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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도 연구

과학기술이 곧 국가의 미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의 삶은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게 된다. 과학기술이 전제돼야만 더 좋은 성능의 휴대폰을 개발하고, 자동차도 만들 수 있다. 또한 우주도 가고, 유전자를 연구해 질병을 고칠 수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총괄했던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폐지되고, 교육인적자원부와 합쳐져 교육과학기술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교육과 과학기술 부처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과학기술 부문의 추동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의 진단이다.

과거 과학기술부 산하에는 26개의 대표적인 이공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있었다. 지금 13개 연구기관은 기초과학을 다룬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 나머지 13개 연구기관은 돈 버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명분으로 지식경제부에 편재돼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 온 연구기관들은 이처럼 뿔뿔이 흩어져 주무부처의 변방에 머물고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는 위기국면에 처한 연구기관들의 확실한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가다’라는 시리즈를 마련, 운영해 오고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연구기관들의 목표, 전략, 활동, 그리고 성과를 알려 과학기술 입국의 꿈과 취지를 되살리고자 한다. -편집자 註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맏형으로 통한다. 현재 대덕특구에 있는 다수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모태 역시 KIST다. 지난 1966년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연구소로 설립된 KIST는 국가 연구개발(R&D) 자원의 전략적 공급기지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현재 2,000명의 연구원이 재료·나노·생체·로봇·에너지·환경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KIST가 개발한 미활용 특허, 그리고 지금 개 발 중인 기술은 대략 1,500건 정도가 된다. 이를 외국 계 금융기술회사와 손잡고 사업화한다는 게 KIST의 목표다. 실제 KIST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 바텔연구소(BMI)가 설립한 360ip와 협정을 체결, KIST가 보유한 특허와 기술을 공동 사업화하기로 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바텔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인력, 기술평가시스템, 사업화 경험을 활용해 KIST가 보유중인 미활용 특허와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을 사업화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바텔연구소는 물론 360ip와 협력관계에 있는 세계 각국 연구소의 특허 및 기술과도 상호 보완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됐다.

360ip는 앞으로 5년 동안 총 2,000만 달러를 KIST의 기술 사업화에 투자하게 된다. KIST와 360ip의 이 번 협정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도 사업화를 위한 대규모 자본, 해외 마케팅 경험, 그리고 네트워크 부재로 빛을 보지 못했던 정부출연 연구기관 보유 기술의 사업화에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일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도 우수한 기술 을 바탕으로 해외의 거대 제약사나 글로벌 기업과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KIST의 보유 기술 사업화는 단일 건이 아닌 전(全)방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몇 년 후에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사업화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동화 원장은 “KIST는 360ip에 보유한 특허를 검토하고 기술이전이나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할 독점적 권리를 일정기간 주게 된다”면서 “이를 통한 수익은 KIST와 360ip가 각각 50%씩 양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연구만 연구가 아니 다”면서 “보유한 특허나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업화하는 것도 연구”라고 강조했다. 현재 KIST가 보유한 특허나 기술 중 당장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는 연료전지, 진단 키트, 그리고 신약 개발을 위한 신물질 등이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가 갖고 있는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연료전지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열도 발생시키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석유, 석탄, 가스 등을 이용한 화력발전보다 높다.

또한 진단키트는 거대한 실험장치 없이 간편하게 질병의 유무나 진행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이며, 키트 개발에는 나노기술과 IT기술이 융합된다. KIST가 보유한 특허 및 기술의 국내기업 이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KIST 산하 태양전지연구센 터의 박남규 박사팀이 개발한 염료감응 태양전지 기술이 대표적 케이스인데, KIST는 지난해 6월 이 기술을 28억 원에 동진 쎄미켐에 이전했다.



KIST와 360ip의 협정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도 사업화를 위한 대규모 자본, 해외 마케팅 경험, 그리고 네트워크 부재로 빛을 보지 못했던 정부출연 연구기관 보유 기술의 사업화에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박사팀이 개발한 염료감응 태양전지 기술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다소 낮은 11%대의 전력 변환 효율을 갖고 있지만 제조 단가가 실리콘 태양전지의 20%에 불과해 상용화될 경우 탁월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캡슐형 내시경도 기술 이전에 성공한 경우다.

미로 캠으로 명명된 이 캡슐형 내시경은 알약모양의 캡슐을 삼키기만 하면 마취에 대한 공포는 물론 구토나 통증을 겪지 않고 소화기관 내부를 촬영할 수 있다. 벤처기업인 인트로메딕에 기술 이전된 미로캠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내시경이다.

특히 동작 시간과 초당 이미지 촬영, 그리고 이미지 해상도에 있어 높은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해 상당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IST 내부에 있는 원장 공관에 가정용 연료전지를 설치한 것도 보유 특허 및 기술의 사업화와 연관이 있다.

기술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효율성과 안전성을 먼저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시범 케이스로 원장 공관을 선택한 것. 가정용 연료전지는 도시가스(LNG)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생산된 수소를 연료로 전기· 온수·난 방을 공급한다.

이는 도시가스를 연소시켜 전기·온 수·난방을 하는 것보다 30% 정도 효율이 높고, 온실 가스인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40%나 낮다. KIST는 미래를 위한 도약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설립 50주년이 되는 2016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거듭 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제시한 것이 ‘미래비전 21’이다. 미래비전 21에서 제시한 5대 미래비전은 ▲국가 아젠다 해결 및 기초과학기술 연구허브 구축 ▲수월 성 연구조직 중심의 차별화된 집중연구 ▲글로벌 스탠더드 구축 ▲선진 경영체제 확립 ▲과학기술 인재 양성 및 교육·과학 시너지 창출 등이다.

KIST는 우선 국가 아젠다 해결을 위해 단기수익성 연구에 치중하기보다는 에너지·환경·노령화·국 방·안전 등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연구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중이온 이온빔과 포항 X선 빔 라인 등 대형장비를 기반으로 기초과학기술 연구허브를 구축 할 계획이다.

수월성 연구조직 중심의 차별화된 집중연구를 위해서는 선부(先富)형 R&D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연구를 잘하는 그룹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 구축을 위해 외국인 과학자의 비율을 정직원의 20%로 끌어 올리고, 센터장급의 스타 과학자도 10명 정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탁월성 연구센터(COE)를 현재 2개에서 2016년 7개로 늘리고, 고유사업비의 50%를 투입하는 등 연구자원 집중으로 선진 경영체제를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13개 개발도상국에서 온 90여명이 석 ·박사 과정을 이수중인 국제 R&D 아카데미를 200명 규모로 늘리는 등 과학기술 인재양성과 교육·과학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개발도상국 과학 기술지원을 위한 KIST Institute도 설립·운용할 계획이다.

KIST는 미래를 위한 도약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설립 50주년이 되는 2016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제시한 것이‘미래비전 21’이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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