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배출에 성공한 뜻 깊은 해다. 주인공인 이소연씨는 지난 4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제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10일간 다양한 과학실험을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이는 분명 20년도 되지 않은 국내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일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년에는 아예 대한민국의 우주항공 이력서를 다시 써야 할 만큼 획기적인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국산 위성발사체가 우리 손으로 만든 위성을 싣고 우리 땅에서 창공을 가르며 우주로 쏘아 올려지는 장면을 지켜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내년 2·4분기 중 제1호 국산 위성발사체 KSLV-1(Korea Space Launch Vehicle-1)이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를 품에 안고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발사체의 개발과 시험, 발사 분야는 우주 선진국들이 다른 나라로의 기술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전략적 기술로서 이번 발사에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될 전망이다.
KSLV-1의 발사가 성공리에 완수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중국·인도에 이어 4번째로 인공위성의 자력 발사에 성공한 국가로 등극하게 된다. 특히 미래 우주개발시대에 대비,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튼튼한 발판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 추력 170톤급 2단형 발사체
지난달 16일 최초 공개된 KSLV-1은 과학기술위성 2호가 탑재될 상단부와 이를 우주까지 올려놓는 추진체 역할을 하는 하단부 등 2단형 발사체로 설계돼 있다. 전체 길이는 상단부 7.7m, 하단부 25.8m를 포함해 총 33.5m다. 직경은 2.9m, 총 중량은 약 140톤에 이른다.
이중 상단부는 KSLV-1 개발의 주관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주도로 160여 개 사에 이르는 국내 기업들이 참여해 독자 개발해 냈고, 하단부는 러시아에서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
하단부의 제작을 러시아가 주관하는 것은 이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우주연구원은 하단부의 연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KSLV-1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KSLV-2부터는 발사체 전체를 국내 기술로 직접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기관의 경우 하단부는 등류 연료와 액체산소 산화제를 사용하는 170톤급 추력의 액체추진기관 1기가 채용돼 있다. 또한 특정 고도에서 하단부가 분리된 뒤 위성을 목표지점까지 운송할 상단부에는 고체연료 HTPB(Hydroxyl Terminated Poly Butadiene)로 구동되는 추력 8톤급 킥 모터(kick motor)가 장착돼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두 추진기관의 추진제로 쓰이는 등유, 액체산소, HTPB의 무게가 전체 KSLV-1 중량의 92.8%에 해당하는 130톤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위성 2호가 99.4kg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그만큼 우주에 무언가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많은 연료와 추진력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본격적인 지상테스트를 앞두고 우리가 만든 상단부 인증모델(QM)과 러시아에서 지난 7월 공급받은 지상검증용기체(GTV; Ground Test Vehicle)를 결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GTV는 KSLV-1 발사장의 지상 장비와 발사준비 과정을 인증하기 위한 일종의 가상 발사체다. 비행 능력만 없을 뿐 실제 하단부와 외형 및 기능이 동일해 발사직전 단계까지의 성능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사업단의 조광래 단장은 “KSLV-1의 발사 성공을 위해 이번 GTV를 포함, 약 4~5기의 하단부를 사용해 각 단계별로 완벽한 테스트를 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상단부도 10기를 제작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 ‘D-0’, 카운트다운 돌입
항공우주연구원의 계획대로 모든 준비 작업이 차질 없이 전개되면 전 세계는 내년 2·4분기의 어느 날 KSLV-1이 거대한 불길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발사일이 확정된 후 첫 단계는 나로우주센터의 발사체 종합조립동에 보관돼 있던 KSLV-1을 발사대로 옮기는 것이다. 이후 발사 24시간 전 누워있던 발사대가 수직으로 세워지며, 14시간 전이 되면 각종 전자장비의 점검과 추진제 주입, 고압가스 충전 등이 이뤄진다.
그리고 발사 15분 전 자동발사 기능이 작동돼 버튼을 누르는 즉시 발사될 수 있는 상태에서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게 된다.
KSLV-1의 발사 여부 결정은 발사대로부터 2km 가량 떨어진 발사지휘소(MDC)에 있는 발사책임자의 몫이다. 이 발사책임자는 KSLV-1과 발사대의 상태, 그리고 기상 상황 등 모든 정보를 취합해 발사 명령을 내린다.
이렇게 발사가 이뤄지면 KSLV-1은 25초 동안 수직 상승한다. 그리고는 정남쪽에서 동쪽으로 10° 가량 방향을 틀어 일본 오키나와 상공을 향한다. 과학기술위성 2호를 띄울 지점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이른바 킥턴(kick turn) 단계다.
물론 오키나와를 향한다고 일본 영공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일본 영공에 도달할 때쯤이면 KSLV-1의 고도가 국제관례상 영공으로 보지 않는 지상 100km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륙 후 225초가 흐르면 고도가 164km까지 상승하는데, 이 지점에서 위성을 덮개처럼 보호하고 있던 발사체 최상단의 노즈 페어링(nose fairing)이 분리된다. 그리고 11초 후에는 하단부의 액체엔진 연소가 종료되고, 다시 2초 후에는 상단부와 하단부가 완전히 분리된다. 이후에도 상단부는 하단부 엔진이 제공한 힘으로 계속 상승하게 되며, 하단부와 분리된 지 2분37초가 지난 고도 292km 지점에서 킥 모터가 점화돼 67초간 추진력을 제공한다.
과학기술위성 2호의 분리 시점은 발사 후 540초가 되는 순간으로서 할 일을 마친 상단부는 호주 인근의 바다로 추락한다.
이처럼 KSLV-1의 도움으로 우주로 올라 간 과학기술위성 2호는 발사된 지 40여분 뒤에 남극을 돌아 지구 반대편에서 고도 300km의 지구 저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KAIST 인공위성센터가 위성 본체와 부 탑재체를,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주 탑재체를 개발한 과학기술위성 2호는 지난 2002년부터 총 136억 원을 들여 제작된 것으로 2년간 주 임무인 기상관측을 수행하게 된다.
크기는 드럼 세탁기와 유사한 689.4mm ×616.7mm×898mm 정도며, 기상관측용 마이크로파 라디오미터인 ‘드림(DREAM)’를 장착하고 있다.
마이크로파 라디오미터는 전자파를 발사해 물체에서 방사되는 마이크로파 대역의 자연에너지(잡음신호)를 초광대역, 저잡음, 고감도 수신기를 통해 수신, 그 물체의 밝기 온도를 검출하는 장치다.
특히 과학기술위성 2호에 탑재된 드림은 23.8㎓와 37㎓의 2개 주파수로 대기의 수증기 양이나 구름 속의 수분 함량, 해양풍 등을 측정할 수 있다.
■ 첫 발사에 성공할 확률 30%
내년에 KSLV-1의 발사가 성공하는 것은 국내 우주항공학계를 떠나 모든 국민이 바라마지 않는 일이다. 이 염원이 실현돼 위성의 자력발사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유·무형의 이득을 누릴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기술이전이 쉽지 않은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이 안보·전략적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발사체 관련기술이 첨단 대형시스템 기술인만큼 국내 관련 산업계에 파급되는 기술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우리의 우주항공 기술력을 공인받게 되면서 향후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우주개발 공동 프로젝트에의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이며, 이는 곧 우리나라의 우주항공기술 발전 속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다가 우주항공기술은 한 국가의 과학기술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국가 위상 증대 및 신뢰도 향상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의 말을 빌리자면 전 세계적으로도 첫 발사에서 성공할 확률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실제 지금까지 우주 발사체를 자체 개발해 인공위성의 자력 발사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등 8개국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의 기쁨을 맛본 것은 러시아(구 소련), 프랑스, 이스라엘 등 3개국뿐이다.
특히 브라질은 위성 발사체 및 인공위성의 개발, 우주센터의 건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인공위성의 자력 발사가 얼마나 힘겨운 도전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브라질은 이미 지난 1997년부터 총 3차례나 우주 발사체 발사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1차 시도에서는 발사 직후 공중 폭발했으며, 2차 시도에서는 발사체가 예정된 경로를 이탈, 원격 폭발됐다. 지난 2003년 세 번째 시도에서도 발사 3일전 알칸타라 발사장이 폭발하는 대형사고가 발생, 아직도 발사체 기술 보유국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현 상황에서 KSLV-1이 첫 발사에 성공한다고 확신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KSLV-1을 위해 최대 3차례의 발사 계약을 체결한 것도 실패를 염두에 둔 조치다.
두 번째 발사는 첫 번째 발사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9개월 후 시도되며, 만일 두 번 모두 실패하게 될 때에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발사를 시도하는 형태다.
이와 관련, 조광래 단장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KSLV-1의 성공을 이끌어냄으로서 2017년으로 예정된 1.5톤급 저궤도 실용위성 발사체 KSLV-2의 개발과 발사에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우주개발시대를 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우주강국 도약의 첨병, 나로우주센터
지상검증용기체(GTV)와 상단부의 결합으로 KSLV-1의 발사가 가시권 내에 들어가면서 이를 발사하게 될 나로우주센터 또한 완공을 눈앞에 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사실 나로우주센터는 대한민국 우주기술 개발의 전초기지이자 KSLV-1의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아무리 우리 손으로 발사체를 만들었다고 해도 우주센터가 없다면 휘발유가 떨어진 자동차, 총이 없는 총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위성 자력발사라는 대명제를 구현하는 것도 불가능해 진다.
지난 2000년 12월부터 총 3,125억 원을 들여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일원 510만8,350㎡ 부지에 건설 중인 나로우주센터는 현재 8년간 이어져온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있다.
이미 발사 및 추진기관 시험시설, 발사체 조립 및 시험시설, 발사통제 및 비행안전시설, 지원·부대시설의 건설과 각종 장비의 설치를 마쳤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터는 우주센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발사대 시스템의 독립성능시험(AT)에 착수한 상황이다.
앞으로 4차례의 모의 비행시험과 발사장 전력 및 시설설비를 통합 시운전해 최종 점검한 뒤 발사안전통제 모의훈련을 거쳐 오는 12월 발사대 시스템의 AT가 완료되면 공식으로 준공하게 된다.
주요 시설로는 발사지휘소(MDC) 및 발사관제소(LCC)가 있어 발사체와 우주센터의 모든 정보가 취합되는 발사통제동, 액체추진기관의 성능시험과 최종시험을 담당하는 추진기관시험동이 있다. 또한 2㎿급 발전기 3대로 발사운용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발전소동, 최대 3,000km 거리까지 발사체를 추적하고 실시간 위치정보를 획득하는 추적레이더동 등이 있다.
이중 추적레이더동에는 발사체가 비행안전영역을 이탈하거나 정상적인 비행이 어려운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강제로 원격 폭파시킬 수 있는 비행종단지령장비(FTS)가 구비돼 있다. 이 장비의 최대 통신가능 거리는 약 1,200~1,500km다.
그리고 우주센터의 추적레이더와 함께 발사체의 위치를 추적하고 비행정보를 수신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추적소가 제주에 건설됐다. 또한 센터 주변과 발사체 비행경로 주위의 각종 기상관측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기상관측소도 인근의 마복산에 터를 잡았다. 이 같은 우주센터는 12개국에 26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상업용 발사장까지 있는 미국이 10개소로 가장 많고, 러시아가 4개소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또한 중국이 3개소, 일본이 2개소를 보유하고 있다. 올 연말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13번째의 우주센터 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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