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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 주장 사실인가, 거짓인가

Human Cloning

인간복제란 한 인간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또 다른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바로 복제인간(複製人間)을 의미하는데, 일종의 카피인 셈이다. 인간복제 기술은 크게 수정란 분할과 체세포 핵 이식의 2가지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을 쓰든 이론적으로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인간복제는 동물복제와 차원이 다르다. 인간복제 기술 자체의 문제도 클뿐더러 유전자 발현 이상 등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간 다음으로 고등한 동물인 원숭이조차 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복제 여부를 증명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복제인간을 만들어 냈다는 어느 누구도 이를 명확히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불거지고 있는 복제인간 출산 주장은 신빙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인간복제 기술은 크게 수정란 분할과 체세포 핵 이식의 2가지 방법이 있다. 수정란 분할은 수정란이 4~8개의 세포로 분열했을 때 각각의 세포를 분리해 내는 것이 다. 이렇게 분리된 세포들은 다시 완전한 개체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각 각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인공적인 일란성 태아들, 즉 쌍둥이들이 나오게 된다.

체세포 핵 이식은 성체의 체세포를 이용 하는 방법이다. 즉 성체의 체세포 핵을 분리 해 낸 후 난자와 수정시켜 새로 분화하게 만 드는 것. 이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키면 성 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아기가 탄생하게 된 다. 하지만 이는 아직도 이론의 범주에 머물 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한 의사가 지난 3월 체세포 핵 이식을 통해 복제인간을 만들어 냈다는 주장을 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탈리아의 산부인과 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는 주간지 ‘오기’와의 인터뷰에 서 9년 전인 2000년에 이미 남자아이 2명과 여자아이 1명을 복제했다고 밝혔다. 장소는 동유럽. 이들은 현재 아무런 이상 없이 잘 자 라고 있다고 덧붙였지만 더 이상의 신상정보 는 공개하지 않았다. 인간을 복제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안티로리만이 아니다. 외계인을 신(神)으로 숭배하는 신흥종교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대 표적. 라엘리안 무브먼트는 자회사 격인 클로네이드를 통해 지난 2002년 12월 26일 복제인간 이브를 출생시켰으며, 그 이후 현재 까지 100여 명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어느 교수도 지난해 인간복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과학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복제했다는 아기들의 공개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과 연 인간복제에 성공하기는 한 것일까. 아니 그에 앞서 인간복제가 실제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인간복제가 이루어지는 방식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을 복제하는 과정은 결 코 쉬울 수 없다. 현재 인간복제에 쓰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술은 체세포 핵 이식 방법. 이미 이 방법으로 복제양 돌리를 포함한 수많은 동물이 복제됐다. 안티노리 박사 역시 체세포 핵 이식 방법을 통해 복제인간을 만 들어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세포 핵 이식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복제하려는 동물의 체세포를 피부에서 떼어낸다. 그리고 이 체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한 후 체세포의 생체시계를 조절해 젊게 만든다.

그 다음 대리모 역할을 할 동물의 난자를 채취한 후 성장시킨다. 다 음 단계는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그 자리에 체세포 핵을 이식한다. 이어 전기충격 등으로 난자와 체세포 핵을 융합시킨 후 시험관 에서 배아단계까지 배양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임신과정을 거쳐 복제 대 상동 물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복제동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재 이런 방식으로 만 들어진 복제동물로는 양, 소, 쥐, 염소, 돼지, 사슴, 말, 노새, 토끼, 고양이, 늑대, 개, 담비 등이 있다. 인간의 경우도 원리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인간을 복제하기도 그리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체세포 핵 이식 자체에 엄청난 문제가 숨어 있다. 우선 성공률이 너무 낮다. 동물의 체세포 핵은 원래 생식세포가 아니 다. 정자처럼 난자에 결합해 수정란을 만들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난자에 이식 및 융합시키는 과정의 성공률은 지극히 낮다. 게다가 배아단계까지 키웠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임신시켜 출산에 이르게 하기까지는 더욱 어렵다.

복제 수정란의 자궁 착상 성공률은 5~10%에 불과하며, 이 중에서 정상적으로 출산되는 동물은 불과 25% 수준. 출산 했다고 해도 주요 장기가 없는 기형으로 태어나거나 아니면 돌연사를 일으켜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다. 실제 복제양 돌리 한 마리를 태어나게 하기 위해 무려 276번의 실험 실패를 겪어야 했다. 이런 낮은 성공률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탈(脫)메틸화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서라는 주장이 있다. 일반적으로 포유동물의 수정란은 발생 초기 단계에 게놈에 붙어 있는 메틸기(CH3-)가 없어져야 다양한 세포로 자라날 수 있게 분화된다.

그런데 복제된 수정란의 경우 탈메틸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분화가 방해를 받는다는 것. 또한 복제 수정란은 자궁 속에서 태아를 감싸주는 태반을 형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수정란은 자궁에 착상하기 전에 세포수 가 약 150개 정도인 배반포기를 거친다. 배 반포기 배아에는 두 가지 종류의 세포가 있는데 하나는 태아로 자라날 내부 세포덩어리, 또 하나는 태반 형성에 관여하는 영양외 배엽 세포다. 그런데 복제 수정란의 영양외 배엽 세포는 그 수가 일반적인 수정란의 3분 의 1밖에 안 돼 태반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다는 것.

유전자 발현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정상적 수정과정에서 동물 태아는 어미로부터 염색체를 하나씩 물려받는데, 양쪽 염색체가 모두 발현되면 유전 이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방식으로 태어나는 동물은 두 유전자 중 한쪽만 발현되고, 나머지 한 쪽 은 앞서 말한 메틸기가 붙어 발현되지 않는 다. 이 같은 작용을 유전자각인이라고 하고, 발현되지 않는 유전자를 각인유전자라고 한 다. 하지만 복제동물의 경우 이 유전자각인 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유전자 중복이 발생하기도 한다. 복제동물이 임신 및 출산 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복제 수정란은 Oct-4 유전자가 제 대로 발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다른 유전 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Oct-4 유전자는 정상적인 경우 배아의 내부 세포덩어리, 또는 성체의 생식세포에서만 발현된 다. 하지만 복제 수정란의 경우 Oct-4 유전자가 아예 발현되지 않거나 내부 세포덩어리 이외의 다른 부분에서도 발현된다.

이론과 현실과의 깊은 괴리
복제동물 만들기는 고등한 동물일수록, 그 리고 번식을 덜 하는 동물일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아직까지 인간 다음으로 고등한 동물인 원숭이조차 제대로 된 복제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전 세계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런저런 인간복제 주장에 코웃음을 친 것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 로 이 같은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원숭이도 아직 복제가 안 되는데 무슨 수로 사람, 그것 도 엄청난 성공률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것. 클로네이드의 경우 복제배아 10개를 만들면 5개를 출산시킬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고까지 주장한 바 있다. 사실 어떤 동물이 복제됐는지 아닌지를 입증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 동물이 체세포 핵 이식 방법으로 복제됐다는 사실, 다시 말 해 ‘사본’에 해당하는 복제동물과 ‘원본’에 해 당하는 동물의 체세포 유전자가 동일함을 증명하면 된다. 또한 난자를 통해 모계로만 전 달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난자를 제공한 동물과 같다는 점만 입증되면 된다. 하지 만 인간복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은 이 같은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인간복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과학자가 정말 로 인간복제에 성공했다면 법적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 있게 그 사실을 발표하고 증명까지 해낼 것이다. 미지에 도전하고 밝혀내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학과 과학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능성의 여지로는 생각해 볼 수 있다. 로또 복권의 경우 1등에 당첨될 확률은 그야말로 ‘0’에 한없이 수렴할 정도로 작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기 때문에 매주 당첨자가 나오는 것이다. 원숭이, 아니 인간 복제의 경우도 실험 횟수를 엄청나게 늘리면 언젠가는 성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험에 쓸 재료, 특히 난자를 무제한적으로 구할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연 구에는 재정적 한계도 뒤따른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험 횟수를 크게 늘리는 것은 어렵다. 한마디로 인간복제는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우리만치 어렵다는 것 이다.

복제인간 여파 미미할지도
미래의 어느 날 누군가가 복제인간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정 말로 인간의 가치가 복사기에서 뽑아낸 복사 용지만도 못하게 되고, 히틀러 같은 위험한 인간을 마음대로 복제해 내는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도래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복제인간이 등장해도 그런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사실 복제동물은 정상적인 동물 속에서 도 별 어려움 없이 살아간다. 복제를 통해 탄생한 인간이라도 보통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외모, 인지적 능력, 그리고 감정을 가지게 된 다. 복제인간의 존재로 인해 인간의 가치가 낮아질 이유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특정한 유전형질, 예를 들어 히틀러와 똑같은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는 복제인 간이 태어난다고 할지라도 그가 사는 환경 이 다르고 시대가 다르다면 히틀러와 똑같은 성품과 능력, 지식과 기억을 갖춘 제2의 히틀러는 될 수 없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자연적 복제인간, 즉 일란성 쌍둥이만 봐도 입증되는 사실이다.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를 같은 부모 밑에서 똑같은 교육방식으로 키워도 완전히 똑같아지지는 않는다. 무성생식인 인간복제는 그리 효율적 생식수단이 아니다. 절차와 과정에 드는 현실적 어려움은 차치하고서라도 모두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게 되면 생물학적 다양성이 깨지고, 따라서 방어력이 취약한 생물그룹을 만들게 된다. 미생물 등 구조가 간단한 하등생물의 경 우 무성생식인 자기복제로 번식하고, 돌연 변이를 통해 외부환경에 적응한다. 하지만 고등생물은 돌연변이를 일으키기에는 몸의 구조가 너무 복잡하다.

이 때문에 유성생식인 자웅동체, 더 나가서는 자웅이체로 번식해 우수한 유전자를 조 합한 후손을 얻게 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인간복제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효율이나 효과 면에서 기존의 유성생식을 능가하기란 어렵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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