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이번 사고에서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지만 항공기와 새의 충돌로 인한 사고는 매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미국 조류충돌방지협회(BSC)의 리처드 돌비어 전임 회장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보고된 민항기들의 조류충돌 사고율은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2007년의 경우 총 5,400만 편의 비행 중 무려 7,666건의 충돌사고가 있었다.
이들 사고의 대부분은 조류가 동체와 부딪친 후 튕겨나가는 사례였지만 새가 제트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류충돌이 잦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캐나다 기러기를 위시한 대형 조류들의 개체 수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대다수 조류충돌 사고가 이들이 날아다니는 고도 150m 이하에서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제트항공기의 엔진에 기러기를 비롯한 큰 덩치의 새들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완벽히 막을 방법은 없다. 단순히 생각하면 제트엔진의 공기 흡입구에 별도의 차단 망을 설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류충돌방지 컨설턴트 기업인 미국 BASH사의 러셀 디푸스코 부사장도 차단 망은 결코 실용적 방법이 아니라는데 동의한다. 혹시라도 차단 망이 비행 속도를 이기지 못해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 파편이 엔진으로 들어가 조류 유입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트엔진 제조기업인 플랫 앤 휘트니의 대변인 매튜 페라 또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시속 240km로 이륙하는 항공기에 5.4kg의 기러기가 충돌했을 때 가해지는 충격 에너지는 2층 높이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떨어뜨린 것과 비슷하다”며 “차단 망이나 차단봉 정도로는 새의 엔진 유입을 막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설명했다.
특히 엔진의 공기흡입구에 차단 망 같은 장애물을 설치하면 난류가 일어나면서 엔진 속으로 공기가 자유롭게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럴 경우 엔진의 추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규정에 의하면 몸무게 1.8kg의 새가 유입됐을 때 안전하게 정지되는 엔진만 항공기에 장착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캐나다 기러기의 중량이 6.3kg나 된다는 점에서 이 기준도 그리 엄격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각 공항들은 공항 주변에서 새들이 좋아하는 웅덩이를 찾아내 메워버리거나 폭죽을 쏴서 내쫓는 등의 방식으로 조류충돌을 예방하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은 또 지난 2005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와 독수리의 충돌사고 이후 케네디 우주센터가 운용하고 있는 조류 탐지 레이더를 공항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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