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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업계, 개인 맞춤형 모델로 승부

조만간 탁월한 이동성과 강력한 성능을 무기로 한 노트북이 PC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 세계 PC메이커들은 내년 중 노트북의 수요가 데스크톱을 추월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트북이 데스크톱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컴퓨팅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초까지만 해도 가정에서는 오직 1대의 PC만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인터넷, 게임, 증권거래 등 컴퓨팅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PC, 즉 세컨드PC의 구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PC업체들은 물론 국내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PC메이커들도 노트북 전성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전략 및 전술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서브PC를 넘어 퍼스트PC로

전 세계 PC업계는 내년을 기점으로 PC시장에서 차지하는 노트북의 비중이 데스크톱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탁월한 이동성에 더해 데스크톱에 버금가는 성능, 그리고 넷북의 등장으로 야기된 저렴한 가격 등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노트북의 고속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PC의 모바일화 역시 노트북의 강세를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휴대폰은 점차 PC를 닮아가며 다양한 기능을 갖춘 모바일 멀티미디어 기기로 발전해 가고 있다. 특히 영화 한편을 수초만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무선인터넷 기술의 힘을 얻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무실과 가정에서 붙박이 가구처럼 여겨졌던 PC 역시 무선인터넷 기술에 힘입어 노트북으로 모바일화가 급격히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휴대폰과 PC의 경쟁구도 접점에 있는 것이 바로 노트북이다. 장기적으로 휴대폰과 경쟁을 벌이게 될 주체는 다양한 기종으로 분화된 노트북이라는 얘기다.

이와 달리 데스크톱은 지난 수년간 정체 또는 소폭의 퇴조 기미를 보이며 노트북에게 왕좌 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IDC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PC시장은 출하대수 기준으로 3억1,10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중 노트북은 1억4,820만대, 데스크톱은 1억6,320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노트북이 1억8,740만대로 1억6,660만대인 데스크톱을 처음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세계시장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이미 국내시장에서도 노트북의 돌풍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돼 PC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IDC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PC시장에서 데스크톱 판매량은 지난 2006년 313만8,000대에서 지난해 300만2,000대로 4.3% 감소한데 이어 올해에도 293만5,000대로 2.2%의 축소가 진행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트북은 2006년 116만8,000대로 100만대 고지를 돌파한 이후 전년도에 151만3,000대가 판매돼 29.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총 174만4,000대가 팔려 15.2%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PC시장 중 노트북의 비중은 2006년 27.1%, 지난해 33.5%, 그리고 올해는 37.2%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오는 2012년을 기해 노트북 시장이 데스크톱 시장을 능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데스크톱의 퇴조, 노트북의 약진이라는 시대적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4년경에 이르면 노트북이 서브PC라는 옷을 벗고 진정한 퍼스트PC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내 노트북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4·4분기 이후 노트북의 왕좌 찬탈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는 상태다.

■ 개인용 시장은 노트북이 대세

현재 국내 노트북 시장은 2강2중의 구도다. ‘센스’와 ‘엑스노트’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앞세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 점유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한국HP, 삼보컴퓨터가 10% 전 후반의 점유율로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도시바코리아, 델 인터내셔널, 소니코리아, 아수스코리아, 한국레노버, MSI코리아 등의 기업들은 5%대 이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중위권 진입을 위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데스크톱을 판매 중인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한국HP, 델 인터내셔널, 삼보컴퓨터, 한국레노버 등이다. 하지만 이들의 데스크톱 대 노트북 판매 비중을 봐도 노트북의 약진이 여실히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PC 판매량 중 노트북의 비중이 2006년 46%에서 2007년 64%로 늘어났다. 올해에는 75%까지 육박할 전망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데스크톱 사업을 국내에서만 전개하고 있어 노트북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국내 노트북 판매량이 33만8,000대, 47만7,000대, 32만1,000대(상반기)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노트북의 탁월한 성장성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LG전자 또한 국내 노트북 판매량이 2006년 23만3,000대, 2007년 30만5,000대, 2008년 1·4분기 12만대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전체 PC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노트북의 비중이 무려 70%선에 이르고 있다. 다국적 메이커인 HP의 경우 국내에서는 데스크톱 55%, 노트북 45%로 아직 데스크톱이 앞서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출하량은 노트북이 50%를 넘어선 상태다. 레노버는 국내와 전 세계 시장에서 모두 55:45의 출하량을 기록, 노트북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단지 삼보컴퓨터만이 유일하게 데스크톱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PC 가운데 데스크톱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되는데, 이는 이 회사의 PC사업이 데스크톱 수요가 월등히 많은 정부의 행정 전산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데스크톱 판매량 중에는 공공기관과 키오스크 공급용이 포함돼 있다”며 “순수 개인용 PC만 보면 이미 노트북을 퍼스트PC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폭넓은 라인업과 디자인으로 공략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미래의 노트북 전성시대에 대비,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대응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이들이 전개할 전략 및 전술의 핵심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라는 2가지 화두로 압축된다.



노트북은 휴대폰과 함께 IT기기 중에서도 사용자의 애착이 강한 아이템인 만큼 앞으로 개인별 맞춤화, 차별화 욕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욕구를 만족시키는 길은 각 소비자의 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폭넓은 제품 라인업과 개성 표현이 가능한 디자인인 만큼 이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막강 인프라를 활용, 경쟁사와 기술력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강조할 계획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디자인, 제품기획, 제조의 모든 과정을 일원화한 인하우스(in-house) 시스템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빠르게 읽어 업계 최고의 디자인과 품질로 특화시킬 예정이다.

또한 지난 9월 아톰 프로세서를 채용한 NC10을 출시, 넷북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처럼 UMPC, 미니노트북 등의 신규 시장을 개척함으로서 기술력 우위 확보와 매출 증진을 동시에 꾀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9월 넷북인 엑스노트 미니로 NC10에 맞불을 놓았던 LG전자도 최신 트렌드를 한발 앞서 적용, 국내외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편리한 AS 등을 이유로 국내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자사의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을 접목시켜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삼보컴퓨터 역시 LG전자와 같은 이유로 자사 브랜드인 에버라텍의 이미지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각 시리즈별로 색다른 디자인을 채택, 개성을 갖춘 나만의 노트북이라는 에버라텍의 이미지 메이킹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4시간 콜센터 운용, 노트북 전용 창구서비스 등 특화된 AS로 고객 신뢰 향상에 만전을 다할 방침이다.

■ 다국적 기업의 장점을 살려라

해외 메이커들도 기본 전략은 국내 기업들과 다르지 않다. 단지 세부적으로는 이동성, 기능성, 편의성, 친환경성 등 다국적 기업으로서 각사의 장점에 부합한 전술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HP는 메모리·CPU·그래픽카드 등 사양보다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HP는 현재 스티커형 스킨, 제품 고유의 파우치와 가방 등을 옵션 판매하고 있다. 이는 고객들이 세상에 하나뿐인 노트북을 가졌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동성 강화를 목표로 와이브로 등 무선 네트워크에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자체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고가의 비즈니스 제품에 적용됐던 ‘프로페셔널 이노베이션’ 솔루션을 일반 소비자 모델로도 확대해 내구성과 보안성 증진을 추진하고 있다.

소니는 자사의 바이오(VAIO) 노트북에 ‘지능’이라는 요소를 더해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한다는 쪽으로 소구점을 잡았다. 사양과 가격을 강조하는 최근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것. 성능 면에서는 블루레이, 풀 HD, 다이렉트 스트림 디지털(DSD) 스트리밍 기술 등 소니만의 독보적 AV기술을 적용한 진화된 모델로 차별화를 부여할 계획이다.

델은 고객들의 개인 맞춤화 요구에 부응, 디자인과 성능 모두에서 개성을 최대한 표현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커버에 더해 측면의 색상까지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의 부품을 고객이 직접 온라인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아수스는 Eee PC로 소형 노트북 시대를 열었던 경험을 앞세워 전 세계 노트북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특화된 제품으로 유저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특히 머지않아 IT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 것으로 판단, 친환경 소재와 구동방식의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올해 중 대나무로 만든 노트북을 국내에 런칭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업계 중 유일하게 프리미엄 모델만으로 경쟁사들의 융단폭격에 맞선다는 역차별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출혈경쟁이 예견되는 저가제품을 지양하고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것.

이외에 레노버는 전 세계 최고의 부품·인프라·인력 등을 제품 속에 녹여낸 월드소싱 전략, 그리고 MSI는 게임용·멀티미이어용·프리미엄형·보급형·저가형 등 용도별 맞춤화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 데스크톱의 종말 올까

이처럼 데스크톱 시장 퇴조와 노트북으로의 무게 중심 이동은 IT 전문가와 시장조사기관, 그리고 업계가 이견을 가지지 않는 흐름이다. 최근 TV에서 데스크톱 광고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는 좋은 사례다.

하지만 이 같은 노트북 시장의 확대가 노트북 업계에 마냥 좋은 효과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일고 있다.

지금의 노트북 붐이 넷북을 위시한 저가 및 초저가 노트북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평균 판매단가가 낮아져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 대세를 역행할 방법은 없다. 삼성전자가 넷북에서 착안, 아톰 프로세서를 장착한 인터넷 및 문서작업 중심의 실속형 데스크톱 BX100을 ‘넷탑(NetTop)’이라는 개념으로 출시한 것과 같이 업계 스스로 이 같은 한계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할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노트북의 데스크톱 시장 대체가 지속되다 보면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데스크톱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역사의 유물로 전락하게 되지는 않을까.
업체들은 그렇게 될 개연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노트북의 기술과 성능이 아무리 발전하다고 해도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디자인 등 강력한 성능을 요구하는 업종에서는 여전히 데스크톱의 수요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구조가 복잡다단해지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만들어지게 될 미래에는 데스크톱이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나 취미들이 새로 생길 수도 있다. TV가 발명됐지만 아직 라디오를 듣고 있듯 데스크톱이 완전히 퇴출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아수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데스크톱은 미래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형태나 크기에 변화가 불가피하겠지만 고유시장을 확보하며 장수를 누릴 것”이라며 “먼 미래에 이르면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져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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