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원자력 르네상스 도래 하는 이유?

르네상스는 14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일어난 문예부흥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원자력 르네상스의 도래를 외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당초 원자력 발전은 인류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지난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와 1986년 구(舊)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계기로 침체기를 맞게 됐다. 경제성과 수급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위험의 과잉포장으로 ‘두 얼굴을 가진 악마의 선물’로까지 추락하게 된다.

하지만 고유가의 대안으로서,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재차 주목을 받게 되고, 세계 각국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재개함에 따라 원자력 르네상스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역사는 엔리코 페르미로부터 출발한다. 페르미가 1942년 12월 인류 최초의 원자로를 만들고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 성공한 것. 1956년에는 영국의 콜다홀 원자력 발전소가 세계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다음해인 1957년에는 미국 시핑포트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면서 본격적인 원자력 발전 시대가 열리게 된다.

원자력 발전은 미국과 구(舊)소련이 중심이 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경쟁이 펼쳐지며 대용량 에너지원으로서 각광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1978년 4월 고리 1호기의 상업운전을 통해 세계 21번째 원자력 발전소 보유국이 됐다.

하지만 최고의 황금기를 누리던 원자력 발전은 지난 1979년 발생한 미국 스리마일 섬의 원전사고,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장기간 침체기에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대체재로서,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환경친화적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 발전이 재차 부상하고 있다.

혹독한 침체, 그리고 부활

자원 부족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프랑스, 일본 등은 지속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왔다. 하지만 세계적 트렌드로 보면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원자력 발전의 종주국이자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소 보유국인 미국의 경우 두 번의 대형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했다.

독일 역시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 원자력 발전소마저 폐쇄해 나가는 정책을 폈다. 이 같은 상황은 네덜란드와 호주도 마찬가지.
한마디로 원자력 발전은 두 번의 대형 원전사고 이후 중세시대와 같은 암흑기를 맞게 됐으며, 더러운 에너지(Dirty Energy) 취급을 받아왔다.

또한 핵무기 개발과 직결되는 원자력 기술의 경우 선진 핵무기 보유국들이 주도하는 힘의 균형 유지 차원에서 더욱 더 배제돼 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총 439기. 이중 10년 이내에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는 39기, 20년 이내는 72기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원자력 발전소가 노후화됐다는 얘기인데, 실제 20년 이상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무려 328기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준비기간을 합쳐 5~10년 정도 소요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는 한해 평균 5~6기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 매년 20~30기가 건설됐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도 안된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역전’이란 말을 쓸 수 있을 만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만도 39기에 달하고 있다. 숫자 면에서 보면 러시아·중국·인도의 상승세가 두드러지지만 미국이 25년 만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재개했다는 점에 적잖은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황을 보면 러시아 8기, 중국과 인도 각 6기, 그리고 한국 5기다. 일본은 2기, 미국과 대만은 각각 1기를 건설하고 있다.

현재 20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 중인 우리나라는 2012년까지 신(新)고리 1, 2, 3호기와 신(新)월성 1, 2호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20년까지 3기를 추가해 모두 28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한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고유가의 현실적 대안

지난 20년간 봉인된 상태에 가까웠던 원자력 발전이 재차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확실한 답은 고유가로 인한 대체 에너지원의 필요성이다.

IAEA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439기의 원자력 발전소 중 미국이 104기로 가장 많다. 그리고 프랑스(59기), 일본(55기), 러시아(31기), 한국(20기), 영국(19기), 캐나다(18기), 독일(17기)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 중 미국의 행보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자력 발전소 가동 국가이면서도 원전사고 이후 개점휴업 상태에 있었다. 또한 원자력 발전이 전체 전기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



실제 미국의 경우 전기 발전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9.4%에 불과하다. 이는 프랑스의 76.9%, 한국의 35.3%, 일본의 27.5%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이처럼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의존도 역시 낮은 미국이 신규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적 필요성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으로 불어 닥칠 고유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독일과 네덜란드 역시 비슷하다. 현재 독일의 경우 전기 발전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7.3%에 불과하다. 네덜란드는 4.1%에 그치고 있다. 현재 31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 중인 러시아 역시 전력 생산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이는 이들 국가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활성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정책도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이끄는 동력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자 각종 에너지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평가되는 중국과 인도가 현재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의 비중 확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11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 중인 중국의 원자력 발전 의존도는 1.9%, 17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 중인 인도는 2.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현재 건설 중인 각 6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해도 이들 국가의 에너지, 특히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파키스탄 등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후발 신흥공업국들도 마찬가지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 도래를 논하기는 어렵다.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고갈 위기와 석유자본의 독점에 대한 대응 외에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태양·풍력·바이오연료 등 신재생에너지의 효용성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핵융합 발전은 2030년 이후에나 시작될 예정이다.

연료전지 등 수소경제시대 진입 역시 2020년 이내에는 기대하기 어렵다.한마디로 그동안 덮어두었던 원자력 발전을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신규 건설을 중단하고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다는 것.

IAEA가 지난 2006년 발표한 세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보면 덴마크가 14.6%, 프랑스가6.3%, 그리고 미국이 4.5%에 불과하다. 독일과 일본은 각각 4.3%, 3.4%에 머물고 있다. EU의 경우 오는 2010년까지 총 에너지 소비의 12%, 총 발전량의 22%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송용 에너지의 5.75%를 바이오연료로 충당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 목표가 달성된다고 해도 에너지 단가 면에서 석유와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못된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 차원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모토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재 2.4%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오는 2011년 5%로 확대하고, 2030년에는 11%에 이르도록 한다는 것.

하지만 태양전지를 이용한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 모두 고비용이 요구된다. 또한 1년 내내 일정한 수준의 전력 생산도 어렵다. 한 예로 100만kW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원자력 발전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 1개(0.6㎢)의 면적만 필요한 반면 풍력 발전은 51개의 경기장을 지을 수 있는 면적(30㎢)이 필요하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 151개를 지을 수 있는 면적(75㎢)이 필요하다. 이는 무려 여의도 면적의 9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핵융합 발전 차질도 요인

핵융합 발전이 생각만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자력 발전에 무게가 실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이란 한마디로 핵의 융합과정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핵융합과 핵분열은 원자핵의 반응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정반대의 물리현상이다. 원자력 발전과 같이 핵분열에 의한 에너지는 농축 우라늄 등을 연료로 하고, 그 과정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다량 발생시킨다. 반감기도 길다.

반면 핵융합은 중수소와 리튬 등 일반 물질을 연료로 사용한다.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매우 적을 뿐 아니라 반감기도 짧아 관리하기가 용이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 프로젝트의 경우 오는 2030년 실험로를 건설하고, 이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실제 발전이 가능한 시설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ITER 프로젝트는 프랑스 등 6개국과 유럽연합이 협력해 100억 유로를 투입, 프랑스의 카다라쉬 지역에 국제 핵융합 실험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목표대로 연구개발이 이뤄져도 전기 생산은 2040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이 시점까지 에너지 생산을 담당할 수 있는 수단, 즉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

사용 후 핵연료 등 핵폐기물을 재사용하는 기술 개발도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어 내는 요인이다. 현재 원자력 업계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사용함으로써 핵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4세대 원자로 개발에 나선 상태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