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지난 1988년 니킬 두렌다가 봄베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당시 수천 마리의 닭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닭들은 하나같이 살이 쪄 있었다.
호기심이 동한 두렌다는 닭들을 죽게 한 아데노바이러스를 식별해 냈다. 아데노바이러스는 평균 90㎚의 직경을 가진 일군의 구형 DNA 바이러스를 총칭하는데, 사람을 포함한 많은 포유동물이 감염된다.
두렌다는 20년 후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산하의 페닝턴 생물의학연구센터에서 동료들과 함께 아데노바이러스의 일종인 Ad-36을 발견했는데, 이 바이러스는 과도한 지방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 바이러스가 성체줄기세포에 침투해 성체줄기세포를 지방세포로 바꿔놓음으로써 비만을 초래한다는 것. 전파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렌다는 바이러스가 든 식품을 의심하고 있다.
그와 위스콘신 대학의 리처드 앳킨슨은 Ad- 36 항체가 있는 500명 이상을 실험했다. 항체가 있다는 것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험결과 항체가 있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보다 체중이 더 나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쥐와 닭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똑 같은 결과가 나왔다. 똑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바이러스에 감염돼 항체가 있는 동물들이 더 체중이 나간 것. 그리고 이들은 감염된 지 6개월 동안이나 비만상태를 유지했다. 이는 인간이 감염 비만 상태에서 회복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평가: 놀랍게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 이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비만이 감기처럼 감염된다는 게 터무니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 것. 사실 감염 비만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d-36뿐만이 아니다.
페닝턴 생물의학연구센터 내분비학 실험실의 연구자인 막달레나 파사리카는 “동물에게 비만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9가지가 더 있다”면서 “바이러스는 분자단위에서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의문도 있다. 왜 어떤 사람은 비만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노출됐는데도 살찌지 않는가 하는 것. 파사리카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비만은 전체 비만의 11% 이하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과제: 앳킨슨은 자신의 회사인 오비테크 직원들을 상대로 Ad-36 항체 보유 여부를 알아보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비용은 450달러인데, 이것으로 Ad-36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서 위안을 얻을 수는 있다. 파사리카는 “비만과 바이러스 간의 인과율을 증명하면 다음에는 바이러스성 비만을 치료할 백신과 항바이러스 약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두렌다는 이 바이러스가 지방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알면 인체가 지방세포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달리 말해 바이러스가 비만을 유발하는 과정을 역(逆)으로 추적한다면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지 않고도 살을 뺄 수 있는 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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