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을 요구하는 몇몇 첨단장비를 제외하고는 국내 업체들이 앞 다퉈 장비 개발에 뛰어들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
이는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과학기기 장비산업도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 들어 생명공학 등 바이오 분야의 과학기기 장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과학기기 장비시장은 1957년 신한 과학이 미국 업체로부터 관련제품을 수입,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국내 과학 기기 장비시장은 수 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외국 업체들이 전체 시장의 80~90%를 점유하면서 주도해왔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원천기술력 부재와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으로 인해 실험실 시 설장비 등 기초과학용 장비 생산에 머물러 왔다.
현재 국내에는 신한과학, 동일과학, 영인과학, 대한과학 등 수입과 개발을 병행하는 150여개 업체와 한국과학기기공업협 동조합 산하 300여개 중소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실험실 시설장비와 각종 소모품은 금액 단위는 적지만 연구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어 가장 많은 국 내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저가의 중국산 장비가 수입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온 국내 업 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대다수 과학기기 장비 업체 들은 영세성을 면치 못해 관공서나 학교 등 공공물량에 치중하는 등 정부 의존적 성향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일본·독일 등 전통적인 과학기기 장비 업체들과의 경쟁은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화학분석 장비를 비롯해 단백질 분석기 등 바이오 장비 시장은 외국 업체 들과 경쟁이 벌어지는 등 도약을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생명공학업 체 및 연구소들은 측정 장비와 시약류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장비와 시약류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최근 바이오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DNA 분석 장비를 개발한 바이오니아는 국내 유수 연구소와 바이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장비를 공급,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바이오니아는 관련 시약류에서부터 DNA 분석 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두 국산화를 실현해 미국, 일본 등 외국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들어갔다.
서린바이오사이언스도 분자생물학은 물론 면역화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장비 개발에 나선 상태다.
DNA 분석용 형광시스템, 항체기반 제품인 단백질 시료 분획, 접합 키트(Kit), 그리고 단백질 분리용 MEMS 칩이 바로 그것.
한국바이오협회의 양재혁 과장은 “과거 수입에 의존했던 DNA 분석 장비 및 시약류 등 을 국산화하는데 성공,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바이오 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좀 더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장비를 개발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국내 과학기기 장비 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통한 돌파구 마련도 모색하고 있다. 실제 한국 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은 지난해 10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월드디닥(Worlddidac) 전시회 에 11개 회원사를 파견, 100억 원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박막 두께 측정 장비를 개발한 케이맥은 측 정용 시료를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고정밀의 측정이 가능한 장비를 개발, 대만 등 외국시장 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반도체 및 LCD 패널 업체들의 공정라인에는 이미 이 장비가 투입한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의 수출 성과는 회원 사들이 자동차 실습장비, 전기전자 교육, 분석 장비, 시청각교육 기자재, 외국어 학습장비 등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주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해외 전시회를 통한 수출 다 변화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nterview
홍윤식 한국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국내 과학기기 장비산업 발전 위한 정책 지원 필요”
“국내 과학기기 장비 시장은 취급 품목이 광범위한데다 대규모 투자도 쉽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관계 당국에서 책임감을 갖고 과학기기 및 장비 공급에 관심과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홍윤식 한국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수요처가 확보되지 않음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 역시 과학기기 및 장비 생산을 기피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홍 이사장은 “국내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외국산 장비를 선호하는 국내 시장 풍토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국내 업체들이 과학기기 및 장비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기 및 장비의 국산화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것. 홍 이사장은 “이 같은 국산화 열기와 함께 소속 회원사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합 회원사들은 미국, 스위스, 일본, 중국 등 해외 전시회에 참가, 지난해 2,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또한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 러시아 등에 대한 본격적인 시장성 타진 및 교역환경 분석을 통해 현실적인 진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국내 과학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시 위주의 이론교육이 아닌 탐구·실험 중심의 과학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책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4년 설립된 한국과학기기공업협동조합은 기초과학기기, 이화학기기, 계측기기 등을 생산하는 285개 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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