐지만 매장량이 적어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고래-1구조’, 그리고 ‘돌고래 구조’ 등을 대상으로한 이산화탄소 대량 저장 실험을 추진한다는 것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장기 목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온실가스 지중저장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박용찬 박사는 “국내 제철산업의 주역인 포스코의 경우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 중 10%인 7,000만 톤을 발생시키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포스코와 동해 가스전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만일 동해 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실증 실험을 할 경우 저장하려는 지역의 해상에 시추선 형태의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 시설을 통해 가스층 또는 대수층에 수km 깊이의 시추공을 뚫고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게 된다.

■ 한국, 국제 공동연구 참여

국내에서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에 대한 연구가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지만 미국, 일본, 호주, 노르웨이 등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파일럿 실험을 수행해왔다.

호주는 연구기관인 CO2CRC를 중심으로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 공동으로 파일럿 실험인 ‘오트웨이(Otwa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 2km 깊이의 폐 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인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허대기 박사 팀이 국제 공동연구로 참여하고 있다.

오트웨이 프로젝트는 오는 2009년까지 1단계로 약 3,800만 달러를 투자해 1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예정인데, 이미 지난 4월부터 하루 350톤의 이산화탄소가 주입되고 있다. 2단계는 2,000만 달러가 투자돼 폐 가스전이 아닌 지하 대수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노르웨이의 ‘슬라이프너 프로젝트’, 알제리의 ‘인샬라 프로젝트’, 그리고 캐나다의 ‘웨이번 프로젝트’ 등은 가스전에서 가스를 뽑아 올리는 동시에 연간 1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프로젝트들이다.

일본 역시 지난해 나가오카 지역의 육상에 약 1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지진이 발생해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일본은 오는 2020년까지 연간 2,300만 톤, 2050년까지는 연간 2.2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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