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무엇이 콩과 식물을 이처럼 위협적인 존재로 만드는지, 그리고 왜 땅콩 알레르기가 갑작스럽게 확산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학계에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은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식품알레르기과민증상네트워크(FAAN)의 앤 무뇨스-펄롱 최고경영자(CEO)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은 그동안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해왔다”며 “이들은 막아내야 할 위협이 사라지고 나면 또 다른 적을 찾아 헤맨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면역체계가 이번에 새로 싸워야할 대상으로 땅콩을 선정했기 때문에 최근들어 땅콩 알레르기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그녀는 요즘의 부모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과자를 자신들의 아이에게 먹이고 있으며 여기에는 땅콩을 비롯한 무수한 견과류들이 들어있음을 강조한다. 그녀는 “우리는 지금 면역체계에 식품 기반의 알레르기 물질들을 쏟아 붓고 있다”며 “면역체계가 이를 공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식품 알레르기는 현대인들에게 일반화된 지 오래며, 환자들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유독 땅콩은 수많은 식품 알레르기 유발 물질 중에서도 매우 강렬한 면역체계의 거부 반응을 초래한다. 왜일까.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알레르기 전문가인 로버트 우드 박사는 땅콩에는 다른 식품에 없는 몇몇 특이한 단백질이 함유돼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펴고 있다. 이 특이 단백질들의 구조가 면역체계를 자극한다는 것.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품회사에서 땅콩을 구워서 첨가할 경우 땅콩의 단백질이 변형돼 면역체계로부터 1순위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땅콩을 굽지 않고 삶아먹는 중국인들에게서 알레르기 발생 비율이 낮게 나타나는 것도 땅콩의 단백질 파괴가 덜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물론 중국의 경우 환경 공해가 심각한 상태로서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인들은 여타 국가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사실 일반적인 인간의 면역체계는 땅콩을 안전한 물질로 여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너무 어릴 적부터 땅콩을 많이 먹게 되면 면역체계가 이를 위험한 물질로 판단할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이론에서는 땅콩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아이 10명 중 8명이 땅콩을 처음 먹는 순간부터 알레르기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이는 이 아이들이 자궁 속이나 모유를 통해 어머니가 섭취한 땅콩에 간접적으로 노출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드 박사는 만일 이것이 땅콩 알레르기의 원인이 아니라면 비디오 게임이 주범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우리 몸에 비타민 D가 많이 있으면 면역체계가 인체 내에 들어온 물질들은 안전한 것으로 여길 확률이 높아져 내성이 생긴다고 보고 있는데 비타민 D는 인체가 햇빛을 받아야만 생성된다. 다시 말해 밖에 잘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비디오 게임에 열중하는 아이는 비타민 D의 결핍으로 면역체계가 땅콩을 위험물질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
자녀의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라면 아이들을 야외에 자주 내보내야 하며, 밖에서 놀다가 옷이 지저분해져 들어온 아이들을 야단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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