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기술자가 레버를 조작하자 광섬유를 따라 파란 빛이 쥐의 뇌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어슬렁거리던 쥐는 갑자기 빠르게 원을 그리며 뛰었다. 디서로스는 “우리가 켠 파란 빛이 쥐의 뇌 속 신경회로를 작동시켰기 때문”이라면서 “빛을 차단하면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디서로스는 쥐의 외부에서 명령을 내려 행동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결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빛에 민감한 단백질인 채널로돕신에 있다. 해조류는 박사 후 연구원들이 캘리포니아 해안의 하프 문 만에 가서 채취해 온다.
채널로돕신은 빛을 받으면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나트륨의 양을 조절하게 된다. 나트륨은 뉴런의 작동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디서로스는 쥐의 뉴런 속에 채널로돕신을 만드는 유전자를 합성해 넣음으로서 마치 전기스위치를 작동시키듯이 뉴런을 활성화 또는 비(非) 활성화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디서로스는 마인드컨트롤에 관심이 없다. 그는 오직 뇌의 작동 방식을 알고 싶어 할 뿐이다. 신경회로를 켜고 끌 때 각 신경회로가 어떤 행동을 제어하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칼이 처음으로 신경회로의 작동방식을 알아내 우리는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그는 “우리는 심장이 펌프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뇌가 어떤 방식으로 심장을 움직이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디서로스는 광섬유를 사용해 뇌의 뉴런 단위 활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을 도울 것이다. 듀크 대학의 신경생물학자 조지 어거스틴은 “칼이 처음으로 신경회로의 작동방식을 알아내 우리는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면서 “과학자들은 100년 이상 그것을 알아내려고 노력했지만 칼 덕분에 뇌 연구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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