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창의재단은 그동안 과학문화 사업의 고도화·선진화, 창의 인재의 육성, 과학·예술의 융합을 핵심 과제로 삼아 내부적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올해에는 이를 구체화할 다양한 혁신사업들이 본격 추진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를 통해 2009년을 대한민국 과학문화의 중심축이자 창의인재 육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E=MC².’ 이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공 식 중 하나다. 에너지(E)는 질량(M)에 빛의 속도(C)의 제곱을 곱한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이 공식은 100여년 이상 인간의 사고 (思考)를 통해 찾아낸 최고의 학문적 업적으로 꼽힌다. 이 같은 E=MC²에 필적하는 공식이 얼마 전 새로 만들어졌다. 바로 ‘S+C=A²’다.
여기서 S는 과학(science), C는 창의력(creativity), 2개의 A는 각각 해답(answer)과 진보 (advancement)를 말한다. 즉 과학과 창의가 만나면 해답이 되고 미래가 된다는 뜻이다.
S +C = A²
이 공식을 도출해 낸 주인공은 한국과학창의 재단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를 모토로 삼아 과학기술 강국 건설과 미래 사회를 주도할 창의적 인재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지난해 9월 과학기술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한국과학문화재단 에서 확대 개편된 조직이다.
교육과학기술 부는 당시 창의적 인재의 양성이 국가경쟁력 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이 같은 시대적 사명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적·체계적 정책 수립과 추진을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을 출 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 역할도 기존 과학문화재단이 갖고 있던 과학기술문화 진흥기능에 더해 과학·기술·교육·문화를 아우르는 정책의 수립, 창의적 인재육성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대폭 확대됐다.
사실상 21세기 과학· 교육 융합시대를 선도하는 국가 중심기관으로 거듭난 것. 특히 교육과정평가원이 담당했던 과학, 수학 과목의 교육과정 개편 권한을 이관 받는 한편 교육부·과기부·과학재단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던 과학영재교육을 전담하게 되면서 국가 인재·영재교육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막중한 임무까지 부여받았다.
구랍 26일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출범 한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지난 100일간 한 국과학창의재단은 그야말로 눈 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올해의 본격적인 사업 전 개를 앞두고 세부적인 전략사업을 확정하고 내부조직 정비와 역량 강화에 나서며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
그리고 이 기간 중에도 대한 민국과학축전의 질적 향상을 이끌어내는 등 몇몇 분야에서 는 이미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올해를 대한민국 과학문화의 중심이자 창의인재 육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으로 삼고 S+C=A²을 현 실화할 혁신사업들을 속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과학중심의 창의사회 구현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궁극적 비전은 ‘과학중심의 창의사회 구현’으로 압축된다. 4대 핵심전략 과제로 삼은 창의적 인재와 영재의 육성,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을 결합한 융합 교육, 과학기술문화 사업의 전문화, 과학창의센터의 운영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도구다.
학문적 경계에 제약받지 않는 합리적 사 고를 대중에게 확산시켜 창의적 사회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창의인재와 영재 배출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과학에 기반한 대중적 ‘합리성’이 ‘창의성’ 을 이끌어내고 이것이 ‘수월성(秀越性)’으로 승화되는 3단계 전략인 것.
이 가운데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최고 관심사는 창의성, 즉 창의적 인재의 육성이다. 독창적 사고력을 갖춘 창의 인재야 말로 국가의 미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우 오래전부터 이 점에 주목하고 사회적 창의 마인드 확산, 교육 전문성 제고 등에 다각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상태다. 새 정부가 창의력 제고를 국정운영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올해 과학 및 수학 교육의 내실화와 대학교로의 영재교육 확대를 축으로 창의 인재가 자라날 양질의 토양을 제공할 예정이다.
먼저 과학·수학교육의 내실화는 이번에 새로 확보한 과학·수학 교육과정 개편 권한 을 활용해 교과과정, 교과서, 교수학습법 콘텐츠를 연구·개발·보급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또한 이 결과물을 과학문화재단 때부터 해왔던 과학교과서 개발과 연계해 효과를 극대화할 생각이다.
올해 업무 추진에 앞서 현재 사전기획 작 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교사들의 전문성 강 화, 과학교육 파트너십 구축 등 5대 중점과제 로 구성된 마스터플랜이 지난달 도출됐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정윤 이사장은 “재단이 개발한 고교 1학년용 차세대 과학교과 서는 유네스코 본부가 저개발국으로의 보급 을 요청해왔을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 노하우를 살려 탐구와 창의적 문제 해결 중심의 과학·수학 교과과정을 연구·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융합교육 통해 상상력 확장
대학으로의 영재교육 연장은 과학영재교육 전담기관으로서 기존 정책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복안이다. 실제 지금껏 국내 영재교육은 초·중·고교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대학 진학 이후 연속성이 단절됐다.
전주기적 과학영재 양성이라는 목표 달성에 제도 적인 장벽이 존재했다는 얘기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올해 서울대, 포항 공대 등에서 시범운용 중인 ‘대학생 연구 참여 프로그램(URP)’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 난제를 풀기 위한 첫발을 내딛을 방침이다.
URP는 대학생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교수, 조교 등 전문 멘토들과 함께 자유롭고 심층적으로 연구·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한국과학창의재단은 URP가 영재들의 창의성과 과학적 탐구력 신장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우수 인재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 이외의 전공을 접할 수 있도록 해 학문 간, 사람간의 통섭(統攝) 능력을 길러주는 ‘아너스 프로그램(Honors Program)’ 확대 도 염두에 두고 있다.
4대 핵심전략 과제의 한 축인 융합교육 도 이 같은 창의 인재의 육성과 밀접한 관련 이 있다. 창의성의 원천이 상상력이라는 점 에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인문사회의 융합교육은 상상력의 폭을 무한히 확장시킬 수 있는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이는 ‘땅을 깊게 파기 위해서는 넓게 파야만 한다’는 단 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현재 예술고와 과학고가 통합된 이스라엘의 예술과학고등학교 등 해외사례를 수집·연구해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제2의 백남준을 길러낼 수 있는 융합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예술과 과학의 만 남’ 그리고 구랍 20일 열린 ‘2008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 등도 이 같은 분위기 조성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풀뿌리 과학문화 조성
하지만 창의 인재들이 양산되는 창의사회 는 몇몇 사업들을 추진한다고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어떤 투자와 노력도 효과가 반감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나 온갖 정성을 기울여 길러낸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와 약대 로 몰리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과학 창의재단이 창의인재 육성 못지않게 국민들 의 생활 속에 파고드는 과학기술문화, 이른 바 풀뿌리 과학문화의 조성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올해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그동안 진행해왔던 과학문화 대중화 사업을 시대상에 맞춰 고도화하고, 과학적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를 높이는 것.
글로벌 이슈는 지구와 인류의 5대 현안인 기후변화, 에너지, 질병, 식량, 물로 정했다. 지난해 8월 열린 대한민국과학축전에 지구와 5대 현안을 중점 부각, 매년 별다른 변화 없이 열려왔던 대회에 전문성을 주입시킨 것도 이의 일환이다.
특히 자체 운용 중인 과학포털 사이트 사이언스 올에도 5대 현안과 관련한 기획 콘텐츠를 편성해 놓았는데 조회 수가 하루 평균 3만 명에 달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올해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 시상 및 인증, 교육 활동지원 사업 등을 통해 이 같은 과학기술 문화와 국민간의 소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4대 과제의 마지막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창의센터는 앞서 언급한 모든 사업 의 서포터로서 그 파급력을 배가하는 역할 을 하게 된다.
일선 교육현장에 창의적 과학 수업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세계적 수준의 과학창의교육 리소스를 개발·연구· 홍보하는 것이 주요 목표. 국립과천과학관 개관 후 기능이 축소된 국립서울과학관을 센터로 특성화할 계획이며, 올해 상반기 중 출범을 목표로 2개 층에 대한 리모델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사업들이 원활하게 전개된다고 해도 창의인재 양성이나 창의사회 구현이 단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한국창의재단 이 올해 내딛는 첫 걸음이 결코 가볍게 느껴 지지 않는 이유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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