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자들은 노동과 운동 등의 인력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인간 동력 차량, 그리고 인간의 몸이 간직한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인간 발전기를 연구하고 있다.
인력에너지를 활용하는 연구는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석유고갈 위기가 현실화되고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인류를 에너지위기에서 구해 줄 주역이 될 수도 있다.
미국오리건 주에 있는 케이브 정션은 한때 골드러시의 본거지였다. 다른 수많은 붐(boom)처럼 골드러시 역시 이 지역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광산 채굴자는 금을 캐내기 위해 마을 주변 을 온통 뒤집어 팠다. 결국 이 마을의 금은 살롱, 시금(試金) 홀, 그리고 극장의 지하에만 남게 됐다. 물론 금이 다 떨어지자 마을도 몰락했다.
과거 개척촌의 흔적은 간데없고 파헤쳐진 땅만 남은 것. 하지만 수십 년 후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다. 물론 목표는 다르다. 뭔가를 찾기 위해서가 아 니라 탈출하기 위해서다. 1960년대 미국 전역으로 퍼진 히피들은 사람이 전기 없이도 사회의 눈을 피해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귀찮게 하는 사람 없이 자신만의 색다른 꿈을 실현해 갈 수 있었던 것. 다시 말해 이곳에서라면 자신만의 영감으로 기발한 발명품을 만들고, 그것으로 지구를 구원 할 때가 오기를 기다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찰리 그린우드는 나무 위에 있는 자신의 집과 기발한 발명품을 손보는 공장 근처에 있는 적막한 도로에 서있었다.
그리고는 거기에 있던 FM-4 휴먼카(HumanCar)의 운전석에 올랐다. 아니 운전석이라는 말은 일반적인 자동차에 나 쓸 수 있는 말이다. 휴먼카를 움직이려면 운전자는 차량을 운전 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팔 운동을 해야 한다. 즉 4명의 탑승자가 휴먼카 위에서 손잡이를 잡 고 밀었다 당겼다 하면 그 힘은 기어 4개로 이루어진 트랜스미션을 통해 회전운동으로 바뀌고, 이 회전운동이 바퀴를 돌리게 된다.
시속 40~50km는 거뜬하고 내리막길인 경우 시속 64km 이상도 낼 수 있다. 찰리와 라이프스타일 관련 서적인 ‘UTurn’ 의 작가 브루스 그리어슨이 휴먼카의 앞에 타고, 찰리의 아들이자 휴먼카사의 최고경영자인 척이 뒷자리에 탔다. 그들의 모습은 차량 안에 들어갔다기보다는 위에 올라탄 것에 더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휴먼카는 골조만으로 이루어진 인간 동력 차량(Human-Powered- Vehicle)이기 때문이다. 지붕도 없고, 외벽도 없으며,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어떤 유선형 구조물도 없다. 이 인간 동력 차량은 철도에서 쓰는 자재 운반용 차, 즉 푸시카와 병원용 침대 의 혼혈아 같았다. 모든 탑승객들이 팔로 손잡이를 움직여 차량을 움직이느라고 바쁜데 이 차량의 조향 은 어떻게 할까. 원하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여 주기만 하면 앞바퀴가 자동적으로 방향을 바꾼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신체 조향인 셈이다. 다만 뒷자리 탑승객들은 몸을 기울여도 조향을 할 수 없다. 이들은 찰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저 ‘일하는 원숭이’일 뿐이다. 찰리는 마치 스키 폴대를 잡듯 차량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기계공학자인 그는 마치 대학교수와도 같은 용모와 태도를 갖추고 있었지만 손은 막노동꾼의 그것이었다.
기계 윤활유에 찌든 그의 손가락 끝은 마치 폴란드의 검은색 훈제 소시지 같았다. 차량에서 작은 부속 하나가 없어진 탓에 기어의 기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3단 기어에 맞춰놓았다. 이렇게 하면 136kg의 이 차량이 출발할 때 차량 무게에 따른 관성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들이 손잡이를 순서에 맞춰 잡아 당기자 마치 자동점화 명령을 받은 자동차 엔진 이 움직이듯 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량은 속도를 높여갔다. 그런데 휴먼카가 갑자기 도로에서 미끄럼을 탔다. 그리어슨의 실수 때문이었다. 속도를 내야 할 곳에서 너무 힘을 줘 몸을 움 직인 탓이다.
그리어슨에게 있어 이 차량의 조향기술을 배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척이 말했다. “이 차량의 운전기술을 배우는데도 숙련도를 그래프로 나타내는 학습 곡선이 필요합니다. 이 차량은 아무나 쉽게 몰 수 없다는 얘기죠. 제대로 몰려면 운전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선생님 같은 경우라면 면허증이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초기 시험주행 때 휴먼카는 최대시속 48km로 회전하게 돼 있는 모퉁이를 시속 96km로 내달린 적이 있었다. 해피 캠프 로드 인근의 가파른 내리막길에서였다. 이 차량을 발견한 경찰관이 찰리에게 차량을 길옆에 세우라고 지시하고는 정차된 휴먼카 주변을 굳은 얼굴로 돌아보았다.
“이건 대체 뭔가요?” “이것은 경량 차량입니다.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자동차가 아니지요.” “아! 알겠어요. 번호판도 없는 이 차량을 타고 산길을 시속 112km로 달려 내려갔는데 도 모터가 없으니까 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경찰관은 찰리에게 얼굴을 들이대고 말했다. “좋아요. 알겠습니다. 이번은 못 본 것으로 하지요.”
사실 찰리의 휴먼카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미완성 상태의 모든 발명품이 그렇듯이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이 사라지면 왜 이런 것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찰리는 이름 그대로 인간을 위한 차량이라고 말한다. 수입 석유에 대한 과도한 의존, 그리고 운동부족에 따른 비만 등 후기산업사 회에 진입한 서구의 병폐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어떤 때는 문제가 커도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한 법이다. 그가 휴먼카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것은 지난 1968년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던 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에 서다. 트럭에 탄 채 다른 자동차에 탑승한 승객, 그리고 나 홀로 운전자들을 쳐다보던 찰리는 그들이 운동부족으로 인한 살찐 해마처럼 보였고, 당시의 주변 풍경이 곧 미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찰리가 떠올린 해법이 바로 휴먼카와 같은 인간 동력 차량이었다. 그것이야 말로 교 통문제와 건강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였다는 것. 40년이 흐른 지금 찰리와 그의 아들 척은 차세대 휴먼카를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차 세대 휴먼카는 세계 최초로 인력에너지와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차량 이 될 것이다. 찰리와 척은 이 차량을 이매진이라고 부른다. 이매진은 연료비를 낼 필요 없이 사람들을 통근속도로 실어 나를 수 있다. 찰리는 이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차량이 교통의 양상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지나친 낙관론일지 모르겠지만 척 역시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5년 내 100만 명의 사람들이 차세대 휴먼카를 타고 다니게 될 겁니다.”
우리 몸에 있는 에너지
내연기관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궁지에 몰린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앞 다투어 새로운 동력원을 찾아 나서고 있다. 사실 최초의 민간 우주왕복선 건조와 같이 첨단과학기술에 걸린 X프라이즈상을 움켜쥔 닷컴 갑부들에게도 신재생에너지는 매혹적인 돈 상자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신재생에너지가 유일한 희망이며, 이에 대한 논의가 한층 다양하고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신재생에너지의 세계에서 인력에너지는 아웃라이어 중의 아웃라이어와도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웃과 친구들을 모터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석유 고갈이 심각해지고 기후변화가 더욱 두려워질수록 인력을 에너지로 쓰는 날은 앞당겨질 것 이다. 석유와 같이 한 가지 자원으로 우리 인류 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
물론 원자력, 태양열, 조력, 풍력이 틈새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겠지만 그 같은 위기는 우리의 코앞에 당도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마지막 자원이 우리 몸에 있다. 효율이 우수하고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쇼트 스트로크 엔진(short-stroke engine), 즉 심장 의 고동은 이제껏 거의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 인류는 그 엔진을 무려 60억 대나 가지고 있다. 체온의 형태로 낭비되는 쇼트 스토로크 엔진의 에너지를 일부라도 붙잡아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 인간이 하지 못 할 것은 무엇일까. 인력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이다.
모든 종류의 계획이 다 거론됐다. 그 중에는 매우 흥미로운 것도 있었는데, 이른바 대중발전(crowd farming)이 그것이다. 사람들이 회전문을 열고, 보도를 밟으며, 지하철 개찰구를 밀고 나가는 인력에너지를 모두 전기에너지로 바꾸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며 바닥에 스텝을 밟는 것도 포함된다.
페달을 밟는 잔디 깎기나 제설기 같은 의견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유튜브에서나 인기를 끌 법한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이론적 모호함을 해결하지 않고 전 세계의 에너지 수요와 별 상관없이 현대 생활에 그냥 한번 도입해 본 아이디어들도 있었다. 로렌스 롬의 전기발생 배낭이 좋은 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생물학자인 롬은 착용한 사람이 걸을 때마다 일어나는 진동을 전기로 바꾸는 배낭을 발명해냈다.
모든 분야에는 의문이 있기 마련이다. 인력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인력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는 기본이다.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산업화, 근대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퇴화 해버린 인간 본능, 즉 움직이고자 하는 본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세계에서 인력에너지는 아웃라이어 중의 아웃라이어와도 같은 느낌이다. 또한 이웃과 친구들을 모터 대용으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석유 고갈이 심각해지고 기후변화가 더욱 두려워질수록 인력을 에너지로 쓰는 날은 앞당겨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인력에너지가 매우 긴급한 것인지 의문을 낳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는 얘기일 것 이다. 기존의 다른 에너지가 고갈됐거나 아니면 이산화탄소 같은 공해문제가 너무 심각해져 다른 에너지를 쓸 수 없는 상황일 것이기 때문이다.
유감스러운 사실이지만 인력 에너지가 곧장 건물의 난방을 해결해주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닉 파워사의 수석 연구책임자인 맥스 던란은 “사용되는 에너지의 상대적인 크기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 한다. 던란은 착용자의 걷는 동작으로부터 5~10W의 전기를 생산해내는 무릎 보호대를 개발했으며, 바이오닉 파워는 이 제품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구상의 모든 성인을 모아 하루 8시간씩 발전기에 연결된 고정식 자전거를 타게 해 그 힘으로 전기를 생산한다고 칩시다. 이 힘은 80기가와트로 원자력발전소 11개가 생산하는 전력에 상당합니다. 물론 이는 전 세계 전력 수요의 0.5%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통 분야에서라면 인력에너지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사실 미래의 교통체계에서 인간 동력 차 량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 자동차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연료탱크 용량만한 가솔린을 연소시키면 100kg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이 때문에 자동차 1대가 매년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톤 단위로 따져야 한다.
하지만 모든 미국인이 1주일에 하루만 자동차를 타지 않고 인간 동력 차량을 탄다면 무려 한 달에 4,000만 배럴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페르시아 만에서 수입해 오는 원유 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물론 인력으로 ㎿급 에너지를 생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력으로 기존의 귀중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는 있다. 실제 인력에너지는 에너지 사정에 눈에 띄는 보탬이 될 수는 없지만 클리블랜드의 어느 시민이 아침 뉴스를 켰을 때 쏟아져 나오는 교통체증 소식과 치솟는 유가 소식이 안 들리게 할 수는 있다. 정말 그렇다면 누구나 기꺼이 자동차 운전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인간 동력 차량 연구자들이 해야 할 과제다. 총알처럼 빠른 벨로모빌 캐나다 토론토의 어느 따사로운 여름날. 자전거 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탄 한 떼의 사람들이 호숫가의 포장도로에 나와 있었다. 그들은 함께 대형을 이루며 달렸다.
대중교통 노동자들이 다음 주 월요일부터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력으로 직장에 출근하는 상황에 대 비하고 있었던 것. 그 사람들 속에는 일반 자전거를 탄 사람보다 2배 더 빠르게, 그리고 3배 더 우아하게 달려 나가는 레이 미케비쿠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디자인 된 벨로모빌 모 델인 퀘스트의 운전석에 반쯤 누운 자세로 있었다. 벨로모빌은 덮개를 씌운 삼륜자전거로 제트 추진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들을 위해 공학적 재주를 부려 만든 더비 카처럼 생겼다. 덮개만 없다면 누워서 타는 자전거인 리컴벤트와도 비슷해 보인다.
토론토 출신의 덩치 작은 변호사인 미케비쿠스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얼굴에 샴푸 선전에 나가도 손색이 없는 머릿결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현재 밴쿠버와 텍사스에 유럽산 벨로모빌 을 수입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독일산 벨로 모빌 모델인 캡 바이크의 토론토 생산도 감독하고 있다. 벨로모빌은 실정법상 자전거로 분류된다. 하지만 여기에 모터를 달면 경량 차량으로 분류되며, 주마다 다르지만 최고속도는 시속 40~56km 사이다. 그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경량 차량은 엄연한 자동차로 분류돼 운전하려면 면허가 있어야 하고, 충돌실험도 받아야 한다.
이날 그리어슨은 소음이 적고 완벽한 서스펜션을 갖춘 독일산 벨로모빌 모델인 버서틀을 타 고 미케비쿠스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그리 힘을 들이지 않고도 그들은 얼마 전 시속 48km를 넘었고, 지금은 시속 40km 정도지만 충분히 빠르다고 느끼고 있었다.
미케비쿠스와 그리어슨이 지나가자 8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우와!”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벨로모빌을 보면 누구나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해 한다. 미케비쿠스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고객이 이것을 타고 달리는데, 경찰이 잡아서 세운 적이 있답니다. 경찰들은 이게 모 터 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반복적인 풍동실험을 거쳐 만들어진 벨로모빌 퀘스트는 정밀하게 설계돼 바람을 가르고 달 릴뿐 아니라 마치 돛단배처럼 옆바람을 받으면 더욱 빨리 달릴 수 있다. 미케비쿠스와 그리어슨이 이탈리아제 헬멧과 라이크라 슈트를 입은 바이커들을 앞질러가자 바이커들은 이에 질세라 속도를 내려고 했다.
그리어슨은 백미러로 바이커들을 관찰했다. 바이커들은 시속 24km의 속도로 그리어슨 일 행을 따라오고 있었다. 시속 32km를 넘어 시속 40km까지도 따라왔지만 그리어슨 일행이 더 속도를 내자 바이커들은 보이지 않았다. 바이커들이 미케비쿠스와 그리어슨을 따라 잡지 못한 것은 그 속도가 출력 대 작용력 곡선이 평평해지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즉 공기저항 때문에 아무리 힘을 더 줘도 더 이상의 가속이 곤란해지는 것. 그 상태에서 자전거의 속도를 2배로 높이려면 페달을 무려 8배는 세게 밟아야 한다. 그리어슨은 교통신호에 걸리자 잠시 벨로모빌을 세우고 뒤따라오는 바이커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한 사람의 바이커가 나타났다. “잘 따라오셨나요?”라고 그리어슨이 묻자 그는 헉헉대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 오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당신의 벨로모빌은 마 치 바람을 타고 달리는 것 같던데요.” 일반적으로 육상교통수단의 경우 다음과 같은 공식이 적용된다. 더 빨리 달리려면 힘을 늘 리던가 아니면 공기저항을 줄여야 한다.
저항을 많이 줄이면 사람이 내는 가정용 전구 수준의 인력에너지로도 빨리 달릴 수 있다. 체스터 카일은 이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지난 1972년. 당시 롱비치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기계공학자이던 카일은 저항을 줄일 경우 자전거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는지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그는 미국 최초의 유선형 자전거(streamlined bike)를 설계한 다음 1974년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인 론 스카린을 태워 최고속도 기록을 냈다. 3년 후에는 깡마른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 인 브라이언 앨런이 인류 최초의 인간 동력 항공기인 ‘고서머 콘돌’을 타고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이 인간 동력 항공기는 항공공학 계의 전설로 불리는 폴 맥크리디가 만든 것이다.
당시 국제인력교통수단협회의 공동설립 자였던 카일은 뜨거운 화제로 부상한 인력에너지에 대해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특별한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인간 동력 비행이 빠른 시간 내 실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의견은 옳았다. 하지만 항공교통이 아닌 육상교통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카일 말에 따르면 총알 모양의 유선형 덮개 속에 누워 타는 자전거는 현존하는 육상교통수단 중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이 자전거의 효율을 가솔린으로 환산할 경우 ℓ당 1,270km의 연비와 맞먹기 때문이다. 인간의 체력만으로 음속의 10분의 1인 시속 131km로 달리는데 성공, 지난해 데시마하 상 (decimach prize)을 수상한 브리티시 컬럼비아 출신의 주문형 자전거 제조업자 샘 위팅햄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 동력 차량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효율적입니다. 100W의 힘만 있어도 시속 30~40km는 어렵잖게 냅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그에 비하면 인간 동력 차량에 비해 200 배나 무겁고 더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들로 길이 미어터지고 있는 오늘날의 도시 모습은 어떠한가. 하지만 이는 보기에 따라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사람 몸에 지방 형태로 축적된 에너지만도 9만3,150칼로리에 달해 인력에너지 개념을 처음 생각해낸 과학자들은 인간의 몸을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았다. 이들은 인간의 몸을 원자화시켜 무기질 단위까지 파고들어간 다음 인간 몸의 생화학적, 그리고 생체 역학적 움직임을 관찰하고 어디서 얼마만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 조사했다. 조지아 테크 대학의 컴퓨터 과학자인 태드 스타너는 사람의 몸속에 지방의 형태로 축적된 에너지만 해도 1인당 평균 390메가줄(MJ)이나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 칼로리로 환산하면 9만3,150칼로리며, 젤리도넛 283개의 열량과 같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같은 에너지를 일부만이라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꺼내 쓸 수만 있다면 배터리 같은 물건은 필요 없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에너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래에는 어떤 장비를 착용하게 될까.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장비들이 나오지 않을까. |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
벨로모빌 등의 사례를 본다면 자전거는 기존 질서를 완전히 뒤집는 혁명적인 물건으로 보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근육이 기적적인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교통체증의 완화일 뿐이다. 인간 동력 항공기 고서머 콘돌을 만든 주인공이자 전기자동차 연구의 선구자이기도 한 폴 맥크리디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10년간 연구한 끝에 모든 대체에너지 차량 가운데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가장 실현 가능하고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맥크리디의 제자였던 캘리포니아 소살리토의 자전거 제작자 마커스 리바이슨 헤이즈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가진 자동차를 40%만 버려도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려면 기어와 모터, 다시 말해 인력과 전 기를 혼합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맥크리디의 발명품인 차저(charger)는 100% 모터로 가는 기존 전기자전거를 개조한 것이다. 인력에너지 반(半), 그리고 전기에너지 반(半)으로 움직이는 차저의 반 마력짜리 모터는 사람이 페달을 밟는 힘을 감지하면 작동한다.
차저는 배터리와 제어용 팩을 분해해서 서류 가방처럼 들고 다닐 수도 있다. 무게는 벽돌 하나 정도로 다소 무겁기는 하다. 오늘날의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맥크리디가 생전에 이루지 못했던 꿈을 현실로 바꿔놓고 있다. 상하이의 펄 하이드라진사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로 달리는 자전거가 이미 나왔다. 그리고 캐나다의 테라P 프로덕츠사가 개발한 태양전지를 사용해 세류충전을 하는 자전거도 등장했다.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계의 테슬라 로드스터라고 할 수 있는 옵티바이크 OB1은 메이커도 인정하는 최고급 자전거다. 여기 장착되는 브러시 없는 유냉식 모터는 거의 무(無) 소음으로 850W의 출력을 낸다. 리바이슨 헤이즈는 맥크리디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다만 너무 앞서나갔을 뿐이다. 맥크리디의 차저가 시장에서 악성 재고 취급을 받을 때도 리바이슨 헤이즈는 자신의 설계로 만든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 파이 (Pi)를 밀어 붙였다, 반쯤 엎드린 자세로 타는 2,450 달러짜리 파이는 사용자의 다양한 체격에 맞게 모양을 바꿀 수 있다.
출력은 750W며, 누빈치 트랜스미션을 탑재해 자동차처럼 미세하고 부드럽게 변속이 가능하다. 메인 튜브 안에 장착된 GPS 트랜스폰더 등 여러 가지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전거가 도난당해도 추적할 수 있다. 또한 우산 형태의 태양전지를 펼쳐 자전거를 세워놓고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고객들은 더 좋은 자전거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동차 대 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려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자전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MP3플레이어를 가진 사람만큼이나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전거는 모든 인력교통수단의 대명사와도 같다. 그리고 자전거에 적용된 이 같은 기술은 인간 동력으로 움직이는 고속교통수단을 만든 다는 가장 야심찬 목표 실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모든 미국인이 1주일에 하루만 자동차를 타지 않고 인간 동력 차량을 탄다면 한 달에 무려 4,000만 배럴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페르시아 만에서 수입해 오는 원유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첨단 인간 동력 모노레일
지난 2006년 3월. ‘자동차 없는 뉴욕’ 회의에서 지역 주민인 프레드 제임스는 첨단 인간 동력 모노레일 계획을 발표했다. 기본 원리는 간단한 물리법칙에 있다. 대중교통수단이라도 각 부품을 가볍게 한다면 움직이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 가젤의 심장은 코끼리의 심장(22.5kg)만큼 크지 않지만 속도는 코끼리의 세 배나 빠르다는 논리다.
제임스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데 100톤짜리 차량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180kg짜 리 갑옷을 입고 다니는 상황과도 비슷합니다. 이동통신장비를 설계할 때 현재의 교통수단과 같은 설계 개념을 적용했다면 휴대폰의 크기는 아직도 배낭 만했을 것입니다.”
장애물을 하나 둘씩 없애 나감으로서 대중교통수단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제임스는 말한다. 벨로모빌이 입증했다시피 공기저항을 줄이기만 해도 통근용 자동차 속도만큼의 속도를 낼 수 있다. 공기저항, 그리고 철제 레일과의 마찰에서 오는 구름저항(rolling resistance)을 줄이면 모노레일은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구름저항이란 한 물체가 다른 물체의 표면 위에서 구를 때 생기는 마찰을 말한다. 이처럼 공기 저항과 구름저항을 줄인 후에 600W급 축 모터(hub motor)만 있으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해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할 정도다.
자동차 없는 뉴욕 회원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의기양양해진 제임스는 아이디어를 다듬은 후 ‘streetsblog.org’ 같은 도시교통 관련 웹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그는 캐논데일 자전거를 타고 파크 애비뉴 한복판을 돌아다니면서 인간 동력 모노레일 계획을 더욱 구체적으로 세워나갔다.
그날은 뉴욕의 섬머 스트리트 (Summer Street) 실험의 첫날이기도 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실시한 섬머 스트리트 실험이란 어퍼 이스트사이드부터 브루클린 다리에 이르는 11.1km 구간에 인력 교통수단만 통행을 허가하는 것이었다.
섬머 스트리트 실험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는 인력교통수단만 허용했을 때 나타나는 도시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제임스는 파크 애비뉴 아래에 있는 그랜드 센트럴역 남쪽의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이 구간은 대부분의 맨해튼 사람들이 택시 유리창을 통해서 밖에는 볼 수 없는 곳이다. 그는 터널 반대편으로 나온 후 잠시 멈춰 숨을 돌렸다.
도로는 42번가는 물론 기차역 주변으로 뻗어 있었다. 그는 차량이 보도를 덮치고 다리 아래 도로로 떨어지는 것을 막 기 위해 설치된 금속제 가드레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를 보십시오. 일단 인간 동력 모노레일의 노선은 저것보다 넓을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 동력 모노레일의 아래쪽에 작은 커버를 경첩으로 매달면 되니까요. 한마디로 일반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커버를 접었다가 레일에서 주행할 때는 펴서 맞추는 것입니다. 그러면 조향과 균형 문제는 알아서 해결됩니다. 열심히 페달만 밟아주면 잘 달려가는 것이지요.”
그는 이어 “암스테르담 같은 곳에서도 전체 인구의 40~50%만이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그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사용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전거는 어린아이에서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체 기반시설도 비교적 저렴해야 합니다. 뉴욕시 교통국의 운영비는 1년에 90억 달러나 듭니다. 하지만 바드 대학 인근의 허드슨 강을 따라 나있는 기존 철로를 인간 동력 모노레일을 위한 원시적인 시제 노선으로 만 드는 데는 100만 달러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노선은 아주 잘 돌아갈 것입니다.”
제임스는 공학자가 아니다. 그의 주업은 은행용 금융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1977년 중퇴하고 자신이 만든 ‘살만한 곳(A place to Live)’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홍보했다. 태양열 주택에 관한 이 영화를 본 지미 카터전 대통령은 백악관 지붕에 태양전지를 달았다고 한다.
제임스는 대학으로 돌아와 1991년에 졸업했다. 인간 동력 운동은 두뇌가 명석한 사람은 물론 인력에너지 사용이 실현 가능하다고 납득시킬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인력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원자력에너지나 태양열 발전과는 달리 손쉽게 인력에너지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투자 주체들은 아직까지 제임스의 인간 동력 모노레일을 공상과 다를 바 없다고 치부한다. 실제 뉴욕 주 에너지연구개 발원은 제임스의 계획을 한번 기각시킨 적이 있다. 대변인은 제임스의 계획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제임스는 사람들에게 이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이것이야말로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 이라고 주장할 때마다 고속 인력교통수단에 대한 생각이 마카로니가 익을 동안의 짧은 시간에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고속 인력교통수단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무려 1세기 전부터 다양한 모노레일 시제품 개발이 유행이었다.
사람들은 주로 재미를 위해 그 일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 중 대부분은 순수하게 인력에너지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풍력, 중력, 전기 등에도 한 다리를 걸쳐놓고 있었다. 인력 에너지의 대규모 운용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인간 심리학에 대한 쓰디쓴 진실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컬럼비아 건축대학원의 교수이자 현재 개발 중인 소프트 카(바퀴 자체에 모터가 달린 초소 형 도시 차량)의 발명가인 미첼 조아킴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기준을 사용합니다. 이른바 호머 심슨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호머라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몸을 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국식 가치체계입니다. 대안형 교통체계 설계의 난점도 그것입니다. 우리는 깨끗하고 저렴하며 기계적 효율이 우수하면서도 몰고 다니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물건을 만들어야 됩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자전거를 타고 세계에서 제일 빨리 달리고, 인간의 힘에 대해 전문적이고 심리적인 방대한 조사를 실시한 위팅햄 조차도 다른 대안이 있을 때 사람들이 인력에너지에 대해 갖는 심리적 저항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은 저 자신에게서도 그런 문제를 느끼곤 합니다. 저는 매우 건강하고 오랫동안 자전거를 탔습니다. 그리고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고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자동차를 타고 다닙니다. 제가 늙어갈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커질 겁니다.” 폴 맥크리디는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인 차저의 성공을 믿고 있었다.
그는 소형 정찰 무인기를 미군에 납품해 번 얼마 안 되는 돈까지 모조리 차저의 개발에 투자할 정도였다. 하지만 체스터 카일은 이렇게 회상한다. “맥 크리디는 차저를 경주에 써보라며 빌려주었어요. 정말 훌륭한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자전거였지만 아무도 사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구태여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는 2억 명의 사람들한테 이런 물건을 팔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던 것 아닐까요.”
지속되는 인간 동력 차량의 꿈
지난해 9월 하순 찰리와 척은 시카고 미래기 술박람회에 인력과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휴 먼카, 이매진을 공개했다. 짙은 오렌지색의 유선형 덮개가 전시장의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반짝였다. 그리고 한 쪽에는 2대의 영구자석 직류모터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56km까지 4~6초 만에 가속하는 원리를 적은 팸플릿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이 인력-전기 하이브리드 차량은 운전 하는 사람이 투입한 노동력 이상의 힘을 내며, 운전할 때 드는 저항은 번지점프용 줄을 잡아당기는 정도다. 하지만 이매진은 아직도 주행 가능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찰리와 척은 오리지널 인간 동력 차량인 FM-4 휴먼카를 같이 가 져왔다.
그리고 이들은 이 차량이 얼마만한 힘을 낼 수 있는지 알아보라며 행인들을 대상으로 탑승 체험을 권했다. 4명의 건장한 의대생이 차량을 조작하니 2,000W나 되는 힘이 나왔다. 하지만 시카고에도 경제위기가 닥친 탓 에 여러 행인들은 이매진을 종말의 전주곡 정도로 생각했다.
영화 매드맥스처럼 문명 이 사라진 이후 타고 다니면 안성맞춤인 차량이라는 것. “앞으로는 저런 차량만 타고 다녀야 되는 것 아냐?”하고 누군가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서 20m 떨어진 곳에는 1인승 전기 자동차 아이리얼(i-REAL)을 소개하는 도요 타자동차의 부스가 있었다.
오리건에서 온 찰리와 척의 친구들이 미국식 제기차기 놀이를 하느라고 정신이 팔린 틈에 도요타자동차의 엔지니어들은 어설픈 영어로 찰리와 척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멋진 모양을 하고 있지만 최고속도가 불과 32km밖에 안 되는 일종의 성인용 앉은뱅이 세그웨이(서서 타는 1인용 탈것) 같은 이 물건을 만들기 위해 무려 수백 만 달러를 썼다는 것.
한마디로 아이리얼은 환경친화적 교통수단 개발에 뛰어든 매우 실험적인 차량이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최후의 승자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움직이기를 싫어했고, 지금은 우리의 근육이 과거에 뭘 했는지조차 잊었다.
이 때문 에 인간은 선택의 여지가 있는 한 언제나 편안한 수단을 사용해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인력에너지 사용 연구가 중단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척 그린우드는 이렇게 말한다.
“도요타자동차의 아이리얼은 그들이 에너지 절약 차량에 대해 얼마나 큰 착각을 하고 있는지 보여줄 뿐입니다. 아이리얼을 보고 우리는 오히려 자신감 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도요타자동차와 경쟁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무엇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가르쳐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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