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현재 허리케인을 5단계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풍속이 69m/s에 달하는 강력한 4단계 등급의 허리케인까지도 초음속 전투기의 비행만으로 막으려는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아크론 대학의 유체역학공학자 아카디 레오노프. 그의 계산에 따르면 초음속 전투기를 허리케인의 중심부로 보내 바람의 회전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비행하게 하면 초음속 전투기의 소닉붐으로 허리케인의 속도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소닉붐은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다. 특히 전투기가 바다를 나선형으로 하강비행하면 허리케인에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더운 공기의 유입을 차단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방법으로 허리케인을 막을 수 있다면 매년 51억 달러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허리케인 학자들은 이 아이디어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플로리다 국제대학의 허리케인 연구자 휴즈 윌로비는 초음속 전투기의 소닉붐으로 인한 충격파는 허리케인 안을 돌아다니기만 할 뿐 허리케인은 멈추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발상은 테니스 라켓으로 바람을 막으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난층운 속의 난류로 인해 고속 비행하는 초음속 전투기가 파괴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레오노프는 항공기의 속도가 시속 1,760km 이상 되면 시속 160km로 부는 허리케인쯤은 뚫고 나갈 수 있으며, 항공기를 무인화한다면 비행 중에 조종사가 받게 되는 4G(일반 중력의 4배)의 중력가속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국립 대기연구센터의 과학자 리 웬 차우는 허리케인의 발생이 마치 지진처럼 지구의 한편에서 다른 편으로 에너지를 옮기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는 “만약 사람의 힘으로 특정지역의 허리케인을 약화시키거나 없앤다면 지구는 그 남은 에너지로 무엇을 할까요?”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때로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있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 때문에 미국에서 1,300여명이 죽었다. 그리고 2008년 연속적으로 밀어닥친 허리케인으로 발생한 피해를 지켜본 레오노프는 올 하반기 자신의 계획을 위해 공군과 교섭할 생각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조종사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공군과 상의한다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두 대의 F-4 팬텀이 시속 1,760km의 속도로 허리케인의 눈 앞쪽, 즉 허리케인의 진행 방향으로 들어간 후 허리케인 회전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비행한다. 허리케인의 바람은 난층운 내외부의 기압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F-4 팬텀이 허리케인 안팎을 들락날락하며 비행하면 소닉붐에서 오는 에너지가 허리케인 눈 속의 기압을 높여 허리케인의 힘을 약화시킨다. 또한 F-4 팬텀이 나선형 하강비행을 하면서 허리케인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덥고 습한 공기의 유입을 차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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