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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요직을 두루 거친 금동화 원장은 골수 이공계 출신, 또는 이공계 출신의 롤 모델로 꼽힌다. 그래서일까.

그는 이공계 출신에 미래가 달렸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뇐다. 기하급수적인 부가가치 창출의 주역은 곧 이공계 출신인 만큼 이들의 육성이야 말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대담=정구영 편집장


Q. 평소 이공계 출신 육성을 강조하고 계신데?

A. 생산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노동, 자본의 투입량을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생산요소의 투입 량 증가는 한계가 있습니다. 노동의 경우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현상으로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고, 자본 역시 국내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노사관계, 경영체제, 법과 제도, 기술혁신 등 총 요소 생산성을 중시하는데, 그 중에서도 기술혁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술혁신은 누가 이끕니까.

바로 이공계 출신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공계 출신을 육성해야 합니다.

Q.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공계 위기론의 실체는?

A. 우수한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죠. 물론 최근 들어 이공계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도 많이 나오고, 이공계 출신의 금융업계 진출 등 활동영역도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인문계 전공자에 대비한 이공계 전공자 비중도 외국과 비교해 손색이 없습니다. 문제는 양(量)보다 질(質)입 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 진출을 기피한다는 것이죠.

요즘에는 의대나 한의대는 물론 여자대학의 약학과보다 서울공대의 커트라인이 낮아졌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입니다.

Q. 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봅니까?

A. 무엇보다 이공계 전공에 따른 개인적 보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연구원에 대한 처우개선이 제자리를 맴돌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돈 버는 의사, 한의사, 약사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죠.

특히 IMF 당시 수많은 연구원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내몰린 것은 이공계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 습니다. 어느 학부모가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 이공계에 자녀를 진학시키려고 하겠습니까.

Q. 그렇다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까?



A. 사실 이공계 출신들은 인적 네트워크가 약합니다. 무엇을 주장하는데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 마도 혼자서 연구하는 학문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는 투자나 예산 등의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문과, 이과 구분도 없애야 합니다. 물론 학습부담 증가에 따른 비판여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에 대한 지적도 많은데?

A. 언제부터인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효율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졌습니다. 투자한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물론 성과를 내는 연구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누적 개념에서 그동안 과학기술계가 쌓아온 업적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과학기술 보유국의 72.8%며, 앞으로 5년 내 77.8%로 높아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의 해방 이후 과학기술 투자 규모가 현재 일본 과학기술 투자 규모의 1.5배 수준에 불과하고, 그나마 지난 1990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위상도 굉장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내셔널 아젠다 해결을 위한 연구를 강조하시는데?

A. 이제는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연구보다 원천기술 연구에 주력해야 합니다. ‘따라 가는 연구’만으로는 오늘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경제규모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패스파인더(pathfinder), 즉 새로운 길을 찾는 연 구를 통해 기술 한 건당 수조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내셔널 아젠다를 해결하는 연구에도 나서야 합니다. 에너지·환경, 노령화 사회 대비, 국방·보안 분야 등의 연구가 바로 그것이죠.

Q. KIST의 향후 비전은 무엇입니까?

A. 설립 50주년이 되는 2016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로 도약한다는 게 현재의 목표입니다. 과학기술은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과학기술 투자를 후순위로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과학기술 투자는 종자를 보존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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