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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과학기술문화의 新 메카 국립과천과학관

과학기술 강국의 꿈을 키운다

세계 수준의 첨단과학시설을 자랑하는 국립과천과학관이 지난달 14일 공식 개관했다. 국내 최대 종합과학관이기도 한 국립과천과학관의 가장 큰 특징은 체감형 전시물. 4,200여점에 달하는 전시물의 절반 이상을 관람객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복잡한 과학이론과 원리, 첨단과학기술을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번 국립과천과학관의 개관이 과학기술의 대중화는 물론 과학기술 강국 구현을 앞당기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글, 김치, 불고기, 반도체, 휴대폰, 양궁….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국민적 자존심을 대변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을 설명할 때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상징물이라는 얘기다.

이제 여기에 새로운 자랑거리 하나를 더 추가해도 될 듯하다. 지난달 14일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이 바로 그 주인공.

정부와 경기도가 총 4,500억 원을 투자, 2년 6개월여 만에 완공된 국립과천과학관은 주요 선진국이 보유하고 있는 유명 과학관들과 당당히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최첨단 종합과학관이다. 그만큼 규모와 시설, 운용시스템 면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것.

서울대공원 인근 24만5,000㎡의 부지에 전시면적만 2만㎡에 이르는 국립과천과학관은 685개 주제로 세분화된 총 4,203점의 전시물을 보유,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과학기술계의 전문가들은 과학관이 한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이번에 문을 연 국립과천과학관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자긍심을 높이고 과학문화 부흥을 선도할 견인차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체험과 참여 중심의 과학관

전 세계 카지노에는 창문, 시계, 거울이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또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췌해졌는지 알 수 없도록 함으로서 좀 더 오랜 시간 도박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의도는 전혀 다르지만 국립과천과학관에도 절대 찾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무엇일까. 정답은 ‘촉수엄금’, ‘손대지 마시오’ 등의 경고 문구다. 대신 관내에는 ‘눌러보세요’, ‘만져보세요’ 등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들로 넘쳐난다. 수영엄금, 입산금지, 취사금지 등 하지 말라는 것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경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이처럼 국립과천과학관은 설립 추진 초기부터 ‘느끼는 과학관(Feels-on Science)’을 지향하며 대부분의 전시품을 관람객들이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는 기존의 국내 과학관들과 차별화되는 국립과천과학관만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과학관의 애칭을 과학체험의 장을 의미하는 ‘사이언토리움(Scientorium)’으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국립과천과학관의 전시물 중 작동이 가능한 것의 비중은 무려 51.6%에 이른다. 전시물 2개 중 하나는 눈이 아닌 손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4~10세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탐구체험관의 경우 무려 97.2%가 실험 및 실습환경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소꿉놀이를 하듯 재미있게 과학 원리를 탐구할 수 있다.

이들 체험형 전시물의 수준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순히 각 장치의 작동 모습을 눈으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온 몸을 사용해야 하는 전시물이 대부분이다. 특히 전시관 곳곳에는 지진체험관, 태풍체험실, 비행시뮬레이터, 우주유영장치(MMU) 등 어른들조차 두 눈을 반짝이며 줄을 서게 만드는 국내 최초, 국내 최대의 탑승물이 즐비하다.

특히 국립과천과학관은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주요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이야기 형식으로 표현하는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 기법을 도입했다. 또한 다양한 관람계층을 공략하기 위해 연령과 관람시간에 따라 차등화된 전시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립과천과학관을 한번 찾아간다면 ‘과학관은 어린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이 산산이 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블록버스터 수준의 전시물

국립과천과학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본관을 필두로 천체관·천체관측소·옥외전시장·생태학습장·과학캠프장·과학조각공원·과학문화광장·노천극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메인 전시장 격인 본관에 기초과학관·자연사관·첨단기술관·전통과학관·어린이탐구체험관·명예의 전당·연구성과전시관 등 대부분의 전시물들이 집중 설치돼있다. 일견 구조가 복잡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정개방형 중앙홀이 전시관들을 연결하는 교차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람 동선을 찾을 수 있다.

주요 전시관을 살펴보면 먼저 1층의 기초과학관에서는 실생활 속에 녹아있는 과학의 원리를 체험하고 첨단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지식을 배울 수 있다. 지진체험관·태풍체험실·극지체험실이 바로 이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운이 좋으면 남극 세종기지와 화상통화를 해보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첨단기술관은 1관(1층), 2관(2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1관에는 생명과학(BT)·정보통신(IT)·에너지환경 분야의 전시물, 2관에는 항공우주·나노기술 등의 기계소재 분야 전시물이 있다. 뇌파로 가상의 물체를 움직여 보는 뇌파체험기, 나만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가상스튜디오, 항공기 시뮬레이터, 우주유영장치, 월면점프장치 등 블록버스터 수준의 체험시설들이 여기에 집중돼 있다.

1층의 어린이탐구체험관의 경우 놀이를 통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실제 전시관 중앙에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놀이 시설을 설치, 체험을 통해 에너지의 발생 원리와 부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향후 이곳에 교구과학방·실험실·어린이용 SF영화 등을 상영하는 3D영상관을 설치할 예정이다.

자연사관도 관람객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곳이다. 전시실은 2층으로 지구환경변화와 한반도의 생태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세계에서 오직 2곳 밖에 없는 3D 전시물 ‘생동하는 지구(SOS)’를 통해 우주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살아있는 물고기와 파충류, 각종 공룡들의 화석도 전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2층의 전통과학관은 자녀들과 함께 국립과천과학관을 관람할 계획인 부모들이라면 꼭 들려봐야 할 장소다. 이곳에 전시된 첨성대·물시계·대동여지도·한옥·도자기 등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우수성과 조상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문화·교육·자연의 융합

국립과천과학관이 세계 속의 명품 과학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추구하는 또 하나의 모토가 있다. 바로 과학과 문화, 교육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과학문화 테마파크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관은 평범한 전시기관의 소임을 넘어 각종 과학기술 자료를 수집·보존·연구하는 연구기관, 다양한 전시품과 실험실습실을 활용한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교육적 측면에서 모든 국민들 대상으로 현장체험 중심의 과학교육 기회를 제공, 바람직한 과학문화를 확산시키는 국가 사이언스 센터로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규교육기관들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 전시품들의 과학 원리를 교육과 연계시킨 현장교육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각 기초과학 분야별 실험 프로그램, 체험연수 프로그램,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등 연령대와 지식수준별로 맞춤화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나갈 예정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은 과학과 환경은 결코 떨어뜨릴 수 없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야외전시장에 생태연못·자생야생화원ㆍ수목원 등으로 구성된 1만6,500㎡ 규모의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또한 주변 조경에도 심혈을 기울여 자연과 어우러진 과학관의 면모를 갖췄다.

이와 함께 649석 규모의 극장식 어울림 홀, 회의장 형태의 큐씨홀(180석), 엔씨홀(150석) 등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김선빈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센터 소장은 “국립과천과학관은 과학 분야 인사들과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만나서 얘기하고 융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인터뷰: 김선빈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센터 소장

“과학기술 발전에 부응하는 살아있는 과학관으로 육성할 것”


최근 과학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수준이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죠. 이 같은 변화에 발 빠르게 부응함으로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살아있는 과학관으로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지난달 14일 문을 연 국립과천과학관의 김선빈 전시연구센터 소장은 전시물의 수집과 연구, 설치·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과학관 운용의 기본 모토를 이렇게 밝혔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물론 시민들의 의식 수준에 맞는 흥미로운 전시물로 끊임없이 어필하지 못한다면 초기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반짝 스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국내에 있는 대다수 과학관의 취약점이 바로 이 같은 생동성의 부족”이라며 “수도권 시민들이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기술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김 소장은 이미 정기적인 전시물 교체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개관 후 3년이 지난 시점부터 매 5년마다 전면적 업그레이드를 단행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예산지원도 필수다. 김 소장이 과학기술강국 구현과 국가 경쟁력 향상에 있어 제대로 된 종합과학관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소장은 “국립과천과학관 설립 추진 당시 예산 담당자들은 투자 대비 효과에 치중, 수익모델 창출을 강조했다”면서 “하지만 돈을 벌려면 이 넓은 부지에 아파트를 짓지 왜 과학관을 세우냐고 반문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학관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공익적 측면, 특히 과학기술의 대중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그의 생각은 과학관이 창출해야 할 수익이 일반 기업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신념에 기반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이익보다 과학기술 인재 육성, 과학문화 진흥 등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거시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이것이야말로 국립과천과학관에 투입된 4,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45조 원, 또는 450조 원으로 되돌려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

김 소장이 전체 전시물 중 50% 이상을 관람객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작동형으로 구비한 것, 그리고 전시물의 품질을 세계적 수준에 맞춰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까지 재미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의 하나다.

물론 전시물과 관련해서는 과학기술 부처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경험도 반영돼 있다.

개관 이후 연일 일기몰이를 하고 있는 지진체험관이 대표적. 지진체험관은 그가 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경험했던 울진 지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 지진의 발생원인과 실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소장은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세상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를 너무 어렵게 느끼곤 한다”며 “몸으로 체감하는 작동형 전시물은 과학기술을 쉽게 이해하고 친근감을 부여하는 최적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종종 내 자신조차 ‘과학관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하는 감탄을 하곤 한다”며 “100%의 만족은 있을 수 없겠지만 즐기고 느끼며 감동하는 과학관이라는 설립 취지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같은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과학관 건설 중 현장을 방문한 전문가들마다 서로 다른 조언과 주장을 하는 바람에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또한 전시품 제작업체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의 현장근로자들이 작업을 거부, 개관일 사수를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특히 과학관 관련 업무가 처음인 탓에 전문성을 갖추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

김 소장은 “지난 3월 국립과학관추진기획단장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휴일에도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하고 있다”며 “과학기술부에서 원자력안전과, 기초과학지원과, 생명환경기술과, 기초연구정책과 등의 부서에 재직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부서에서 얻은 전문 지식과 이 때 맺은 각계 인사들과의 친분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이토록 정열을 쏟아 부은 국립과천과학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김 소장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소망은 아주 소박하다. 한 차례의 방문으로 모든 것을 다 보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전시물의 숫자가 4,200여점이 넘고 사전 예약이 필요한 체험시설도 많아 하루만으로는 진정한 묘미를 느끼기 어렵다”며 “최소 6회 정도의 방문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관람한다면 한층 알차고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대담: 정구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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