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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희망을 찾는 우주생물학

우주생물학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르는 생명체를 찾는 학문이다.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가 존재하고, 각 은하에는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이것도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의 개수에 한정할 때의 얘기다.

그 속에 존재하는 행성이나 위성까지 합하면 별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우주생물학은 바로 이렇게 많은 별 중에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외계의 전파 신호를 수집하거나 탐사선을 보내는 등 우주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만한 외계의 답신이나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우주생물학자들은 우주 생명체와 만날 이상을 품고 저마다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엘리 애로웨이 박사는 지구 밖 어딘가에 있을 우주생명체와 소통하고자 전파망원경에 잡히는 전파 신호를 감지하는 외계문명탐사(SETI) 연구소의 연구원이다.

SETI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의 소망은 지구 밖의 지적 문명으로부터 확신할 수 있을만한 메시지를 받아내는 것이다.

마침내 1997년 엘리 박사는 우주로부터 놀라운 신호를 받았다. 그 신호 속에 들어있던 암호를 해독한 결과 그 암호는 일종의 우주선 설계도면이었고, 그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항행장치를 완성한다.

엘리 박사는 이 항행장치를 타고 우주 간 웜 홀을 통해 우주여행을 하며 우주 생명체를 만난다.’ 이것은 칼 세이건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콘택트’의 줄거리다.

물론 엘리 박사는 소설 속의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주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많은 연구원들이 SETI 연구소에서 밤낮으로 전파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인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 로봇팔로 화성 토양을 채취,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 우주생물학의 영역

우주생물학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르는 생명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실험 재료인 우주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실험은 주로 ‘어떻게 하면 우주 생명체 혹은 생명현상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주생물학은 천문학, 지구과학, 화학, 우주과학, 공학, 생물학 등이 어우러진 학문이다. 다양한 학문 배경을 가진 이들이 우주 생명체에 대한 공통의 호기심으로 모여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생명체는 어떤 조건에서 존재하는가와 같은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여기에는 지구밖에도 생명체는 존재하는가, 우주 생명체는 과연 어디에 존재할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도 포함된다. 이밖에도 우주공간이 지구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이나 우주여행을 할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생물학적인 문제도 우주생물학에서 다루고 있다.

우주 생명체의 신호를 찾는 연구와 우주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연구를 중심으로 우주생물학을 들여다보자.

우리 우주에는 은하들이 약 1,000억 개 정도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각 은하에는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고 하니 우리 우주에는 약 10²²개의 별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의 개수고, 그 속에 존재하는 지구와 같은 행성이나 위성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을 것이다.

우주생물학은 이렇게 많은 행성이나 위성 중에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행성(또는 위성)의 조건은 적당한 온도와 중력이다. 너무 낮거나 높은 온도에서는 생명현상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중력이 너무 작다면 대기가 있을 수 없고, 반대로 중력이 너무 크다면 중력을 이기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우주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물’이다.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생명체는 액체 상태의 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물론 물 이외의 다른 용액에도 우주생물학자들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우주 생명체의 신호

우주 생명체를 찾기 위해 어떤 이들은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잡는데 주력한다. SETI로 알려진 이 연구는 1960년 미국의 천문학자 드레이크에 의해 시작됐다.

드레이크 박사는 우주 생명체들도 주요 통신수단으로 전파를 사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대형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을 사용, 지구와 같은 행성계를 가졌다고 생각되는 별들로부터 발산되는 전파를 수신하는데 주력했다.

SETI는 직접 탐사선을 보내는 방법 외에 우주 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알려져 대규모 SETI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 SETI 연구소의 ‘피닉스 프로젝트’, 하버드의 ‘베타’, 호주의 ‘SETI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다.

지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지속된 피닉스 프로젝트의 경우 푸에르토리코 북서쪽 아레시보 마을 근처에 있는 지름 305m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사용했다. 이곳에서 수집된 전파 데이터는 ‘SETI@home’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된 전 세계 수백만 대의 PC를 이용, 분석됐다.

가장 최근에 가동된 전파망원경은 미국 UC 버클리 대학과 함께 운영하는 앨런 전파망원경(ATA)이다.

ATA는 2007년 캘리포니아 래슨 피크 북부에 있는 케스케이드 산맥에 설치됐는데, 42개의 전파 접시안테나로 시작해 총 350개로 구성될 예정이다.

물론 24시간 작동된다. ATA는 각각의 지름이 6.1m에 불과하지만 350개의 안테나가 합쳐져서 지름 100m의 망원경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일본은 전파망원경을 위성에 실어서 지구궤도에 올려놓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구상중인데, 이렇게 되면 위성의 지구 궤도만큼 지름을 갖는 전파망원경이 탄생하게 된다. NASA와 독일우주항공국은 보잉 747SP를 개조한 우주선에 반사망원경을 탑재, 관측하는 SOFIA를 추진 중에 있다.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행성은 우주 생명체를 담은 선물상자와도 같다.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의 천문위성 ‘코롯’은 이 선물상자를 찾기 위한 행성 발견 전용 위성이다.



이 위성은 항성과 행성간의 일식 현상에 따른 미세한 빛의 감소를 감지해 지름이 지구의 1.5배에 불과한 작은 행성까지 찾아낼 수 있다. 2007년부터 탐사 임무에 돌입한 코롯은 이미 새로운 행성을 발견해 냈다.

칠레 소재 라시야 우주망원경에 부착된 고해상도 전파행성추적(HARPS) 장치로 5년간 외부 행성을 추적해 온 한 연구팀은 3개의 태양계에서 5개의 지구 유사 행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제2의 지구를 찾는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NASA는 2009년 일식 감지 위성 ‘케플러’의 발사를 준비하고 있고, 유럽우주기구(EPA)도 2015년 이후 ‘다윈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행성 탐사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는 목적은 단지 우주 생명체를 찾는 데만 있지 않다. NASA의 수장이었던 댄 골딘은 연설문에서 우주탐험에 대한 목적 중 하나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의 네 번째 목표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이 거주할 만한 곳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먼 미래에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할 때 지금의 연구가 빛을 발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21세기의 신대륙, 화성

화성은 가장 많은 탐사선이 방문했고, 인류가 직접 방문할 가능성이 가장 큰 행성이다.

1976년 바이킹 1, 2호를 화성에 연착륙시킨 미국은 1997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패스파인더를 화성에 안착시켰다. 패스파인더에는 소저너라는 탐사로봇이 실려 있었는데, 소너저는 1만 장 이상의 화성표면 사진과 400만 가지 이상의 화성 대기, 기상 정보를 수집해서 지구로 전송했다.

2004년 1월 화성에 착륙한 쌍둥이 탐사선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모래 먼지와 영하 140°C에서 영상 20°C를 넘나드는 거친 환경 때문에 3개월 정도 버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2008년 5월 화성의 품에 안긴 NASA의 화성 탐사로봇 피닉스의 사명은 생물의 흔적을 찾고, 화성의 기후와 지질 정보를 수집하며, 앞으로 인간이 직접 화성을 탐사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피닉스는 화성의 흙을 채취하고, 성분을 분석했다. 그런데 이 흙은 지구 가정집 뒤뜰의 흙과 비슷한 알칼리성을 띠고 있으며, 아스파라거스나 완두콩, 순무 등을 키울 수 있을 정도의 마그네슘과 나트륨, 칼륨, 염화물 등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피닉스가 채취한 토양 표본을 고온으로 가열해 증발하는 기체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수증기를 찾아냈다. 이는 화성의 흙에 물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생명체 구성 물질인 유기 탄소는 찾아내지 못했다.

화성탐사의 끝은 무인 탐사선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1961년 11월 인류 최초로 무인 탐사선을 화성에 보낸 러시아는 2020년 초까지 화성 탐사선을 제작하고, 2023~25년에는 화성 유인탐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 놓았기 때문이다.

유럽도 2025년까지 화성에 유인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고, 이에 뒤질세라 미국은 2037년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화성은 과연 21세기의 신대륙이 될 수 있을까.

인류는 외계의 전파신호를 수집하고 탐사선을 보내는 등 우주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 토성과 목성의 위성도 탐사

토성의 위성 탐사는 NASA와 유럽우주국(ESA) 및 이탈리아 우주국이 공동으로 개발해 1997년 발사하고 2004년 토성 궤도에 진입한 카시니호가 수행하고 있다.

카시니호는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를 50㎞ 거리에서 근접 비행하면서 남극의 열극지형에서 영하 93℃의 고온(토성의 다른 위성에 비해 고온)을 포착했다. 또한 간헐천의 수증기에서 메탄과 프로판, 아세틸렌, 포름알데히드 등 유기물 분자들과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등을 발견했다.

이것은 엔셀라두스에 비교적 높은 온도와 물, 유기화학 성분 등 생명체의 탄생에 필요한 3대 요소가 모두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구의 남극 얼음에서도 다양한 극한 미생물이 발견되면서 엔셀라두스와 같은 얼음 세계에 대한 희망이 한층 높아졌다.

카시니호가 보내온 영상 자료를 통해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북극권에서 바다로 추정되는 이미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것들이 액체 바다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이미지 형태와 짙은 색깔, 매끈한 표면은 액체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타이탄의 대기권 구름에 메탄과 에탄이 풍부한 것으로 볼 때 액체 바다도 메탄이나 에탄 성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일 타이탄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물 대신 메탄이나 에탄을 용매로 사용할지도 모른다.

NASA는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를 통해 목성과 그 위성들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다. 이중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 얼음 표면에 균열이 보였기 때문이다.

얼음에 있는 수백㎞ 길이의 균열은 얼음 표면 아래에 있는 액체에 의해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얼음 밑에 액체로 된 바다가 존재하며, 일부 지역의 경우 얼음의 두께가 얇아 그 밑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구의 경우도 남극 동쪽 지역의 얼음 아래에 보스토크 호수가 있는데, 이것은 유로파 얼음 표면 아래에 있는 호수와 가장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스토크의 차갑고 어두운 수중에도 생태계가 존재한다면 유로파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류는 우주의 지적 생명체로부터 이렇다할만한 응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는 우주 생명체를 찾고 있는 우주생물학은 매우 막연하고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허황되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앨리 박사가 자신의 믿음과 이상을 품고 항행 장치를 완성해 우주 탐험에 나선 것처럼 수많은 우주생물학자들이 우주 생명체를 만날 이상을 품고 오늘도 저마다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글_이유경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yklee@kop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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