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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릴 거대 그린기술

21세기의 세계는 '그린(Green)'을 환경의 상징적 화두(話頭)로 던졌다. 그린은 깨끗한 물과 공기, 즉 친환경을 상징한다. 이제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술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는 상황이 됐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생산이나 사용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기술을 채택하려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설사 이 기술을 이용한 제품이 나오더라도 소비자의 외면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요즘 주목하는 첨단기술의 대부분은 환경기술과 접목돼 있다. 최근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지구를 살릴 거대 그린기술'은 이 같은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재단

로드런너

한번 충전으로 193㎞ 주행

포춘이 꼽은 첫 번째 그린 기술은 압테라사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로드런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기반을 둔 압테라는 친환경 기술을 이용,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로드런너는 일반 가정에서 간단히 충전해 최대 193km를 달리고, 144.8km의 최대 시속을 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물방울을 연상시키는 날렵한 유선형의 이 차량은 1인승에 3륜구동 방식이다. 가벼운 탄소복합재료를 사용해 차체를 제작함으로써 출퇴근 등 근거리 주행에 편리하다.

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9시간. 압테라는 이 차량을 지난 11월부터 대당 3만 달러에 판매하고 있는데, 현재 1,200여 명의 고객들이 차량 구매 의사를 밝히며 500달러씩을 예치한 상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개념은 자동차의 기능보다는 동력 계통의 하이브리드화를 강조한 것이다. 즉 두 가지 이상의 연료나 동력 계통을 지닌 자동차를 가리킨다. 대표적인 예는 디젤 또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쓰는 경우다.

솔라 스마츠

위성 이용해 태양광 발전 위치 선정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 위치한 선제비티사도 솔라 스마츠라는 그린전략으로 신 성장 동력을 찾았다. 선제비티는 위성 기술을 이용해 최적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알려준다. 태양광 발전 설비는 최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다. 아무리 지구를 쥐어짜더라도 화석연료의 공급량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빨리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선제비티가 뛰고 있다.

인터넷에 선제비티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면 위성사진을 분석, 해당 주택에 가장 적합한 태양광 발전 설비 크기를 산출해 설치해준다.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주택에 설치할 태양광 패널을 배달하며, 설치 기사가 따로 방문해 설치한다. 설치 기사는 회사 직원이 아닌 주변 전기 업자나 통신 관련 전문가들로서 따로 교육해 작업을 수행한다.

리사이클 뱅크

재활용 쓰레기 수거에 포인트 적립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리사이클 뱅크가 인센티브 제도를 이용, 소비자들의 환경보호를 촉진하고 있다. 기본개념은 재활용품을 수거해 가는 대신 리사이클 뱅크의 달러를 지급한다는 것. 리사이클 뱅크의 달러는 지정된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다.

리사이클 뱅크는 딜로이트 컨설턴트 출신의 론 고넨이 설립한 재활용 전문기업. 재활용품이 처리되는 과정을 배출자가 알 수 있게 해 자신의 재활용이 얼마나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

우선 각각의 시리얼 넘버가 새겨진 리사이클 뱅크의 용기가 가구별로 배포되는데, 이 용기에는 전자태그(RFID)가 부착돼 있다. 이에 따라 리사이클 뱅크의 용기에 재활용 쓰레기를 채워놓으면 수집용 트럭이 전자태그를 스캔하고 용기의 무게를 재 각 가구당 얼마나 재활용을 했는지 기록한다. 리더와 안테나로 구성된 시스템이 수거 트럭에 부착돼 있어 휴지통을 들어 올릴 때 무게를 기록하는 것이다.

하치장으로 돌아온 트럭은 리사이클 뱅크의 서버로 데이터를 무선 전송한다. 이를 토대로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각 가정마다 누적 점수가 쌓인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점수를 확인한 후 그 점수를 쿠폰으로 바꾸어 스타벅스 같은 대규모 체인점에서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의 실행 이후 가구당 재활용량이 한 주당 평균 5파운드에서 35파운드로 증가했다.

고고도풍 발전



하늘을 떠다니는 첨단 풍력 발전

지상 1,000피트 이상의 고고도풍(high altitude wind)을 이용한 풍력 발전도 지구를 살릴 그린기술에 선정됐다. 이는 첨탑을 세울 수 있는 높이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바람을 이용하자는 것. 풍력 발전은 바람의 운동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변환하고, 발전기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캐나다의 마겐 파워사는 헬륨가스 비행선에 발전기를 달아 고고도풍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MARS라는 풍력 발전기를 판매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스카이 윈드 파워사는 헬리콥터처첨 생긴 프로펠러를 장착한 발전기를 하늘에 띄워 올리기 위해 현재 연구 중이다.

높은 고도에서 바람은 일정한 풍속과 빈도로 불기 때문에 풍력 발전기는 높이 있을수록 좋다. 문제는 풍력 발전기를 높게 설치하기 위해, 그리고 로터의 회전날개 길이를 수십m 이상 크게 만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고고도풍을 이용한 풍력 발전은 제트기류를 이용한다. 제트기류는 대류권 상층부에 부는 초속 30m의 편서풍이다.

제트기류는 단 1%만 풍력 발전에 이용해도 미국 전역에서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바람이다. 고고도풍을 이용한 풍력 발전은 방향이 일정하고 지상보다 훨씬 세기 때문에 지상 풍력 발전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슈퍼버그

미생물 이용, 온실가스 배출 감축

미국의 아미리스가 개발한 온실가스 배출 경감 기술인 슈퍼버그도 그린기술의 하나로 꼽혔다. 슈퍼버그는 여러 가지 유독한 난분해성 석유화합물을 분해할 수 있는 유전 정보를 가진 미생물로 폐수를 정화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미리스는 미생물 슈퍼버그를 이용, 자동차나 비행기 등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미리스는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포스닥)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 세운 회사다. 설탕을 순수 탄화수소 연료로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의 장을 열면서 세계적인 환경 벤처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료는 브라질에서 생산된 사탕수수를 이용한다. 에탄올과 달리 이 연료는 석유 파이프라인을 통해 옮겨져 기존 자동차에 그대로 사용된다. 슈퍼버그는 연구원들의 오랜 소망이던 저렴한 비용의 셀룰로오스 바이오연료를 가능케 하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

180일 이내 생분해 가능

미국 듀폰사의 바이오 플라스틱은 옥수수에서 얻은 원료가 25~50% 정도 섞여 있다. 성능은 석유 원료로만 제조한 플라스틱과 비슷하거나 더 좋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옥수수, 밀, 타피오카 등으로 만든다. 사용 후 땅속에 묻으면 토양 중의 미생물에 의해 썩는다. 또한 빛을 오래 쬐면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고 무해하다. 보통 플라스틱은 소각 처리하지 않고 매립할 경우 50년 내지 수백 년의 분해 기간이 필요한데 반해 바이오 플라스틱은 180일 이내에 생분해가 가능하다.

또한 생체에 쉽게 융합하기 때문에 수술이나 골절 고정제 등에 응용되고, 토양 중에서 서서히 분해되는 성질이 있어 지연 발산성 농약에 이용된다. 농업용 필름, 농약병, 캔 콜라나 맥주의 캐리어, 포장지에 이용되기도 한다.

기타

이밖에 산업 부산물로만 만들어지는 환경친화적 건식 벽체 에코록, 휘발유 1갤런으로 100마일을 달리는 2인승 3륜 하이브리드 자동차 하이퍼 드라이브도 지구를 살릴 그린기술로 선정됐다.

생산부터 운반, 배달까지의 모든 과정을 최대한 줄여 환경오염을 줄이는 시스템을 구축한 의류회사 나우, 파력 발전 장치인 웨이브 라이더 역시 그린기술로 선정됐다. 웨이브 라이더는 파도 에너지를 하이드로 모터를 통해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올해 말 포르투갈 북부 해안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다.

이제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은 공장은 설치될 수 없다. 재활용이나 폐기처리가 어려운 제품은 세계 환경조약이나 각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환경기술은 더 이상 캠페인에 결부되는 허울 좋은 모토가 아니라 모든 기술의 기반이 돼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글_김형자 과학프리랜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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