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아직 인류는 화성에 갈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만큼 진보된 과학기술도, 자금도, 정치적 환경도 부재한 상태다. 그럼에도 유인 화성탐사를 위한 준비를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지난 4월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우주생물학회에서 화성탐사를 편도여행으로 표현해 놀란 적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 기술로는 화성에서 다시 우주선을 발사, 지구로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화성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실제 화성에 가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는 질문에 학회장에 있던 100여명의 청중들이 손을 들었다.
사실 우주탐사는 인간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장기간 밀폐된 우주선에 갇혀 있으면서 우주인들은 고립감, 외로움, 공포, 다른 대원과의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주인은 긍정적이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일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대인관계, 심리적 안정감이 발달한 사람일수록 좋다.
불과 100년 전만해도 남극 탐험은 귀환을 보장할 수 없는 모험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탐험가들이 도전했고, 그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오늘의 남극 연구가 가능해졌다.
남극 탐험선이 얼음에 갇혀 2년 가까운 시간을 남극에서 보내면서도 전 대원을 무사히 귀환시킨 어니스트 새클턴 선장, 그리고 남극점을 세계 최초로 정복한 로널드 아문센은 위대한 탐험가일 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을 극복한 리더다. 또한 남극점에 도달한 뒤 돌아오는 길에 숨진 로버트 팰콘 스코트는 용감한 탐험가로 역사에 남아 있다.
이처럼 우주도 용감한 도전자들의 희생을 통해 탐사의 길이 열리고, 초기 도전자 또는 희생자들은 인류 역사에 위대한 탐험가로 남게 될 것이다.
■ 우주생활의 의미
우주에서 산다는 것은 지구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전혀 다른 환경에 내던져지는 것을 뜻한다. 공기도 없고 중력도 없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충분한 준비와 훈련을 필요로 한다. 우주에서는 조그만 실수가 생명을 위협하는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별 생각 없이 누른 버튼 하나가 자신과 다른 우주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무의식까지 파고드는 훈련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우주에 나가지 않고 우주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이는 모의실험을 통해 이뤄진다.
인간이 달과 화성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기지 또는 화성기지에서의 생활이 가능한지 모의실험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북극에서 약 1,500㎞ 떨어진 캐나다 최북단의 데번 섬 빙하 위에서 5월부터 8월까지 실시된 화성기지 모의실험이 대표적이다.
‘고된 노력과 무보수, 그리고 영원한 영광’이라는 슬로건 아래 실시된 모의실험에서는 지질학자, 엔지니어, 컴퓨터 공학자, 생물학자, 그리고 심리학자로 구성된 9명의 지원자들이 화성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현장 탐사기법을 실습했다.
이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화성주택으로 개발한 직경 8m의 2층짜리 원통형 숙소 겸 작업공간에서 생활했으며, 밖으로 나갈 때는 모조 우주복을 입고 기지 주변의 빙하지역을 탐험했다.
이들은 마치 화성에 온듯 이곳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지질탐사를 했고, 다양한 환경지수를 측정했다. 또한 로봇과 리모트센싱 같은 장비를 테스트해 보기도 했다. 영하 20℃에서 0℃까지 지표면의 온도가 변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물리 및 생물학적인 현상을 조사했으며, 영구동토로부터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를 측정했다.
우주인이 사용하는 액체 가운데 90%를 재활용한다고 해도 물은 우주선보다 큰 부피를 차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물 사용량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탐사에서는 1인당 물 사용량도 조사했는데, 격리된 기지에서 1인당 평균 16㎏의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이번 모의실험을 통해 얻는 최대의 성과 가운데 하나는 집단생활 경험이었다.
■ ISS는 우주실험실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가 독차지했던 우주탐사에 이제는 유럽,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우주탐사에 다양한 나라가 참여하게 된 일등공신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이다. ISS 건설에는 미국과 러시아 외에 유럽 11개국, 캐나다, 일본, 브라질 등 모두 16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차 전개될 방대한 규모의 우주산업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ISS 개발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ISS에서는 의학, 약학, 바이오, 유체역학, 재료과학 등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같은 실험이라도 지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우주실험실에서 신약 및 신소재 등을 개발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우주에서 실험을 하면 지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은 우주생리학, 물리, 우주생산품, 우주비행, 우주생물학 등 5개 분야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실험의 특징은 장시간 우주 노출에 따른 인간의 신체 변화, 단백질 결정 성장, 지구관측, 교육관련 등 특정 분야에 대해 장기간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주에서의 신체 영향과 관련해서는 지난 2000년 무중력 상태의 척수반응 실험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됐다. 우주비행을 하는 동안 골격에서 나타나는 국부적인 뼈 손실 정도, 미세중력 환경 또는 우주유영 활동 때의 폐 기능 영향이 바로 그것이다. 단백질 결정의 성장 실험은 차세대 신물질 개발을 위한 것으로 최근에는 단백질 합성 실험으로 발전했다.
러시아는 인간 생명 기능의 특징에 대한 연구, 동식물과 미생물의 성장과정 연구, 그리고 우주인을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수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그동안의 우주실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물질을 얻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은 벨기에(2002년), 스페인(2003년), 네덜란드(2004년)가 우주실험을 수행했다. 이들 국가들은 우주환경에서 뼈 감소 방지와 관련된 비타민 D 작용에 관한 실험, 우주환경에서의 세포반응에 관한 실험, 그리고 우주에서 식물 뿌리세포의 구조와 작용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또한 무중력 상태에 있는 우주인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움직이기 편리한 조끼와 안전벨트 개발 실험도 수행했다.
일본의 첫 우주인 모리 마모루 박사는 무중력 상태에서 새로운 반도체를 제작하기 위한 실험을 수행, 질 좋은 반도체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아프리카 빨간 손톱 개구리를 우주에 가져가 부화시키는데도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첫 우주인 이 소연 씨는 미세중력이 안구에 미치는 영향, 무중력 상태에서의 얼굴 형태 변화, 그리고 초파리를 이용한 중력반응 등을 실험했다. 실험 결과 ISS에 머무는 동안 안구의 압력이 상승했고, 얼굴 형태도 지상에서보다 턱이 좁아지고 이마와 미간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우주정원 가꾸기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선에서 식물을 키우는 연구도 한창이다. 우주정거장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우주에 몇 달씩 머물게 됐는데, 동결건조식품인 우주식량만으로 몇 개월을 버티기는 쉽지 않다.
우주정원은 이런 우주인에게 신선한 채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환경재생시스템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며, 물을 정화할 수 있다.
러시아는 1996년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난쟁이 밀을 재배하는 우주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이들은 밀폐된 우주선 내부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것이 우주인들에게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험을 위해 우주인들에게 의무적으로 우주정원을 가꾸도록 했더니 정해진 시간외에도 우주정원을 돌보는 일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또한 우주정원 가꾸는 일을 다른 우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로 삼는 등 우주정원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도 우주에서 애기장대를 재배해 40일 만에 열매를 맺게 하는데 성공했다.
우주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은 무중력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지구에서와는 다르게 성장한다. 중국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수확한 씨앗을 지구에 옮겨 심은 결과 야구 방망이만한 오이와 비타민 A 함유량이 더 높은 토마토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우주의 무중력과 태양복사로 식물의 DNA에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선조우 무인 우주선에 약초와 야채의 종자를 실어 보냈다가 귀환한 뒤 지구에서 파종했다. 그 결과 식물의 잎이 더 크고, 줄기가 강하며, 해충에 대한 저항성도 큰 식물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은 우주장미의 향기를 모은 뒤 지구에서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우주장미의 향기는 2차 대사산물의 조성이 지구장미와 달랐다. 일본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는 우주장미의 향기 정보를 새로운 향수 ‘젠(Zen)’을 만드는데 이용하기도 했다.
(사진설명)NASA는 화성에 식물을 심어 지구와 유사한 환경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 화성의 사과나무
앞으로는 화성에도 사과나무를 심게 될지 모른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멕시코 국립자치대 및 베라크루스 주립대학 과학자들은 화성의 지구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요한 것은 멕시코에서 가장 높은 산인 피코 데 오리사바(해발 5,647m)에 사는 소나무를 화성에 옮겨 심는 것. 과학자들은 이 소나무가 춥고 공기가 희박한 화성에서도 생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애기장대도 화성을 개척할 식물 후보 중 하나다. 과학자들은 극한 환경을 잘 견디는 애기장대의 씨앗을 화성에 보낼 계획이다. 러시아도 화성에 우주왕복선을 보내 여러 종류의 채소를 재배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미생물을 우주로 보내 생존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미생물이 바로 가시곰벌레(물곰). 원자로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0.1~1.5㎜ 크기의 무척추 동물인 가시곰벌레는 산소가 전혀 없는 우주의 진공상태에서도 생명을 유지했다.
가시곰벌레는 지난 2007년 9월 유럽우주기구(ESA)의 무인 우주선인 포톤-M3 캡슐에 실려 산소가 전혀 없는 우주 공간으로 보내졌다. 이 중 밀네시움이라는 종은 진공 상태 및 태양 복사까지도 견뎌내고 생명을 유지했다.
영화 ‘레드 플래닛’에서는 화성이 산소가 풍부한 제2의 지구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화성 극관의 얼음을 녹여 그 속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내보내고 지구에서 가져온 유전자 조작 조류(藻類)를 성공적으로 재배해 붉은 행성을 녹색 행성으로 바꾸어 놓은 것. 과연 영화처럼 붉은 행성인 화성이 식물로 가득한 녹색 행성으로 바뀔 수 있을까.
아마도 식물보다 먼저 화성에서 자손을 번성시킬 생물은 혐기성 세균이나 남세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혐기성 세균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고, 남세균은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미래의 지구인들을 위해 제2의 지구로 개척하는 것이 좋을까.
과연 화성의 운명을 지구인들이 결정해도 되는 것일까. 아메리카 대륙을 개척하며 원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은 경험이 있는 인류가 화성에 대해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글_이유경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yklee@kop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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