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대기는 과거보다 온실가스, 그 중에서도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컴퓨터 예측모델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기후가 급변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극지방의 두꺼운 얼음 층은 녹는 정도를 넘어 아예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지구적 해수면 상승과 해안선 범람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급격한 강우량 감소가 대기근으로 이어져 식수와 식량 공급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기후과학 과장인 윌리엄 콜린스는 "이 같은 급격한 기후변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안보와 안정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지구에서는 급격한 기후변화의 파괴적인 힘 때문에 몸살을 겪은 적이 있다. 식물의 나이테를 관찰하면 서기 900~1400년까지 미국 서부에서는 기록적인 가뭄이 있었다. 이로 인해 하천 유역은 완전히 말라 모래가 돼버렸고, 절벽에 도시를 건설했던 푸에블로 농업문명도 가뭄으로 인해 몰락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대기 속에 있는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또 다른 기후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 예측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연간 2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자해 에너지부를 비롯한 6개국립연구소, 그리고 1개 대학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임팩트(IMPACT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임팩트 프로젝트는 돌연한 기후변화 가능성과 그 강도를 연구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콜린스가 이끌고 있는 임팩트 프로젝트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원인을 밝히고, 이를 미국 내 최고 컴퓨터 기후예측 모델 중 하나인 지역사회기후시스템모델 (CCSM)에 대입하는 것이다. 정확한 예측 자체가 기후변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팩트 프로젝트에서는 대규모 가뭄 현상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현재의 기후 예측모델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미국 남서부의 가뭄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이미 건조기후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뭄이 식물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은 보다 빠르고 강력하다.
가뭄이 길어지면 식물 뿌리의 말단부가 말라버려 지하수가 있는 깊이까지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없다. 북서태평양국립연구소 소속으로 임팩트 프로젝트에 기후변화 예측 모델러로 참여하고 있는 루비 렁은 "가뭄이 심해지면 식물의 식생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욱이 지하수 등의 수분을 토양 최상층으로 끌어올리던 식물이 사라지고 나면 가뭄은 대규모 기근으로 치닫게 된다. 남극 서부의 빙상(氷床) 역시 임팩트 프로젝트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대상이다. 빙상이란 남극을 덮고 있는 1,000m 두께의 빙하로 현재 심각한 붕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컴퓨터 기후예측 모델들은 이를 계산에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어떤 빙상이 언제 붕괴될지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후통계를 살펴보면 현재 연평균 2.5mm씩 높아지는 해수면 상승 속도가 한 때는 20배 이상인 적도 있었다.
뉴욕 대학의 해양학자이며 빙상 붕괴의 최신 데이터를 해석해 CCSM용 빙상 붕괴 메커니즘을 찾아내고 있는 데이비드 홀랜드는 "이 속도만으로도 100년 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 지구 전체 인구 중 약 10%가 저지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경고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최근까지 지구온난화에 대한 미국의 연구는 점진적인 추세와 장기적인 영향을 유형화하는데 머물렀다. 하지만 임팩트 프로제트의 추진은 이 같은 우선순위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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