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꿀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꿀벌의 실종에 대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휴대폰 사용 증가에 따른 전자파의 영향,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 그리고 태양풍 증가와 지구 자기장 약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꿀벌의 실종은 여러 가지 추측성 분석과 맞물리면서 2012년 지구 대재앙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 꿀벌의 군집붕괴현상 나타나
꿀벌의 실종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꿀벌, 그 중에서도 꿀을 수집하고 애벌레를 키워야 하는 일벌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 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으로 부르고 있다. 군집붕괴현상이란 특정 군집에서 바이러스나 집단적인 이상 등으로 군집 전체가 일시에 붕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을 일으킨 원인을 알 수 있다면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은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만약 집단적인 질병에 의한 것이라면 벌통 안에 다수의 꿀벌 사체가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사례의 경우 본능적으로 꿀을 따고 애벌레를 키워야 하는 일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다시 말해 꿀을 채집하기 위해 꽃을 찾아 나선 꿀벌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휴대폰 사용 증가에 따른 전자파의 영향이 있다. 꽃을 찾아 나섰던 꿀벌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늘어난 전자파로 인해 꿀벌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지 못한다는 것.
통상 꿀벌은 애벌레에서 고치를 거친 뒤 20일이면 성체가 되고, 약 40일간의 생존기간을 거친다. 암컷인 일벌들은 생존기간 중 꿀을 채집하고, 애벌레를 키우는데 자신의 생을 모두 바치게 된다. 이는 절대적인 본능에 따른 것으로 여왕벌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군집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꿀을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자신의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다.
꿀벌들은 보통 2~4km까지의 비행을 통해 꿀을 채집하고 돌아온다. 이 때문에 자연이 만들어준 체내의 나침반을 이용, 길을 찾는다. 즉 꿀벌은 배 아래쪽에 있는 극소량의 자철석이 자석 역할을 하며 태양과의 방향, 체내의 나침반, 지구 자기장 분포 등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 곳곳에 넘쳐나는 전자파로 이 같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이곳저곳 헤매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는 게 전자파에 의한 꿀벌 실종 주장의 골자다.
꿀벌의 실종에 대한 또 다른 원인으로는 꿀벌에 붙어사는 기생충인 바로아 응애(Varroa mite)의 증가 및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도 거론되고 있다. 바로아 응애는 꿀벌의 기관지에 서식하면서 흡혈하는 기생충이다.
각종 바이러스에 내성이 강하도록 살충 처리된 유전자조작작물(GMO)의 증가도 원인으로 꼽힌다. GMO 작물의 꿀이나 꽃가루는 정상적인 꿀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특정 바이러스나 바로아 응애 등의 기생충이 있는 경우에는 꿀벌들을 사망하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네오 니코티드 계열의 살충제 사용 증가가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성분의 살충제는 인간에게 무해하다. 하지만 이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꿀이나 꽃가루를 먹은 애벌레들에게는 일종의 신경 독으로 작용, 성체로 자란 후에는 방행감각을 상실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꿀벌의 실종과 관련해 여러가지 추측과 분석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지금도 미스터리한 실종이 계속되고 있다.
■ 꿀벌 실종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언급
꿀벌의 실종과 관련된 추측과 분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여전히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24개 주에서는 평균 25%의 꿀벌이 사라졌고, 심한 곳은 70%까지 실종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물론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꿀벌이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 전체 벌통의 50%에서 상당수의 꿀벌들이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지에서 여왕벌과 애벌레들은 남아 있지만 이 군집을 유지할 일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다른 대형 곤충의 습격 또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체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아인슈타인의 평범한 발언은 음모론이 만들어지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과거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에 인류는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물론 이 발언은 음모론적인 위기설과는 무관한, 어디까지나 과학적 사고에 따른 것이다.
현재 인류에게 식물은 매우 중요한 식량 자원이며, 전 세계 식물의 3분의 2 이상은 곤충을 매개체로 수분이 이뤄진다. 특히 곤충이 있어야만 번식이 이뤄지는 충매화에 있어서 약 80%는 꿀벌이 이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꿀벌이 사라지면 곤충을 매개로 번식이 이뤄지는 식물의 대부분이 사리지게 되고, 결국 인류도 멸망하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꿀벌이 멸종하더라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 과학으로는 유전자 조작이 이뤄진 다른 곤충으로 꿀벌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거나 또 다른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들판의 이름 모를 식물 대부분은 사라질지라도 꿀벌의 실종으로 인해 인류가 완전히 멸망하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음모론자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꿀벌의 실종과 아인슈타인의 과학적인 예언, 그리고 2012년 지구 대재앙 설(說)을 결합해 새로운 지구 위기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
꿀벌의 실종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중반. 여기에 4년을 더한다면 2011년이 된다.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2011년은 2012년 지구 대재앙의 밑그림이 마무리되는 시기다.
▼ 꿀벌이 멸종하더라도 인류까지 멸망하게 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겠지만 아인슈타인의 예언과 맞물려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 태양풍 증가 따른 지구 혼란
2012년 지구 대재앙설과 관련해 비교적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태양풍 증가로 인한 지구 혼란이다.
태양풍은 태양으로부터 지구를 향해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우주 방사선을 말하는데, 현재는 지구 자기장으로 인해 안정적인 수준의 우주 방사선만이 대기권을 통과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풍은 평균 11년을 주기로 극대화되고 있는데, 오는 2012년이 바로 그 같은 시기라는 것.
실제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해양대기청(NOAA) 산하 우주환경센터는 지난해부터 ‘오는 2012년 슈퍼 태양풍이 지구를 강타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해왔다.
강력한 태양풍이 지구로 향하게 되면 우주 궤도상에 있는 각종 인공위성의 전자장치를 파괴하게 된다. 또한 대기권을 통과하는 자외선의 양이 급증할 경우 식물은 말라죽고 인간을 포함한 각종 동물도 우주 방사선과 강한 자외선으로 피부화상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난 9월 NASA는 ‘최근 한 달간 태양의 흑점이 사라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태양 표면의 흑점은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 어둡게 보이는 현상인데, 통상 태양의 활동이 강할 때 많이 관측된다. 다시 말해 흑점이 사라지는 현상은 태양의 활동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음모론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태양 활동 약화가 아니라 2012년 대재앙을 앞둔 전주곡이라고 주장한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태양의 활동이 급격히 약화된 상태가 내년까지 이어지다가 그 이후부터는 일종의 반작용으로 태양 활동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
바로 이 같은 시점이 2012년인데, 지구의 대기권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강력한 태양풍을 지구로 쏟아 부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지구 자기장 약화 또는 역전
지구 자기장의 약화 또는 역전도 지구 대재앙과 관련한 단골 소재다. 통상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자석에 비유된다. 자석의 주변에 철가루를 뿌려 놓으면 N극과 S극을 중심으로 흩어지게 되는 것과 같다. 물론 형태는 반원형이다.
지구는 북극(N극)과 남극(S극)에서 나오는 자기장의 힘이 있으며, 이 자기장의 힘으로 인해 태양풍과 같은 우주 방사선을 막는다. 문제는 이 지구 자기장이 꾸준히 약화되고 있다는 것.
미국의 지구물리학자인 게리 글라츠 마이어는 화산암과 고대 도자기속의 철 성분 연구를 통해 약 300년 전부터 지구의 자기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 자기장의 약화는 태양풍과 같은 우주 방사선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못한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지구 자기장의 발생이 지구가 자석 성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지구 지각구조 밑에 있는 핵이 회전함으로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원인을 알 수 없는 지구 자기장의 약화는 지구 핵의 움직임에 어떤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이는 지구 자전이 멈출 수 있다는 의미와 같은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꿀벌실종이 급증한지 4년이 지나는 2011년을 2012년 지구 대재앙의 밑그림이 마무리되는 시기라고 주장한다.
또한 완전히 멈추지는 않더라도 지구의 극성이 바뀌는 자기장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일시적으로 지구의 자전이 멈추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일시적이라는 의미는 하루 이틀의 의미가 아니나 자전속도가 늦춰지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완전히 멈추었다가 다시 돌기 시작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지구의 자전이 멈추면 태양을 향한 쪽은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야 하며, 반대쪽은 영하 수백℃의 기온 급강하를 견뎌야 한다. 물론 낮과 밤의 변화도 없이 지역에 따라 영원한 낮과 밤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처럼 하나의 행성에서 벌어지는 극한적인 기후 격차는 공기의 흐름과 해류의 이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떠한 기후 현상이 발생할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꿀벌의 실종과 아인슈타인의 예언, 그리고 2012년 지구 대재앙설로 연결되는 음모론이 과연 상호 연결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별개의 사건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지금 인류는 과학의 힘으로 모든 것을 알아낸 것처럼 행동하고,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신(神)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하지만 꿀벌의 실종에 대해서도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음모론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는 아마도 ‘지구’라는 이름의 둥지가 인류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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