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외곽의 서튼 지역에 3층짜리 탄소 제로 주택 100채로 구성된 베드제드 마을이 건설되고부터. 그리고 지금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탄소 제로 도시가 추진되고 있다. 환경문제는 이제 경제논리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재단 기술과 미래
이산화탄소 다이어트
지구촌 곳곳에 다이어트 열풍이 몰아 치고 있다. 갑자기 무슨 몸짱, 얼짱 얘기인가 하겠지만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이어트 는 그동안 끊임없이 혹사당한 지구를 살리기 위한 지구회생프로젝트를 지칭한다.
다이어트의 대상은 바로 온난화 등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주범 이산화 탄소다. 지구 환경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 하기 위해 인류가 빼어든 무기는 이른바 녹 색기술(GT; Green Technology)로 지칭되는 친환경 기술.
이를 통해 세계 각국은 저(低) 탄소 경제 실현을 목표로 피나는 이산화탄소 감량에 뛰어들었다. 특히 얼마 전부터는 몇몇 국가에서 주목 할 만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저탄소 경 제를 뛰어넘어 아예 탄소 제로 도시(Zero- Carbon City)를 건설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탄소 제로 도시란 석유나 석탄을 전혀 쓰지 않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인 무공해 도 시를 의미한다. 탄소 제로 도시라는 개념이 처음 대두된 것은 지난 2002년. 영국 런던 외곽의 서튼 지역에 3층짜리 탄소 제로 주택 100채로 구 성된 베드제드(BedZED) 마을이 건설되면서 부터다.
이곳은 태양열,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필 요한 동력을 확보한다. 그리고 지붕 위에는 바람이 부는 방향에 맞춰 회전하는 환풍기 를 설치,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내부로 끌어 들여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지붕의 태양열 집열판 옆에는 잔디 가 깔려있다. 이 잔디는 비가 올 때 빗물을 흡수·저장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저 장된 빗물은 파이프를 통해 지하 물탱크로 보내진다.
그리고 추가적인 정화과정을 거 쳐 화장실과 정원 용수로 재활용된다. 이를 통해 일반 주택에 비해 물 사용량을 3분의 1 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 해 3중 유리창이 채용됐으며, 벽에는 단열재 를 두툼하게 넣었다. 인근에는 산업쓰레기 를 재활용하는 소규모 열전력 발전소도 있 다.
이 같은 베드제드는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건설된 것이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생태·관광 도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영국은 베드제드를 미래 주거 환경의 롤 모델로 삼아 친환경 주택 10만호 건설 계획 을 천명한 상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 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로부터 배 출된 이산화탄소 총량을 '0'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는 난방, 온수, 통풍 에 더해 TV, 냉장고, 조리기구 등 가전제품 이 소비하는 에너지까지 포함된다. 사실 영국 내 2,100만 채의 주택에서 배 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영국 전체 발생량의 27%나 된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제로 탄 소 주택을 활용, 오는 2050년까지 가정의 이 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60% 이상 줄일 방 침이다.
이의 일환으로 잉글랜드 지역에 지어지 는 모든 신규 주택은 오는 2016년까지 탄소 제로 주택으로 건설되며 다른 지역 또한 오 는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 지 시설을 갖추게 된다.
5만 명이 거주하는 무공해 신도시
현재 건설 계획이 확정된 탄소 제로 도시 가 운데 최대 규모는 아랍에미리트가 220억 달 러(약 22조 원)를 투입해 추진하는 마스다르 시티다. 수도 아부다비 인근의 사막에 들어 서게 될 이 도시는 면적이 무려 7㎢에 이른 다. 이는 여의도(8.4㎢)보다 조금 작은 것으 로 주민 5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다.
여 기에는 또 1,500여개의 기업체도 입주할 예 정이다. 오는 2016년 완공될 마스다르 시티는 아 랍 고대풍의 정취와 현대 기술력이 결합된 도시로 구현된다. 성벽으로 외곽을 감싸고 보행도로를 조밀하게 만들어 고대 도시를 연상케 하지만 도시 가운데에 거대한 태양 열 발전소가 들어서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 는 것.
곳곳에 풍력발전소도 설치, 걸프 만 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복안이다. 각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오직 풍력 과 태양열, 지열에만 의존한다. 건물 지붕과 외벽에 박막형 태양전지를 붙여 필요한 전력 의 대부분을 얻게 되며 음식물 쓰레기를 연 소시켜 얻은 재생에너지(17%)와 풍력에너지 (1%)가 나머지를 충당하는 식이다.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를 연소시키면 매립지에 매장 하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 거리의 경우 보행자 위주로 설계됐다. 뜨 거운 태양빛을 피하기 위해 모든 보도와 골 목에 그늘을 드리울 예정이며, 녹지공간이 별도로 조성된다.
도시 전체를 동북 방향에 서 서남 방향으로 정렬된 좁은 도로처럼 디자인한 것도 그늘이 지는 공간을 최대화하기 위함이다. 이 설계는 에너지 수요량을 줄이 는 길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교통수단은 배터리로 움직이는 무인 전기자동차만 허용된다.
이산화탄소를 조금이라도 배출하는 차량은 절대 이곳에서 운행될 수 없다. 물론 전기자동차의 전기 동 력 또한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것이다. 이 전 기자동차에는 자동운전시스템이 채용돼 있 어 운전자가 행선지를 입력하면 목적지 까지 알아서 데려다 준다.
대중 교통시설도 충분히 마련, 시내 어느 곳에서나 반경 200m 안에 전기버스 등이 다니도록 할 계획이다. 도시 중심부를 관통해 운영될 경량 철도시 스템이 아부다비의 나머지 지역을 연결하고 도시 내에 서는 태양열 집열판으로 동 력이 공급되는 소형 차량이 운 영된다.
식수와 용수의 사용량도 최소 로 유지해 담수화에 들어가는 전력을 절약하게 된다. 이 모든 노력에 힘입어 마스다르 시티는 기존 도시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을 75%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우 리가 쓰고 있는 에너지의 4분의 1만으로 움 직이는 도시가 탄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 도시 전역에는 시민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체크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센서 까지 설치된다. 각 시민들의 에너지 사용량 을 확인, 특정 양을 초과한 시민에게 센서로 '벌금을 내야 한다'고 실시간 경고함으로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에너지 를 아끼지 않고는 버텨내지 못 할 환경인 셈 이다.
이 때문에 마스다르 시티가 건설되면 경 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의 산유국 중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 1위라는 아랍에미 리트의 불명예도 어느 정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부다비, 두바이 등 7 개 토후국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가 전 세 계 석유 매장량의 11%(세계 3위)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5%(세계 4위)를 보유하고 있는 화 석연료의 천국이라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아부다비에 85%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 이처럼 막대한 석유자원을 깔고 앉은 장 소에 세계 최대의 탄소 제로 도시가 건설된 다는 것은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탄소 제로 도시 건설, 세계가 함께 뛴다.
탄소 제로, 온실가스 제로 도시의 구상은 마 스다르 시티에서만 무르익고 있는 게 아니 다. 중국, 리비아, 캐나다, 덴마크, 중동 등 많은 국가가 친환경 이미지를 위해 경쟁적으 로 탄소 제로 도시 건설에 나서고 있다.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상 하이시 동탄 섬에 인구 50만 명 규모의 환경 신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다. 상하이 엑스포 가 열리는 2010년에 맞춰 세부 설계도가 공 개된다. 이 환경도시는 풍력과 태양열을 이용해 전력을 공급받고 쌀겨, 볏짚 등 바이오 연료 를 난방에 활용한다.
이렇게 섬 전체 면적의 65%를 생태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미 동탄 섬에는 친환경도시 개발을 위한 주민 이주가 시작됐다. 이 에너지 자급자족도시 는 오는 2050년 완공된다. 캐나다 서남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빅 토리아에서 추진되고 있는 선창가 그린 프 로젝트도 있다. 약 6만㎡에 이르는 선창가 지역에 친환경 주택 1,000채를 건설해 친환 경 지대로 탈바꿈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건물은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냉난방을 해 결하고, 거리에는
전기자동차 외에는 운행 이 금지된다. 이를 위해 6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며, 오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도 세계 최초로 주택 과 자동차에 수소에너지 사용을 본격화한 H2PIA 프로젝트가 진 행 중이다. H2PIA는 수소를 뜻하는 H2와 이상향을 뜻하 는 유토피아(utopia)의 합성 어다.
H2PIA 프로젝트는 소 규모지만 도시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수소에너지를 본격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 고 있다. 실제 이 도시에서는 건물 유지 에 필요한 에너지는 물론 자동차 연료 도 수소로 공급받는다. 또한 태양열과 풍 력에너지로 수소연료전지를 충전시켜 주택 수백 채와 자동차의 전원으로 쓸 예정이다.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10년 동 안 1조원을 투자하는 퓨처젠(FutureGen) 프 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석탄에서 수소와 전 기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 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이 목표다. 또한 미국은 친환경도시 건 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그린 디자인 (Sustainable design)의 열풍 속에 있다.
범죄와 환경오염으로 악명 높았던 시 카고는 미국 제일의 친환경 도시로 변신하 고 있다. 변화의 주역은 그린 루프(Green Roof). 콘크리트와 타르로 포장된 빌딩의 옥 상 공간을 나무와 풀들로 뒤덮인 정원으로 개조한 것을 말한다. 건물의 열기를 차단시 켜 냉난방 효과도 탁월할 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에도 크게 기여한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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