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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배아줄기세포 연구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과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하며, 줄기세포 연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양분된다. 배아줄기세포는 몸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되는 특성을 지니는데 비해 성체줄기세포는 본래 자신이 있던 조직과 같은 성격의 조직에서만 활성화하는 특색이 있다. 이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의 초점은 배아줄기세포에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는 인간의 수정란을 키워 만든 배아, 또는 낙태아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종교인들과 윤리사상가들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쳐 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허용하면서 세계는 다시 배아줄기세포 연구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줄기세포 연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양분된다. 배아줄기 세포와 성체줄기세포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분화 정도. 분화란 초기단계의 세포가 각 조직과 장기로서의 특성을 갖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즉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가 뼈, 심장, 피부 등의 다양한 조직과 장기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분화가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는 분화능력이 있지만 아직 분화는 일어나지 않은 미분화세포다. 이 같은 미분화 상태에서 적절한 조건을 맞춰주면 다양한 조직과 장기로 발전해갈 수 있다. 일 종의 만능세포인 셈이다. 반면 성체줄기세 포는 이미 분화가 끝난 것이다. 이 때문에 성체줄기세포는 자기가 살고 있는 조직과 비슷한 조직 밖에 만들어내지 못한다. 줄기세포 연구가 각종 법적, 절차적 규제에도 불구하고 배아줄기세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이유다.

美,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의회의 동의가 필요 없는 행정명령을 통해 배아줄기 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허용했다. 이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제시해 온 핵심 공약.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 허용은 줄기세포 연구의 획기적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지난 1996년 이후 미국 의회는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모든 실험에 연방 정부의 재정지원을 금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당연히 포함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인간의 수정란을 키워 만든 배아, 또는 낙태아에서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 여부는 대통령과 의회의 끝없는 힘겨루기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배아줄 기세포 연구에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허용 하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이 같은 노력은 부시 대통령 때에 와서 제한적이나마 풀리게 된다.

지난 2001년 8월 이전에 만들어진 약 60여개의 배아줄기세포 주(柱)에 대한 연구에 한해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허용한 것. 배아줄기세포 주란 분화를 억제시켜 각종 신체 조직 및 장기로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은 유지하면서도 자기복제를 통해 계속 증식이 가능한 줄기세포 덩어리를 말한다. 바로 이같은 배아줄기세포 주를 이용해 연구용으로 쓸 배아줄기세포를 얻게 된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 배아줄기세포 연 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허용한 것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부시 전 대통령이 부분적으로 허용한 것, 다시 말해 2001년 8월 이전이라는 단서를 없애준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2001년 8월 이전에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 주는 물론 그 이후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주,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질 배아줄기세포 주에 대해서도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모든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미 의회의 규제가 여전해 배아줄기세포 주를 만드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민간부문에서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들면, 그 배아줄기세포 주에 대한 후 속연구에 대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만해도 엄청난 정책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는 배아줄기 세포 연구와 같은 첨단기술을 통해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형성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또한 영국, 일본, 중국 등 배아줄기세포 연구 경쟁 국가들의 강한 약진을 의식한 조 치이기도 하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자독식(?)
생명공학계에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막대한 연방정부 재정이 투입되면 특허와 관련 된 원천기술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5년부터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주 등이 매년 3억 달러를 투입해 이뤄진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만 갖고도 이미 전 세계의 주도권을 잡아왔다.

올해 생명과학 벤처기업인 제론이 척추신경을 손상당한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배아 줄기세포로 만든 신경세포를 이식하는 임상 시험을 시도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제론은 올해 안으로 미국 내 4~7개 병원 을 통해 8~10명의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 에서 파생된 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임상시험은 양팔을 움직일 수 있지만 걷지 못하는 하반신 마비 증상이 발생한지 2주일 이내의 환자들에게 배아줄기세포에서 파생된 세포를 1회 주입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제론은 배아줄기세포가 이미 동물실험에서 완전한 세포로 발달해 손상된 신경을 치유하고 신경이 제 기능을 하는데 필요한 물 질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논의 임상시험이 어떤 결과를 내놓든 오랫동안 논란이 된 미국 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새로 운 이정표가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또 다른 생명과학 벤처기업인 노보셀은 당뇨병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인슐린 생산 세포, 그리고 ACT는 실명환자에게 망막 줄기세포를 집어넣는 임상시험을 준비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까지 이뤄지게 됨으로써 미국은 21세기 최대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줄기 세포 치료시장을 석권 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현재 세계 줄기 세포시장은 매년 23%씩 성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 2007년 국제줄기세포은행을 출범시키고 줄기 세포 치료법의 국제표준화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만일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미국에서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법이 승자독식하게 되고, 우리나라 같은 후발 주자들이 설 땅은 더욱 좁아지게 된다.



배아줄기세포가 중요한 이유
줄기세포란 누구에게나 다있는 평범한 세포다. 하지만 역할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줄기세포는 피부, 혈액, 심장 등 인체의 모든 조직과 장기를 만들어내는 근본이 되는 세포. 빵에는 케이크도 있고 도넛도 있지만 그 모든것은 밀가루로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인체의 모든 조직과 장기는 줄기세포로부터 분화돼 만들어진다. 이 같은 줄기세포의 특징에 주목한 과학자들은 심장질환, 혈관질환, 뇌신경질환 등 조직과 장기에 치명적 피해를 입히는 난치병 치료에 줄기세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줄기세포를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시킨 후 손상된 조직에 이식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실제로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들이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같은 줄기세포 중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바로 배아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 는 인간의 수정란 초기에만 자연적으로 생긴다. 수정란은 당초 하나의 세포지만 분화를 거듭하면서 여러 조직과 장기로 발전해 가는데, 배아줄기세포는 이 같은 분화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배아줄기세포는 어떤 조직이나 장기로도 발전해 나갈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이 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줄기 세포인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성체가 된 인간 의 조직이나 장기가 손상될 경우 해당 조직이나 장기만 재생해 낸다.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는 전능성(全能性)은 없다는 얘기다. 지난 1998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제임스 톰슨 박사팀은 인간 배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이를 배양 및 증식시킴으로서 원하는 양 만큼의 배아줄기세포를 얻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의 수정란을 키워 만든 배아, 또 는 낙태아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종교인들과 윤리사상가, 특히 수정된 순간부터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교회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혀 왔다. 그 결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지 못하는 등 법적, 절차적 규제를 받아왔다. 생명공학계에서는 이 같은 장애를 피하 기 위해 역(逆)분화줄기세포 등의 대안에 매달려 왔다.

난자나 수정란을 쓰지 않고 체세포를 거꾸로 되돌려 분화능력을 갖게 하는 역분화줄기세포는 윤리문제가 없고 면역거 부반응도 적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문제점도 많다. 역분화줄기세포는 체세포에 역분화 유전 자를 삽입해 만든다. 이때 바이러스를 운반용으로 사용하는데, 이 바이러스가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상태다. 즉 대 안으로 만들어진 줄기세포도 배아줄기세포 와 흡사할 수는 있지만 똑같은 능력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 배아를 파괴한다는 윤리적 문제를 피하면서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나온 대안으로는 체세포 핵 이식 방법을 들 수 있다. 체세포 핵 이식 방법은 인간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그 대신 체세포 핵을 이식해 만든 복제 배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이는 환자의 체세포를 바로 쓸 수 있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없고 분화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이는 동물을 복제할 때 사용 되는 방법을 그대로 응용한 것이기 때문에 복제인간 제작 혐의라는 또 다른 윤리적 문 제를 몰고 왔다.

韓, 배아줄기세포 연구 개점휴업
오바마 대통령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 허용은 그동안 미국 내의 줄기세포 연구를 가로막던 빗장 하나를 확실하게 치워버린 격이 됐다. 반면 우리나 라를 비롯한 생명공학 분야의 후발국들은 미국을 따라잡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체세포 핵 이식 방법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던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실상 연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국내에서 집행된 줄기세포 연구비 총액은 350억 원 정도. 이 중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남짓에 불과하다. 연방정부도 아닌 주 정부에서 연간 3억 달러씩이나 투자하는 미국과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물론 줄기세포는 어떤 병이든 무조건 낫 게 할 수 있는 불로초가 아니다. 현재 인간의 기술력은 줄기세포를 간신히 배양해 내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줄기세포 를 가지고 망가진 인간의 조직과 장기를 재생해 내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특히 줄기세포가 원 치 않는 방향으로 분화할 경우 상당한 위험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황우석 쇼크에 멈춰선 사이 세계는 배아줄기세포에 관한 첨단기 술을 획득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듯 기술경쟁에서 뒤처진 자는 시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이번 오바마 대 통령의 결정은 그 같은 현실을 말없이 웅변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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