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체들 또한 올해를 사용화를 통한 시장 창출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 아래 일반 수요처 대상의 영업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이 선사할 미래
서기 2040년 3월의 대한민국 서울.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는 노총각 김대한 대리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김 대리를 깨운 것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가정용 지능형 서비스 로봇 ‘KOR-1’.
그는 이 로봇을 ‘슈퍼맨’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도대체 못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애칭이 무색하지 않게 김 대리가 세안을 마치고 나오자 KOR-1은 따뜻한 아침식사를 준비해 놓았다.
침대 위에는 오늘 입고 나갈 양복도 올려져 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김 대리는 KOR-1에 게 어제 부탁한 항공기 예약 결과를 물었다. 오늘은 부산에서 중요한 고객과 미팅이 있기 때문. 예상대로 KOR-1은 초고속 무선 인터넷망을 활용해 항공사의 웹사이트에 접속, 항공권 구매를 완료해 놓은 상태다.
집을 나서 공항에 도착하니 또 다른 지능형 서비스 로봇 하나가 그에게 다가온다. 공항 이용객들의 짐을 옮겨주는 화물운반로봇이다. 청사에 들어서자 청소로봇과 경비로봇들도 눈에 들어왔다.
김 대리는 그들을 지나쳐 안내로봇에게 다가갔다. 어디서 티켓팅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예약 번호를 말해주자 이 로봇은 아예 발권 데스크 앞까지 그를 데려다줬다. 이렇게 지능형 서비스 로봇들의 도움으로 출장을 마무리한 김 대리는 저녁 8시 넘어 집으로 돌아왔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상쾌했다. KOR-1이 이미 청소와 설거지, 빨래를 다 해놓았기 때문에 퇴근 후 가사 노동에 시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과 소통하고 자율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은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만들어졌던 순간부터 인류가 꿈꿔왔던 이상적인 로봇이다.
이 꿈의 로봇이 선사하는 꿈같은 세상을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것이 생각만큼 먼 미래의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바로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100조원에 달하는 거대시장
국내외 로봇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을 전후 해 지능형 서비스 로봇들이 다양한 일상생활 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때까지 영화 ‘아이로봇’, ‘바이센티니얼맨’에 등장하는 고도의 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가사 일을 거들고 안내·경비·교육·간호 등의 분야에서 인간과 유사한 능력을 발휘하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보급은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는 크게 3가지다.
세계 인구의 노령화, 개인화로 치닫는 사회구조, 그리고 야외활동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그것이다. 노인과 독거 생활자 들을 돌봐주고 야회활동으로 소홀해진 집안일을 대신 처리해줄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수요가 사회적으로 대폭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
로봇 사이의 네트워킹, 자율이동, 음성인식, 센싱 등 기반기술들의 수준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례로 예전에는 로봇의 이족보행 자체가 이슈화됐었지만 혼다의 아시모,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마루 등 현재의 휴머노이드들은 뛰거나 춤을 추는 단계에까지 이른 상태다.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로 인해 2020년 세계 지능형 서비스 로봇시장은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구 산업자원부) 역시 오는 2013년경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 국내에서만 생산 30조원, 수출 20조원의 거대 산업 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지난해 3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제정한 것이나 올해 초 로봇 응용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하나로 선정, 지능형 서비스 로봇에 적극적 투자와 지원을 단행키로 한 것도 이 같은 막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의 일환으로 지식경제부는 현재 인천과 경남에 세계 최초의 로봇 테마파크인 로봇랜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초기 시장을 창출 해줌으로서 국내업체들의 지속적 연구개발과 기술고도화를 유도하겠다는 것.
인천 로봇랜드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이미 76만7,286㎡의 부지 선정을 마친 상태다. 지식경제부는 또 SK텔레콤 등과 함께 오는 8월 송도 국제도시의 환승센터에 들어설 투머로우시티(T-City)에서도 다수의 지능형 서비스 로봇을 운용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일반인 이용객들을 맞게 될 로봇은 안내 로봇, 카페 서빙로봇, 짐 운반로봇, 패트롤 로봇, 야외홍보로봇 등 5종 30여대로 각각 한울 로보틱스, 유진로봇, 마이크로로봇, 다 사로봇, 이노메탈이지로봇 등 5개사에 의해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오는 2013년 까지 우리나라를 로봇산업 3대 기술 강국으로 육성하고 2018년에는 세계 1등의 반열에 올려놓는다는 복안이다.
2009년은 시장 창출 원년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수요창출 의지에 힘입어 국내 지능형 서비스 로봇 제조업체들 또 한 올해를 본격적인 시장 창출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지금까지 정부의 연구자금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보급과 판매로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
실제 메이저 업체들은 최근 정부 차원의 실증사업이 아닌 자체 판로개척을 위한 영업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유진로봇의 세계 최초 네트워크형 유아교육로봇 아이로비큐(iRobiQ)와 서빙 로봇 카페로(CAFERO), 다사로봇의 빌딩청소로봇인 작센(ZACSEN), 그리고 청소와 홈 모니터링 기능을 겸비한 한울로보틱스의 네토로(NETTORO) 등 실사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셉트의 모델 개발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조건 첨단기능을 구현하기보다 소비자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는 형태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유진로봇의 아이로비큐는 이 같은 상용화의 선두에 서 있는 로봇. 이 모델은 지난 2004년 개발된 홈서비스로봇 아이로비를 유아교육용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인데, 지난해 10월 상용판매 이후 대당 396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전국 유치원과 유아교육기관에 40여대가 보급됐다.
유진로봇의 한 관계자는 “국내의 교육열을 감안, 유아교육시장을 공략하자는 전략이 주효했다”며 “아직 지능형 서비스 로봇은 일반인이 구입하기에 가격 부담이 있는 만큼 당분간 공공기관이나 단체 중심의 니치마켓 발굴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사로봇도 지난해 런칭한 공공안내로봇 프리다(FRIDA)를 위시해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판매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플랫폼의 가격만 7,000만원에 달하는 프리다를 대전 미술관, 인천 시청, 한국이민사박물관 등 5개 기관에 7대나 판매·임대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또 올 9월까지 습식청소 등의 기능을 추가한 작센 상용 모델의 개발도 완료할 계획이다. 다사로봇의 주정호 과장은 “지능형 서비스 로봇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치와 현재 로봇기술은 괴리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증과 보급을 통해 이 격차가 해소돼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울로보틱스, 마이크로로봇, KMC로보틱스, 로보테크 등의 업체들도 각자의 상황에 부합하는 전략·전술을 마련하고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마케팅 확대에 박 차를 가하고 있다.
킬러 어플리케이션 발굴 필요
하지만 정부와 업계의 다각적인 노력과는 별도로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 일반인들의 삶 속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극복해 야할 과제가 존재한다. 부담스러운 가격은 대량생산에 의해 해결될 문제라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기대하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모습과 현실과의 괴리감은 당분간 넘기 힘든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향후 10여년 내 구축 가능한 지능 형 서비스 로봇의 모습은 우리의 기대와는 상당부분 동떨어져 있다. 정보통신과 로봇기술 을 융합한 유비쿼터스 지능형 로봇(URC) 정도가 실현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다.
URC는 집안 내 기기들을 네트워크로 연동시켜 특정시간에 세탁기, 식기세척기를 돌릴 수 있다. 또한 휴대폰과 인터넷을 활용, 가스밸브와 커튼을 닫고 퇴근 전 난방을 작동시켜 놓을 수도 있다.
현관 보안시스템을 통해 주인을 식별, 문을 열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처럼 스스로 빨래와 설거지, 음식을 할 수는 없다. 이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는 지금도 홈오토메이션, 홈네트워킹이라는 이름으로 구현 가능한 서비스다.
게다가 URC로 이를 구현하려면 로봇 구매와는 별도로 상당한 홈네트워킹 비용까지 감내해야 한다. 자칫 URC가 신기한 로봇으로 치부될 뿐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상용성은 갖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해결책은 없을까. 로봇 공학자들과 미래 학자들은 하나같이 킬러 어플리케이션의 발굴을 해법으로 꼽는다. 킬러 어플리케이션 이란 제품의 본래 개발 목적을 뛰어넘어 사회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상품이나 발명을 말한다.
즉 지능형 서 비스 로봇의 수요를 촉발시킬 도화선이 될 서비스 및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
로봇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당초 업계는 로봇청소기가 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용자들이 이를 자동청소기 정도로 인지하면서 아직도 미완의 난제로 남아있는 상태”라며 “지능형 서비스 로봇업계의 무게추가 기술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킬러 어플리케이션의 탄생을 목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
1. 마이크, 카메라 : 로봇의 이름을 부르면 호출자에게 다가온다. 이후 음성으로 필요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한 내장 카메라를 통해 선생님 등 사람의 얼굴도 알아본다. 2. LED : LED로 눈·입·볼을 표현, 상황에 맞춰 5가지 다른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3. 위치수신기 : 머리 뒷면의 위치수신기가 교실 천정에 부착된 위치 패치들을 감지, 이동 및 충전스테이션으로 회귀할 때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4. 터치센서 : 머리, 팔, 바퀴에 터치센서가 있어 사람이 손으로 만지면 쳐다보며 말을 하는 등의 반응을 한다. 5. 초음파 센서 : 이동경로에 있는 사람과 사물을 감지, 충돌 상황을 회피한다. 6. 바닥 센서 : 바닥면에 적외선 삼각측량 방식의 PSD 센서를 채용, 계단과 낭떠러지를 감지한다. 7. 바퀴 : 메인바퀴 2개, 보조바퀴 5개 등 총 7개의 바퀴로 구동한다. |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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