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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大 과학기술 뉴스

예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국내 과학기술계는 많은 뉴스들을 쏟아냈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처럼 국민적 주목을 받은 것도 있었지만 세계가 인정한 혁신적 연구 성과임에도 ‘찻잔 속의 태풍’이 돼 일부 전문가들만의 잔치에 머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과연 지난해의 국내 과학기술계 뉴스 중 국민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무엇일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 발표한 ‘2008년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통해 지난 한해 국내 과학기술계의 활약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 2008년은 유달리 굵직굵직한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였다. 연초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를 필두로 유가 폭등, 이명박 정부 출범, 광우병 파동, 베이징 올림픽, 미국 발(發) 금융위기 등이 1년 내내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과학기술계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탄생,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통합,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가동, 한국인 게놈 완전 해독,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등이 핫이슈로 부각되며 과학기술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이들 과학기술 뉴스들은 앞서 언급한 정치, 경제, 연예, 스포츠 분야의 뉴스들과 달리 대다수가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때로는 국가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혁신적 연구 성과조차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과학기술강국 도약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되고 있지만 일선에서 펼쳐진 노력과 결실들은 제대로 된 대중적 평가를 받지 못한 것. 이것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현주소, 즉 과학기술 대중화 기반이 취약한데 따른 결과임을 감안하더라도 부끄러운 현실임에는 틀림없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는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쇄신하고 지난 한 해 국내 과학기술계의 주요 업적을 되새기고자 ‘2008년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선정, 발표했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여론을 환기하는 한편 과학기술의 대중화를 꾀하겠다는 것.

선정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과총은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 간 각 분야의 학회 및 출연연구소, 기업부설연구소 등 1만6,687개소에 후보 뉴스의 추천을 의뢰했다. 이렇게 접수된 후보들은 과학기술계 및 언론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1차 심의에서 19건으로 압축됐고 이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에는 과학기술인 1,523명, 네티즌 558명 등 총 2,081명이 참여했다. 선정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기여도, 과학기술인의 관심도, 과학 대중화 기여도,
그리고 국민들의 호응 유발도 등을 4대 기준으로 삼아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최영락 과총 부회장은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의 척도이자 사회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는 국내 과학기술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것을 소홀히 해왔다”며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통해 국민들이 지난해 과학기술계의 공과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1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우리나라 유인 우주개발 시대의 첫 장을 열어젖힌 이소연 박사가 온라인 투표자 중 69%의 지지 속에 2008년 최고의 과학기술 뉴스로 선정됐다.

이 박사는 지난해 4월 8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소유즈 TMA-12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날아갔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이 된 것.

이로써 우리나라도 세계 36번째의 우주인 배출 국가가 됐다. 당시 이 박사는 ISS에서 머물렀던 10여 일간 18가지 우주과학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이 과정에서 우주인 훈련과정, 우주선 발사, ISS 도킹, 우주생활 등 모든 활동이 생중계되면서 우주항공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대폭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올해 2·4분기에도 최초의 국산 위성발사체 KSLV1이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빅 이벤트가 예고돼 있어 재차 국민들의 이목이 우주로 집중될 전망이다.

2 KSTAR 플라즈마 발생 성공

2위 뉴스는 국가핵융합연구소(NFRI)의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 장치인 KSTAR의 플라즈마 발생이 차지했다.

실제 태양과 동일한 핵융합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해 ‘인공태양’으로도 불리는 KSTAR는 2007년 9월 완공된 후 종합 시운전을 마치고 지난해 6월 13일 최초의 플라즈마를 발생하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플라즈마 전류 133킬로암페어(㎄), 플라즈마 지속시간 249밀리초(ms)를 달성해 당초 목표였던 100㎄, 100ms를 크게 상회했다. 이에 따라 인류는 미래 청정에너지, 무한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특히 KSTAR는 니오븀주석합금(Nb3Sn)을 사용한 핵융합 연구 장치로는 세계 최초로 운전에 성공한 사례여서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니오븀주석합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와 동일한 사양의 초전도 재료다.







3 과학기술 행정체제 개편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진행된 정부부처 통폐합에 따라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통합,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된 것이 3위에 랭크됐다.

새 정부는 연초에 두 부처의 통합을 추진하며 고등교육과 연구개발의 통합적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기초원천연구의 활성화 촉진, 학연협력 시스템 구축, 과학영재 교육의 선진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하지만 40여 년간 독립 부처로서 국내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했던 과학기술부가 사실상 해체돼 타 부처로 흡수되면서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추진동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역시 좀 더 신중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양측의 주장 중 누가 옳았는지는 4년 뒤 역사가 판단할 몫으로 남아있다.

4 암 치료용 나노전달물질 개발

지난해 10월 서울대학교의 현택환 교수팀이 100나노미터(nm) 이하의 균일한 크기를 지닌 다공성 나노입자 제조기술을 개발한 것이 4위에 오르며 연구 성과의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현 교수팀은 당시 자기공명영상장치(MRI)의 조영제로 쓰이는 자성 나노입자를 다공성 실리카로 둘러싸 50~100nm의 균일한 입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나노입자는 암 진단용 조영제나 암세포만 선별 공격하는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실제 현 교수팀은 이 나노입자에 형광염료를 넣어 암에 걸린 쥐의 혈관에 투입한 뒤 MRI를 활용, 이것이 암 조직에 축적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향후 기술이 진전돼 여기에 항암제를 넣게 되면 오직 암세포에만 치료제가 전달돼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5 거대강입자가속기 가동

전 세계 물리학자와 우주학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가동이 5위를 마크, 해외 뉴스로는 유일하게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총 80억 달러가 투입된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충돌가속기인 LHC는 스위스 제네바 인근 지하 100m에 27㎞의 원형터널로 건설됐는데, 지난해 9월 10일 오후 4시 36분경 첫 수소 양성자 빔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며 가동에 들어갔다.

과학자들은 LHC로 빅뱅 직후의 환경을 만들어냄으로서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힉스입자, 블랙홀, 암흑물질 등의 실존여부를 밝혀내고 우주탄생의 비밀을 풀 열쇠를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부품 결함이 발생, 가동이 중단돼 올해 여름 재가동을 앞두고 있는 LHC 연구에는 국내 과학자 82명을 포함, 총 1만 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6 휴대폰용 촉각센서 마우스 산업화

6위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촉각센서를 활용한 휴대폰용 초소형 마우스 및 터치스크린 기술 이전’ 뉴스에 돌아갔다.

표준과학연구원은 휴대폰 부품업체인 미성포리테크에 이 기술을 넘겨주며 325억 원의 이전료를 받았다. 이는 공공연구기관이 이전한 단일 기술이전으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촉각센서는 기존 실리콘 웨이퍼 대신 유연하고 저렴한 폴리이미드 필름 및 투명필름으로 제작돼 크기와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동전보다 작은 마우스의 제작이 가능해지는 것. 이 때문에 휴대폰, MP3P, 내비게이션 등 각종 모바일 기기에 변혁을 일으킬 주역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은 산업적 파급효과가 크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장기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원천기술을 확보한 사례라는 점에서 큰 점수를 얻었다.





7 국립과천과학관 개관

세계적 수준의 첨단과학시설을 갖춘 국립과천과학관의 개관이 과학기술계 인사들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7위에 낙점됐다. 정부와 경기도가 4,500억 원을 투자, 지난해 11월 개관한 과천과학관은 전 세계 유명 과학관들에 뒤지지 않는 규모와 전시시설을 자랑한다.

최대 특징은 국내 최초의 체감형 종합과학관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과학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 과천과학관은 전체 4,200여점의 전시물 중 51.6%가 관람객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작동형으로 돼 있다.

어린이탐구체험관은 무려 97.2%가 체험형이다. 눈앞에서 우주의 황홀함을 느낄 수 있는 천체투영관을 비롯해 지진체험관, 태풍체험실, 비행시뮬레이터, 우주유영장치(MMU) 등 어른들조차 설레게 하는 블록버스터급 탑승물들이 즐비하다.

8 속씨식물 쌍둥이 정자 형성과정 규명

속씨식물이 어떻게 중복수정을 해 쌍둥이 정자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포스텍 남홍길 교수 연구팀의 메커니즘 규명이 8위의 주인공이 됐다.

쌍둥이 정자 형성 과정은 속씨식물의 성공적 진화의 핵심이지만 지금껏 식물학계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남 교수팀은 오랜 연구 끝에 SCFFBL17이라는 단백질 복합체가 쌍둥이 정자를 만드는 세포분열 활성화의 생체 스위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식물의 진화과정에 대한 과학지식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종자식물의 생산량과 생산방법 개선에 중요 단서를 제공, 향후 전 세계 식물학자들의 관련연구에 자극제와 촉매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남 교수는 이번 성과를 담은 논문을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 세계 3대 과학저널에 모두 발표하는 소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9 춤추는 휴머노이드 로봇 ‘마루’

9위의 영광은 사람처럼 양팔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상·하체가 동시에 동작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마루’가 차지했다.

기존의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대다수는 물건을 잡는 등의 팔 동작을 하려면 정지된 상태를 유지해야했다. 하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지로봇연구단의 유범재 박사팀이 개발한 마루는 보행 중에도 안정적인 상체동작이 가능하다.

이 기술의 핵심은 팔 동작 등 상체 움직임에 의해 나타나는 무게중심의 변화를 로봇 스스로 분석·대응해 보행 패턴을 계산하는 것.

이에 따라 마루는 걸어가며 팔을 움직인다거나 음악에 맞춰 전신을 움직이며 춤을 출수도 있다. 연구팀은 향후 시청각 기반의 작업지능기술을 마루에 접목시켜 사람과 접촉이 많은 생활공간에서 설거지, 심부름 등을 할 수 있는 가사로봇을 현실화해 나갈 계획이다.

10 수능 물리 문제의 오류

10대 과학기술 뉴스의 마지막은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된 물리 문제의 오류 논란이 장식했다.

이번 논란은 한국물리학회가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 과학탐구영역 물리Ⅱ의 11번 문항에 대해 ‘문제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복수정답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문제 출제를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에 대해 문제에는 이상이 없다며 일축했고 교육과학기술부 또한 평가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 거세지자 결국 복수정답을 인정키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미 수능 성적표 통지를 마치고 수시모집까지 종료된 상황에서 수험생들의 채점을 다시하고 입시일정도 조정해야만 했다.

학술단체인 학회가 수능 문제에 직접 이의를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전문가들에 의해 과학적(?)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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